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속의 길] 나는 왜 너가 아니고 나인가

  • 심미정 새마을문고 대구북구지부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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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3-01 08:32  |  수정 2024-03-01 08:34  |  발행일 2024-03-01 제16면

심미정
심미정 (새마을문고 대구북구지부 이사·심미정투어 대표)

자연을 소유하려고 애쓰기보다 자연과 조화를 이루면서 살아가는 원주민들의 생각은 유럽인들에게는 납득이 어려운 일로 여겨진다.

1492년, 콜럼버스는 인도로 가는 뱃길을 찾기 위해 스페인 여왕의 지원을 받았고, 산타마리아호를 타고 여러 달을 항해한 끝에 미대륙에 있는 작은 섬에 도달하게 되었다. 그곳에 터를 잡고 있던 원주민들을 인도사람이라는 뜻으로 '인디언'이라 불렀다.

총과 병균과 종교를 앞세워 쳐들어온 백인들에게 삶의 터전을 빼앗기고 물러나는 인디언들. 백인들에게 삶의 터전을 빼앗기는 전쟁을 겪고 보호구역으로 이동하면서도 그들만의 언어로 자연과 소통하며 자연의 섭리를 따라 살아가는 삶이 참 눈부시다.

"우리가 어떻게 공기를 사고팔 수 있단 말인가? 대지의 따뜻함을 어떻게 사고판단 말인가?"

바람이 부는 날 태어난 아이에게 바람 부는 날이란 이름을 지어주는 것처럼, 온전히 자연을 존중하며 살기 위해 쳐대는 몸부림이 내내 마음을 아프게 했다. 지구를 지킨다는 사소한 실천을 했다며 생색냈던 우리의 자부심이 오만이라는 부끄러운 얼굴이 되어 화끈거렸다.

인간은 소유의 욕심으로 인해 불행이 시작되고, 그로 인해 이를 지켜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시달리게 된다. 인디언적 사고를 가진 사람과 반대의 사고를 가진 사람 중 과연 우리는 어느 쪽에 속하는 사람일까.

"문명은 밀물과 같은 것이고, 자연에 기대에 살던 우리 얼굴 붉은 사람들은 썰물처럼 뒷걸음쳐야만 했다."

빠른 속도로 다가가는 우리의 파괴감에 어쩔 수 없이 오늘도 맞닥뜨린 나무에, 공기에, 날아다니는 새에게 감사하다고 읊조리는 하루를 살아야겠다.

마음 깊은 곳에 머무는 달, 삼나무에 꽃바람 부는 달, 어린 봄의 달, 들꽃 시드는 달, 잎사귀 다 자란 달. 마지막으로 삶이 눈부신 그들의 이름을 지어주고 싶다. 곱슬머리 아름다운 영혼들아 감사해.

심미정<새마을문고 대구북구지부 이사·심미정투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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