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클리포유 커버 스토리] MZ세대 사로잡은 재밌는 불교문화 (1) MZ는 불교도 '힙하게'

  • 조현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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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5-10 08:18  |  수정 2024-05-10 08:21  |  발행일 2024-05-10 제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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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는 가톨릭 신자다. 모태신앙 신자는 아니고, 성인이 되고 나서 세례받았다. 지난 3월 부활절에 받았으니 비교적 최근이다. 큰 고난이 닥쳤을 때 신앙이 있으면 위로를 받을 수 있을 것 같아 종교를 갖게 됐다. 천주교를 택한 건 살면서 만난 가톨릭 신자들이 하나같이 다 좋은 사람들이었기 때문이었고, 거창한 이유는 없었다. 그래서인지 내 신앙 생활에 피해를 주지 않는 한 다른 종교에 대한 배타적인 감정은 크게 없는 편이다.

그런 종교 중 대표적인 게 불교다. 체질적으로 경쟁과는 맞지 않는 성격이지만 어릴 적부터 무한한 경쟁에 치여 살아왔다. 그러니 번 아웃, 지치는 순간이 많았는데, 그럴 때마다 스님의 말씀이 담긴 문구를 보면서 편안함을 얻었다. 조금은 쉬어가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 정도였을 뿐, 불교에 더 이상의 관심을 가지긴 쉽지 않았다. 다소 엄숙하고 근엄한 이미지가 있어서인지 진입 장벽이 느껴졌다.

그러다 최근 한 행사를 보고 깜짝 놀랐다. "이 또한 지나가리, 이 또한 지나가리, 고통을 이겨내 극락왕생!" 서울국제불교박람회라는 행사가 지난달 열렸는데, 한 스님이 EDM 음악에 맞춰 춤을 추고 노래하고 있는 것이었다. 관객도 중·노년층일 거란 생각과 다르게 대다수가 젊은 청년들이었다. 진지하고 보수적일 것 같았던 불교 행사가 청년들의 놀이터였다. 이뿐만 아니라 AI 부처의 고민 상담, 인스타그램 스타 스님의 강연 등 최근 트렌드가 결합된 프로그램도 다수 진행됐다.

'그렇지. 종교 행사가 무조건 진중할 필요는 없지.'

이 행사를 접한 후 기존에 갖고 있던 불교에 대한 편견이 깨지고 불교라는 종교가 조금 더 친숙하게 다가왔다. 온라인상에도 기자와 같은 반응을 보이는 네티즌들이 많았다. "세상 힙한 불교" "시대의 흐름을 탈 줄 아는 유연한 종교" "중요한 건 형태가 아니라 본질" 등의 댓글이 쏟아져 나왔다. 후기를 살펴봐도 불교는 어렵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행사를 둘러보니 재미있다는 반응이 대다수였다.

이외에도 다양한 이색 프로그램들이 열리고 있어 불교의 인기는 더욱 뜨거워지는 모양새다. 그중에서도 MZ세대의 반응이 뜨겁다. 국제불교박람회 행사 주최 측도 불교 신자가 감소하는 시대에 무종교 인구가 많은 젊은 세대에 친숙하게 접근하기 위해 '재밌는 불교'를 콘셉트로 잡았고, 실제 방문객도 대다수가 청년이었다고 한다. 사찰을 방문하는 이들도 늘어나면서 대학생이면 단돈 1만원에 1박2일 동안 사찰 생활을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최근 마련됐다.

불교는 어떻게 젊은 세대를 사로잡았을까. 젊은 세대는 어쩌다 불교에 관심을 갖게 됐을까. 무슨 일이든 '강요'가 뒤따르면 거부감이 들기 마련이다. 종교도 마찬가지다. 억지로 붙잡고 포교하면 관심을 가지려 해도 가질 수 없다. 그런 점에서 불교는 아주 성공적인 포교 사례다. 강요 대신 '재미'와 '의외성'으로 이들을 사로잡았기 때문이다. 연령대에 맞춘 포교 방법, 종교와 그들의 문화를 적절히 결합한 새로운 콘텐츠를 잘 활용했다. 이에 이번 위클리포유에서는 부처님 오신 날을 맞아 MZ세대에서 불교 문화가 인기를 끄는 현상에 대해 다뤄본다.

조현희기자 hyunhee@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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