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어느 특별한 순간

  • 김채윤 수성아트피아 전시기획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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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4-29 08:22  |  수정 2024-04-30 08:22  |  발행일 2024-0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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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일상 속에서도 특별함은 항상 존재한다. 일상이 특별함으로 빛나는 순간 우리는 행복을 느끼게 된다. 마치 개발자가 프로그램 곳곳에 숨겨놓은 '이스터 에그(Easter Egg)'처럼 어쩌면 행복은 우리가 모르고 지나쳤던 순간에도 항상 곁에 있으면서 우리가 찾아주길 기다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지난 17일 수성아트피아에서는 수성구 관내의 특수학교인 남양학교 전교생 및 교사, 학부모들을 대상으로 초청공연을 개최했다. 나에겐 매일 접하는 일상이었음에도 공연의 설렘과 기대감으로 밝게 빛나던 학생들의 표정, 열정적으로 수업에 참여하는 예술아카데미 회원들의 모습, 아테이너에서 진행된 어린이 예술 체험 프로그램으로 활기찼던 광장의 풍경, 전시실에서 작품을 접하며 저마다의 색깔로 다채로웠던 관람객들의 시선 등 수성아트피아 도처에서 예술이 피어나던 풍경이 유난히도 눈부셨던 햇살과 함께 아름답다 느껴졌던 날이었다.


전시기획을 해오며 예전에는 예술을 통해 특별해지는 일상을 기대했다면 어쩌면 지금은 평범한 일상 속에서도 늘 존재하고 있는 예술을 재발견하는 특별함을 추구하게 된 것 같기도 하다. 다시 말해보자면 예술이라 정의되어 있는 유형의 결과물을 선정해 소개하는 전시라는 행위로 기존의 가치를 조명하고 의미를 확산했다면 지금은 주변 환경이나 일상 속에서 그 대상이 무엇이든 어떤 가치와 의미를 지닌다면 예술일 수도 있다는 무형의 가능성에 대해 새롭게 정의하고 있는 것이다. 뜻을 밝혀 규정하지 않더라도 느낄 수 있는 것, 즉 정의하지 않아도 정의될 수 있는 어떠한 무엇, 이것이 바로 예술의 본질이 아닐까 새삼 생각해본다.


매일 반복되는 익숙함도 우리 주변의 환경과 연결되며 또 다른 가치와 의미를 생산한다. 이러한 순간은 상호작용을 통해 보다 더 특별해지는 듯하다. 전시기획을 통해 만난 작가들의 시선에서 늘 새로운 예술을 만나고 그 세계를 점차 확장해나가는 것은 미래를 향한 대단히 설레는 여정이라 생각한다. 앞으로도 저마다의 영감으로 가득 채워질 수성아트피아를 상상하는 것만으로 기대감이 차오른다. 문화산책을 통해 여러 이야기를 전할 수 있었던 시간 또한 나의 일상 속 특별한 추억으로 남을 것이다.


어쩌면 우리는 이미 감사함으로 가득한 축복된 삶을 누리고 있을지도 모르지만 그 사실을 인지하지 못할 수도 있다. 평범한 일상 속에도 마법처럼 다가오는 어떤 특별한 순간을 만나게 된다면 감사한 마음을 담아 오래도록 간직하고 싶다.
김채윤<수성아트피아 전시기획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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