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외신까지 주목한 '칠곡 80대 할매 래퍼' 등장이 던지는 의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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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2-16 06:59  |  수정 2024-02-16 07:00  |  발행일 2024-02-16 제27면

경북 칠곡에서 평균 연령 85세의 '할매 래퍼'가 등장해 화제를 모으고 있다. 급기야 세계 유력 통신사인 로이터가 이를 취재해 전 세계에 타전했다. 외국의 신문 방송까지 뒤이은 취재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른바 'K-할매'다. 로이터가 소개한 할매 래퍼는 칠곡군 지천면 신4리의 '수니와 칠공주'이다. 리더인 박점순(85) 할머니를 비롯, 92세의 정두이, 최연소 장옥금(75) 할머니까지 8명으로 구성됐다. 칠곡에는 이 그룹 외에도 '보람할매연극단' '우리는 청춘이다' '어깨동무' 할매 래퍼도 활동 중이다.

대한민국은 초고령사회(노인인구 20% 이상)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지난해 65세 이상 노인인구는 18.7%였고, 내년에는 20%를 넘어설 것이 확실시된다. 농촌의 고령화 강도는 상상을 초월한다. 경북의 특정 시·군은 이미 30~40%를 넘어섰다. 고령사회란 전대 미문의 인구 개편 속에 노령층의 삶의 질은 국가적 화두로 떠올랐다. 할매 래퍼는 노인보호센터 등지를 순회하며 동료 노인들을 위문한다. '노년 청춘'을 불러오는 마을 공동체 문화를 창조했다. 직접 작사한 인생 애환을 담은 가사를 외우고 말을 하듯 노래하는 랩은 치매예방 효과도 있다고 한다. 이처럼 여가와 건강을 모두 잡는 방식은 미래 노인사회의 지향점을 시사한다. 대한노인회와 칠곡군이 'K-할매 콘텐츠' 확산 업무협약을 체결한 것도 그런 연장선이다. 칠곡군은 앞서 문맹 노인을 위한 한글 교실을 열었고, 이를 이수한 할머니들이 독특한 손글씨의 한글 글꼴까지 만들었다. 윤석열 대통령이 감동해 초대했고, 대통령 연하장에 '칠곡할매글꼴'을 차용했다. 작지만 큰 의미를 담은 칠곡발(發) 고령사회 정책이 국가 차원으로 벤치마킹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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