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재학의 시와 함께] 박라연 '허풍선이'

  • 송재학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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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4-29 07:19  |  수정 2024-04-29 07:20  |  발행일 2024-04-29 제21면

사람이 제 어둠만으로 하늘을 덮을 수 있다는 듯

매운 눈빛만으로 허공의 눈동자를 찌르려는 듯

어둡고 매운 남매가 날아올라,

박라연 '허풍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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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재학 시인

평생 시를 쓰고 있다는 현재진행형은 어떤 의미일까. 짐작건대 일생 동안 자신을 들여다보고 고양시키며 가열시키는 행위이다. 또한 자신을 되돌아보고 후회하는 행사이다. 같은 말을 되풀이하지 않고 생을 반복하겠다는 열정의 다른 이름이다. 하루 중에서 일정한 시간이면 늘 세상과 시에 몰두하는 영혼이다. 박라연 시인의 '허풍선이'는 그 영혼에 대한 교우이자 탐구록이다. "말도 되지 않은 소리로 과장을 하고 모든 일을 부풀려서 이야기하는 사람을 가리키는" 허풍선이란 "불을 지필 때에 사용하는 풀무의 일종으로 바람을 일으켜서 불을 잘 타게 하는 것인데, 이때 바람주머니가 부풀어 오지만 바람이 나가면 형편없이 쪼그라드는데 이와 같이 허황된 말이나 거짓 정보를 한껏 부풀려서 떠벌리기를 좋아하는 사람의 말을 믿을 수 없다라는 데서 허풍선이가 된 것"이다. "사람이 제 어둠만으로 하늘을 덮을 수 있다" 거나 "매운 눈빛만으로 허공의 눈동자를 찌르려는" 것은 모두 허풍선이다. 하지만 비유 이상의 실현 가능태를 만들어주는 것은 시인의 몫, 시인은 하늘을 덮는 어둠과 허공의 눈동자를 찌르는 남매의 능력을 익히 알고 있다. 남매는 둘이면서 하나인 일란성쌍생아이기도 하다. 이 거대 상상력은 짧은 시의 언술을 거치면서 섬세하면서도 호연지기를 아득하게 넓히는 중이다.

송재학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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