[더 나은 세상] 새스커툰 한인회의 설날, 시장님과 댄스를

  • 신현정 캐나다 사스카추안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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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2-15 06:56  |  수정 2024-02-15 06:57  |  발행일 2024-02-15 제22면
다양한 사람과 연결고리된
한인회 설날 행사 성공적
가족·공동체 급속붕괴된 韓
유대감 형성은 지방만의 힘
커뮤니티 가꿀 리더 생기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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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현정 캐나다 사스카추안대 교수

대학 외부 봉사활동의 하나로, 올해 1월부터 새스커툰 한인회 회장직을 맡게 되었다. 한인사회 내부 소규모 친목모임 성격으로 운영되어 오던 한인회가 그 한계를 벗어나 다양한 커뮤니티 및 현지기관과의 교류 확대를 통해 한 단계 도약하기를 원한다는 내부 요청에 따라 새스커툰시 최초의 한국 설날 행사(Korean New Year Celebration)를 도시 최대규모의 컨벤션 센터에서 외국인과 한국인 모두를 대상으로 열었다.

판매시작 열흘 만에 티켓이 매진되었고, 캐나다 공영방송인 CBC라디오 새스커툰의 아침방송 인터뷰, 새스커툰 시장의 행사 참석, 한인사회 외부 기관들의 스폰서십 등을 이끌어 낸 준비과정은 임원진 외에도 10명이 넘는 봉사자들이 한 달 넘게 함께했고 힘들지만 보람있었다. 고급 한식 뷔페식사와 다양한 공연, 한복 포토존 및 윷놀이, 널뛰기, 제기차기, 투호, 딱지치기 등 한국에서도 보기 힘든 다양한 민속놀이 체험이 포함된 프로그램은 큰 호응을 얻었고, 많은 손님들이 벌써 내년을 기약할 정도로 행사는 성공적이었다. '모두의 가슴 속에 한국을 적시는 순간이었다'는 어느 봉사자의 말처럼 공동체란 참여하는 만큼 보람과 기쁨도 크고 애정도 커지는 것임을 체험한 시간이었다.

인터뷰 때 호스트가 "이 행사가 왜 특별하며 무엇을 가장 기대하느냐"고 물었고, "커뮤니티(공동체)"라고 대답했다. 어려운 경기 속 다양한 커뮤니티의 평범한 개인과 가족들이 편안히 한데 모여 한국 최대의 명절을 기쁘게 보냈으면 하는 마음으로 기획한 행사였다. 한국노래 '설날'을 멋지게 불러준 아프가니스탄 난민 출신의 소녀밴드, 중국 설날 음악에 맞춰 매혹적인 춤을 보여준 중국인 고등학생, K-pop댄스 따라하기로 시장님도 춤추게 만든 비한국인 소녀들의 공연만큼이나 에티오피아 출신의 택시 드라이버, 아프리카 출신의 비영리기구 대표들, 백인 교수 동료들, 한인 2세 대학교수와 학생들, 아시아 출신의 시청 직원, 중국인 신혼부부들, 우크라이나 캐나디안 3세 할머니들 등으로 구성된 관객층도, 1천명이 안 되는 '작은' 한인 커뮤니티가 어떻게 다양한 사람들을 잇는 멋진 연결고리가 될 수 있는지 보여준 시간이었다,

한국에는 거의 알려지지 않았고 춥고 불편한 이 도시에서 10년 넘게 살게 된 이유이기도 한 새스커툰 특유의 매력적인 '커뮤니티' 정서는 찰리 클록 시장에게서도 느껴진다. 사람들로부터 선출직 정치인으로 살며 어떻게 영혼을 유지하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는 이 인기 많은 시장은 3선에 도전하지 않겠다고 지난달 선언했다. 세 자녀와 공인이 아닌 평범한 부모로서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서라고. 당시 기자회견 때, 오늘도 늦게 들어가게 되어 약속을 지키지 못한다는 내용의 아내와 주고받은 문자메시지를 공개하며 눈물을 글썽이기도 했다. 설날 행사 때도 새벽 4시에 아내와 딸을 공항에 데려다주고 왔고, 행사 후에는 아버지 모시러 공항에 간다던 소탈하고 인간적인 매력이 돋보였던 그는 유력 정치인이 많은 집안에서 자라면서 어려서부터 그들의 삶이 행복해 보이지 않았고, 자신은 겸손한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 더 끌린다고 했다.

가족도 공동체도 급속도로 붕괴되어 가는 한국에서 이런 연결감과 유대감의 형성, '지방'만이 할 수 있는 '지방'의 힘이다. 청룡의 새해에는 한국에도 커뮤니티가 무엇인지 알고 가꿀 수 있는 가슴을 가진 리더들이 많이 등장하길.
신현정 캐나다 사스카추안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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