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빛이 아니야, 내가 말하노니.
뜨락을 밝히는 꽃들이야.
난 그 꽃들을 혐오해.
난 그 꽃들을 혐오해
섹스를 혐오하는 것만큼이나.
내 입을 봉하는
그 남자의 입.
그 남자의 경직된 몸
그리고 비명
항상 도망치는,
그 낮고
굴욕적인
하나됨의 조건
내 마음속에 오늘밤
나는 듣네 그 질문과 그리고 재촉하는 대답을
하나의 소리에 연결된
올라가고 올라가고 난 뒤
옛 자아들로 쪼개지는,
피곤한 길항작용들. 그대는 보는가?
우리는 이렇게 바보가 된 거야.
고광나무 향기는
창문을 넘네.
어떻게 내가 쉴 수 있지?
어떻게 내가 만족할 수 있냐고
세상 속에 그 냄새가
여전히 있을 때?
루이즈 글릭 '고광나무'
뜨락을 밝히는 꽃들이야.
난 그 꽃들을 혐오해.
난 그 꽃들을 혐오해
섹스를 혐오하는 것만큼이나.
내 입을 봉하는
그 남자의 입.
그 남자의 경직된 몸
그리고 비명
항상 도망치는,
그 낮고
굴욕적인
하나됨의 조건
내 마음속에 오늘밤
나는 듣네 그 질문과 그리고 재촉하는 대답을
하나의 소리에 연결된
올라가고 올라가고 난 뒤
옛 자아들로 쪼개지는,
피곤한 길항작용들. 그대는 보는가?
우리는 이렇게 바보가 된 거야.
고광나무 향기는
창문을 넘네.
어떻게 내가 쉴 수 있지?
어떻게 내가 만족할 수 있냐고
세상 속에 그 냄새가
여전히 있을 때?
루이즈 글릭 '고광나무'
송재학 (시인) |
'절망이 진실'이라고 나지막하게 고백했던 미국 시인 루이즈 글릭의 전집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몇 권을 구매하였다. 시인의 대표작 '야생붓꽃'을 기억하는 독자에게 좋은 소식이다. 고광나무는 작고 무성한 흰 꽃을 피운다. 꽃잎의 아름다운 흰 색조는 기품이 있기에 "달빛이 아니야, 내가 말하노니. 뜨락을 밝히는 꽃들"이라고 시인은 말한다. 하지만 시인에게 고광나무 즉 모크 오렌지는 가짜 오렌지 나무일 뿐이다. 왜 가짜 오렌지 나무라는 이름이 생겼을까. "난 그 꽃들을 혐오해./ 난 그 꽃들을 혐오해"라고 시인은 되풀이한다. 향기와 꽃이 뛰어난 고광나무의 가짜 이미지는 시인에게 환멸의 어떤 생이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그 속에서도 고광나무의 향기는 창문을 드나들며 신비롭다. 평범한 일상 속에서 드러난 평범하지 않은 언술은 온전히 루이즈 글릭이 다듬어간 시적 여정이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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