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2찍'발언으로 극한 진영대립을 부추기려 하나

  • 논설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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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3-11 07:01  |  수정 2024-03-11 07:02  |  발행일 2024-03-11 제23면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지난 8일 자신의 지역구인 인천 계양구을 유권자들에서 인사를 하던 도중 식당에서 만난 손님에게 "설마 2찍 아니겠지"라는 말을 했다. '2찍'은 지난 대선 때 기호 2번인 윤석열 당시 국민의힘 후보에게 투표한 여권 지지자들을 비하하는 은어로, 야권 성향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통용된다. 이 대표가 다음 날 자신의 SNS를 통해 2찍 발언에 대해 "대단히 부적절한 발언에 정중히 사과 드린다"고는 했다.

2찍이 국민의힘 지지자들을 비하할 뿐 아니라 국민을 '니 편 내 편'으로 갈라치기 하는 말이라는 것을 이 대표가 몰랐을 리 없다. 제1 야당의 대표, 그것도 대권을 꿈꾸는 지도자라면 자신을 지지하지 않은 유권자라 하더라도 포용하고, 그 사람의 선택을 존중해야 한다. 요즘처럼 진영대립이 극심할 때, 정치 지도자의 언행은 대립을 부추길 수 있기에 더욱 신중해야 한다.

2찍은 우리 사회가 직면하고 있는 극한 진영대립의 단면이다. 우리 사회는 자신과 정치적 견해를 달리하는 상대에 대해서는 조롱하고 비난하는 선을 넘어 신체적 위해까지 가하고 있다. 이 때문에 정치지도자뿐 아니라 언론조차 대중이 들어야 할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 진영이 듣고 싶은 이야기를 하는 사회가 됐다. 대중 역시 자신이 듣고 싶은 이야기를 해주는 유튜브를 찾아 다니며 다른 진영 사람들을 욕하는 것을 보면서 대리 만족을 느낀다. 4·10 총선 때까지 진영 간 극한 대립은 더욱 심해질 것이다. 선거가 끝나면 국민통합과 미래발전을 위해 보수·진보진영 모두가 함께 가야 한다. 쉽지 않지만 이번 총선 때 당선된 선량들에게 주어진 해결 과제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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