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지역청년을 붙잡을 방법 중 하나

  • 이동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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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5-06 07:14  |  수정 2024-05-06 07:14  |  발행일 2024-05-06 제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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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현기자<정경부>

얼마 전 취재차 대구 성서산업단지를 찾았다. 그곳에서 한 자동차 부품 기업으로부터 다소 의외의 이야기를 들었다. 주52시간제로 기업 환경이 더 좋아졌다는 것.

일반적으로 산업계에선 문재인 정부가 시행한 주52시간제에 부정적인 인식을 많이 갖고 있다. 사용자들은 노동시간을 제한하면 생산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고 여긴다. 노동력이 줄지만 임금은 증가해 기업 생산성이 줄어든다는 주장도 편다. 일부 노동자들은 잔업으로 돈을 더 벌고 싶은데 그렇지 못하게 됐다며 볼멘소리도 한다.

하지만 이 기업체 관계자는 주 52시간제 시행에 대해 매우 긍정적이었다. 그는 "주 52시간 이전에 자동차 부품업종은 상당히 타이트 하게 돌아갔다. 노동시간이 길어지면서 불량률은 높아졌다. 긴 노동시간은 청년층 고용에 악영향을 준다"며 "청년들을 채용하고 생산라인을 그들이 일할 수 있도록 늘려주면서 주말에 쉴 수 있도록 배려했다"고 말했다. 실제 이 업체는 공장을 증설하면서 생산 라인도 2배 늘렸다. 생산 라인 증설과 투자는 결국 법제도를 지키는 이들의 노력이었다. 결론적으로 이들은 주52시간제의 혜택을 봤다.

실제 받는 급여는 주52시간제 이전보다 줄었지만 병역특례를 받는 청년들의 정착률은 오히려 늘었다. 당연히 노동시간이 줄면 그만큼 급여는 줄어들기 마련이다. 이 기업에선 병역특례가 끝나면 10~15%만이 회사에 남았다. 하지만 주52시간제로 '워라밸'이 좋아지자 정규직 입사율과 병역특례병 잔류율이 30~40% 늘었다. 자연히 기업의 업황도 좋아졌다. 시간은 다소 오래 걸렸지만 생산 효율이 높아지고 기초체력은 단단해졌다.

일과 삶의 균형을 의미하는 '워라밸'이 어느 정도 안착하면서 다른 부수적 효과도 뒤따랐다. 근무 후 공부를 할 수 있다는 것. 실업계고를 졸업한 학생들은 취업 후 병역특례도 받는다. 기업이 지원하는 대학교육에도 참여할 수 있다. 그만큼의 경력도 쌓고 아울러 학위도 획득할 수 있게 됐다.

노후화된 지역 산단이 수도권으로 유출되는 지역 청년들을 붙잡을 방법 중 한 가지를 찾은 느낌이다. 바로 '워라밸'을 최대한 보장해주는 것.

워라밸은 특정 세대만이 원하는 게 아니다. 최근 청년으로 대표되는 이른바 'MZ세대'만이 워라밸을 찾는다는 잘못된 인식들이 팽배하다. 하지만 적게 일하고 많이 벌고 싶은 마음을 과연 어느 세대가 부정할 수 있을까.이동현기자<정경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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