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이게 뭘까?

  • 박천 시안미술관 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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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5-06 08:07  |  수정 2024-05-06 08:08  |  발행일 2024-05-06 제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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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천 (시안미술관 큐레이터)

5월에는 각종 문화·예술 행사가 많이 열린다. 미술관과 갤러리 같은 전시장에서도 새로운 전시를 열기 위해 여러 직종의 사람들이 모여 피, 땀, 눈물을 흘려가며 노력하고 있다. 그리고 관객들은 이들의 노고로 만들어진 전시를 관람하며 이렇게 생각한다. '이게 뭐지?'

요즘 많은 전시가 무엇을 만든 건지 도무지 이해되지 않는 것은 벽면이든 바닥이든 천장이든 걸기만 하면 '자, 이게 작품이야'라는 식이기 때문이다. 결국 이 모든 것은 전시장에 변기를 가져다 놓고, 이것은 변기가 아니라 예술이라고 주장한 사람으로부터 벌어지고 있다. 그래서 어떤 이들은 "(현대)미술 그거,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인 말장난 아니야?"라는 말을 한다. 그러면 다수의 미술인들은 "틀린 말은 아니다"라고 운을 떼고 말을 이어보려 하지만 "그래, 그럴 줄 알았지" 하며 미술에 대해 부정적 인식을 더욱 뿌리 깊게 심어두고 자리를 떠나는 바람에 대답을 미처 다 하지 못한다.

이렇게 뿌리내린 부정적 인식은 마치 리좀과 같이 또 다른 부정적 인식을 만들어냈다. 땅속의 줄기와 뿌리가 수평적으로 뻗어 나가며 중심(전통)으로부터 자유로워지듯 많은 예술가들은 전통적 예술을 부정하며 새로운 형태의 예술을 만들어냈다. 그런데 대중은 이러한 예술을 다시 부정하며 더욱 넓게 뿌리와 줄기가 확장되고 있다. 대중이 (순수)예술을 부정하는 가장 큰 이유는 아마도 작품을 봤을 때 첫인상에서부터 누구나 쉽게 감상하고 감탄할 수 있어야 한다는 관념 때문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술은 이 엉킨 것을 풀 생각이 없다. 이는 예술이 '새로움'을 극도로 추구하는 성질에서 기인한다. 그러나 오늘날의 예술계는 과학적 기술을 동반한 새로운 매체가 아니라면 이미 나올 것은 다 나왔고 더 이상 새로운 것은 없을 것이라 진단한다. 그리고 예술이 귀걸이를 코에 거는 행태는 바로 이 지점으로부터 시작된다. 새로움에 대한 강박을 가진 예술은 이제 원래 있는 것을 다양한 각도에서 바라보고 발상을 전환해 새로운 의미와 개념을 만들어내기 시작한 것이다.

그렇다고 예술이 대중을 기만하는 것은 아니다. 비유하자면 어린아이가 처음 경험한 것이 신기하고 흥미로워 자신만의 언어로 떠들어대는 것과 유사하다. 재미있게도 어린아이들끼리는 그것이 무슨 말인지 서로 소통이 되지만 어른들은 난색을 표하는 경우가 그것이다. 예술이 표현하는 언어가 비교적 명확한 경우가 많은 점이나 어른과 아이라는 위계를 제외한다면 이 비유가 어느 정도는 유사하지 않을까. 예술의 모난 성격을 알았으니, 비로소 마음을 활짝 열고 그들이 전하려는 메시지와 표현 방식에 대해 생각하며 작품 앞에 선다. '이게 뭘까?'

박천〈시안미술관 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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