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문학관 산책, 오영수문학관

  • 임은영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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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4-30 07:39  |  수정 2024-04-30 07:41  |  발행일 2024-04-30 제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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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은영<소설가>

봄날 오후, 오랜만에 한국을 찾은 지인을 만났다. 특색 있는 곳에 가자는 말에 관심사를 물으니 문학이었다. 지인과 오영수문학관으로 출발했다. 도착하자마자 노거수, 상수리나무가 눈에 들어왔다. 비파나무, 측백나무 등 다양한 식물이 자라는 정원을 둘러보고 보라색 꽃을 피운 로즈메리 길을 따라가니 문학관 입구가 드러났다.

오영수문학관은 난계 오영수(1909~1979) 작가의 삶과 문학 정신을 기리기 위해 2014년 울산 화장산 산하에 설립되었다. 고향과 자연을 사랑한 오영수 작가는 '갯마을'을 비롯해 200여 편의 우수한 단편 소설을 남겼다. 또한 현재까지 이어져 오는 월간 현대문학의 창간호(1955년, 1월호)부터 11년간 편집장으로서의 실무를 맡으며 문예지의 초석을 다졌다.

육필 원고 등 작가의 유품들과 저서를 보존하고 전시하는 오영수문학관은 그의 작품을 통해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전시물을 둘러보다 1954년 문화당에서 발간한 소설집 '머루'를 발견해 반가웠다. '머루'는 산촌 사람들의 애정과 삶을 그린 소설로 작가의 데뷔작인 데다 김환기 화백이 표지와 내지 그림을 그렸다.

문학관을 나서는데, 안으로 고양이 한 마리가 들어왔다. 지인이 미국 키웨스트에 있는 '헤밍웨이 하우스'의 고양이에 대해 말했다. 작가 어니스트 헤밍웨이(1899~1961)는 애묘인이었다. 헤밍웨이 박물관, '헤밍웨이 하우스'에는 여섯 발가락 고양이들이 사는데 헤밍웨이가 기르던 다지증 고양이들의 후손들이다. 피카소 작품인 고양이 형상의 도자기도 전시되어 있다. 헤밍웨이는 노벨문학상 수상작(1954년)인 '노인과 바다' 등 저서 대부분을 이곳에서 썼다.

오영수문학관을 비롯해 다양한 문학관에서 문학 작품과 작가들의 업적을 기리고 있다. 문학관은 단순히 작가의 작품을 전시하는 공간을 넘어 작가의 세계관과 작품을 통해 우리 사회와 문화에 대한 깊은 통찰력을 제공한다. 이는 문학이 사회와 문화의 거울이자 시대를 관통하는 목소리임을 보여준다. 최근 문학관들은 작가의 문학 세계와 철학을 탐구할 수 있는 전시와 프로그램 운영뿐 아니라 방문객을 위한 이벤트를 진행한다.

오영수문학관도 창작 교실이나 문학 기행, 누나별 북 콘서트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서로 교류하고 소통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하고 있다. 올해 개관 10주년을 맞이해 4차례에 걸쳐 오영수 문학상 수상(김인숙, 이충호, 방현석, 김애란) 작가들을 초청해 강연을 진행한다. 문학관을 찾아가 작가들의 '문학과 창작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 보는 시간을 가져보는 건 어떤가. 생각지 못한 영감을 받을 수도 있다.임은영<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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