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환자 지키는 전공의들이 블랙리스트에 올랐다니

  • 논설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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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3-11 07:01  |  수정 2024-03-11 07:02  |  발행일 2024-03-11 제23면

집단사직에 불참한 '전공의 블랙리스트'가 온라인상에 유포된 것과 관련해 경찰 수사가 본격화됐다. 시민단체인 서민민생대책위원회(서민위)가 지난 9일 의료현장을 지키는 의사 명단을 공개했다며 대한의사협회(의협)와 의대생·메디스태프(의사 단체 커뮤니티)를 고발한 데 따른 것이다. 이에 대해 의협은 개입 의혹을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해당 문건이 조작된 허위라며 글 게시자를 형사고소키로 했다. 서민위와 의협 중 누구 주장이 맞는지는 조만간 드러날 것이다.

최근 메디스태프 게시판에는 병원에 남은 일부 전공의들의 이름과 소속 과 등 인적 사항이 적힌 리스트가 게재됐다. 그 커뮤니티는 의사 신분이 확인돼야 가입할 수 있어 전공의가 올렸을 것으로 보인다. 작성자는 환자 곁을 지키는 전공의들을 '참의사'라고 칭했다. 명백한 조롱이다. 그 글에는 "나머지 전공의 이름 모두 확보해야" "평생 박제해야 한다"는 등의 협박성 댓글도 달렸다. 진료 거부에 동참하지 않는 전공의를 색출해 조리돌림 하겠다는 것이다. 의사 사회의 윤리의식이 이 정도일 줄은 국민들도 몰랐을 것이다. 동료들에 대한 이 같은 '마녀사냥'은 도덕적 문제를 넘어 법적으로도 용납될 수 없다. 본분을 다하는 전공의들의 명예를 훼손하고 진료 복귀를 방해하는 중대 범죄이기 때문이다.

병원을 떠난 전공의들은 정부의 강한 압박과 회유, 국민적 원성에도 불구하고 복귀하지 않고 있다. 면허정지보다 집단 따돌림과 보복이 더 두려운 탓도 크다고 한다. 지금 나도는 전공의 블랙리스트를 보면 그럴 개연성이 높다. 신속하고 철저한 수사와 엄정 대응이 필요한 이유다. 기득권을 지키려고 환자를 버린 의사들이 환자를 돌보는 동료들에게 집단 린치를 가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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