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노인과 폐지

  • 백종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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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5-02 06:59  |  수정 2024-05-02 07:00  |  발행일 2024-05-02 제23면

출근 시간에 길거리와 상가 주변에서 폐지를 줍는 어르신을 자주 볼 수 있다. 고령의 어르신이 손수레나 자전거를 끌면서 폐지를 줍는 모습을 바라볼 때마다 가슴 한 곳이 먹먹해진다. 우리나라에서 폐지를 팔아 생활하는 노인의 평균 연세는 어느 정도일까. 보건복지부가 지난해 발표한 '2023년 폐지 수집 노인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국에서 폐지를 수집하는 노인은 4만2천여 명으로 평균 연세는 76세다. 폐지를 수집하는 이유는 생계비 마련(54.8%), 용돈을 벌기 위해(29.3%), 기타(15.9%)이다. 1주일에 6일간 하루 5.4시간 주운 폐지로 버는 수입은 월 15만9천원이었다. 이를 시간당 소득으로 환산하면 지난해 최저 시급 9천620원의 13%인 1천226원이다.

120세 시대의 도래를 예견함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직장인 대부분은 60세 전후로 은퇴한다. 숫자에 불과하다는 나이 탓에 직장에서 쫓겨나지만 몇십 년을 더 사는 동안 생활비를 벌어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수십 년간 쌓은 경험, 지식, 전문성을 활용하지 못한 채 노년을 보낸다. 노인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야 할 가장 큰 이유다. 어렵게 새로운 일자리를 찾은 노인은 외로움이나 우울증이 사라져 건강까지 되찾는다고 한다.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여생을 보내는 것이 마지막 소원이라고 한결같이 말한다. 국가나 지자체가 폐지 줍는 노인을 방치하는 것은 국가적으로나 사회적으로 불행한 일이다. 폐지 줍는 일도 노동의 한 부분이겠지만, 왠지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생계를 위해 그런 노동에 투입되는 것이 안쓰럽다는 생각이 든다.
백종현 중부지역본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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