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세상에 안전한 '고수익' 투자는 없다

  • 오성준 대구남부경찰서 경무과 행정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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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5-09 07:56  |  수정 2024-05-09 07:56  |  발행일 2024-05-09 제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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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성준 (대구남부경찰서 경무과 행정관)

세상은 변한다. 범죄 트렌드도 그렇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주거 침입·강도 등 강력범죄가 기승을 부렸지만, 현대에는 피싱·연애 사기 범죄(로맨스스캠)·투자리딩방 사기 등 단어만 들으면 무슨 사기인지 모르는 신종 사기 범죄가 들끓고 있다. 바야흐로 사기 범죄의 시대다.

이 같은 흐름은 경찰청의 최근 통계자료를 봐도 알 수 있다. 2012년 강도 범죄 발생 건수는 약 2천500건이었지만, 2022년에는 약 500건으로 줄었다. 반면, 사기 범죄는 2012년 23만건에서 2022년 32만건으로 늘어났다.

사기 범죄가 늘어난 이유로 사회환경의 변화가 꼽힌다. 과거에는 보안이 허술하고 그저 담벼락만 넘으면 침입할 수 있는 단독주택에 주로 사람들이 살았다. 하지만 2021년 기준 아파트 거주 가구 비율은 51.9%로 절반을 넘는다. 또 사회 인프라 확충으로 CCTV가 없는 곳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보안이 강화되었고 과학수사의 발전으로 DNA를 비롯해 범인의 다양한 흔적들이 범죄 의지를 꺾는 데 힘을 실어주고 있다.

이제 강도 범죄는 범죄자로서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 범죄가 됐다. 반면, 신종 사기 범죄는 초기유형인 보이스피싱(전화금융사기)부터 시작해 파밍, 스미싱, 메모리 해킹 등 다양한 사이버 사기 범죄를 낳고 있다. 이런 신종 사기 범죄들의 공통점은 수천만 건을 시도해서 한 건이라도 걸리면 이득을 얻는 확률 게임이라는 점이다.

최근 사회에서 문제가 되는 신종 사기 범죄 중 하나는 투자리딩방 사기이다. 리딩이란 읽어준다는 의미와 리드한다는 두 가지 의미로 함축되어 있다. 전화, 문자메시지, SNS 등을 이용해서 접근해 '급등관련주 안내' '수익률 200% 보장' 등 귀가 솔깃해지는 문구들로 사람들을 현혹한 뒤 투자금을 편취해 잠적하는 게 주요 수법이다.

피해 금액도 덩달아 커지는 양상이다. 2020년 추정 피해 금액은 204억원이었지만, 지난해 9월부터 12월까지 피해액이 1천200억원에 육박했다. 종목 추천이나 매수 의견을 넘어 몇 시 몇 분에 어느 종목을 사라고 하는 때도 있는데, 사실상의 주가조작을 행하는 것이다. 이 또한 통정매매로 처벌 대상이 된다.

리딩방 수법은 나날이 진화하고 있다. SNS를 통해 유명인을 사칭한 광고까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이 광고 속 링크를 클릭하면 텔레그램과 네이버 밴드 등에 개설된 '투자 리딩방'으로 들어가게 된다. 여기서 가짜 투자 정보를 제공하고 입금을 요청하는 '피싱' 수법이다. 정부 기관을 사칭해 리딩방 피해를 보상해 주겠다며 접근해 2차 투자를 권유하는 사기 수법 또한 성행하고 있다.

윤희근 경찰청장은 지난 2월 민생을 위협하는 신종 사기 범죄를 뿌리 뽑겠다며 국민 체감 약속 4호로 선정했고, 기존의 악성 사기 대책을 한층 고도화하여 10대 악성 사기 척결 대상을 재편했다. 또한 경찰청 국수부장이 주재하는 전담반을 운영함과 동시에 사기 범죄 데이터를 분석하여 신종 사기 수법이 추가 확인되는 경우 대국민 예·경보를 발령할 예정이다.

처벌 법률 또한 보완된다. 지난 1월 수익 보장과 같은 내용으로 현혹하여 리딩방을 운영할 경우 최대 징역 3년이 가능한 '불법리딩방 차단법' 법률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원금, 고수익 투자 부자 권유 문구를 주의해야 하며 투자리딩방 일시불 및 현금결제는 지양해야 한다. 손쉽게 돈을 버는 방법이 있다면 남에게 가르쳐 줄 리 없다는 당연한 이치를 늘 염두에 두어야 한다.

오성준 (대구남부경찰서 경무과 행정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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