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관행적인 도로 점거 집회 지양해야

  • 권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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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5-08 08:09  |  수정 2024-05-08 08:49  |  발행일 2024-05-08 제23면

이홍수
이홍수 (대구경찰청 경비경호계장)

지난 1일 공평로에서 민주노총 대구본부가 주관하는 노동절 집회가 개최됐다.

8천명이 5개 전 차로 점용을 신고했으나, 경찰은 대중교통 등 시민의 통행권 확보를 위해 1개 차로를 제외한 나머지 4개 차로만 집회 장소로 사용하도록 제한을 통보했다. 또 통행로와 참가자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질서유지선(펜스) 설정을 고지했다.

이러한 경찰의 조치로 무대설치 등 집회준비를 하는 6시간 동안에도 시민들은 1개 차로는 정상적으로 통행할 수 있었으며, 특히 동인네거리에서 교동네거리를 거쳐 시청 방향으로 좌회전을 하는 차량에 큰 도움이 됐다. 집회시위의 자유와 통행권이 조화롭게 공존했던 것이다

하지만 주최 측은 집회를 시작하기 직전, 참가자들을 선동하여 질서유지선 훼손과 통행로 불법 점거를 실시하고, 소음기준을 초과하는 등 시민들에게 큰 불편을 줬다. 그러면서 집회·시위는 허가제가 아닌 신고제이고, 전 차로 점용 신고를 했기 때문에 정당하다고 주장한다.

집회 신고만으로 전 차로의 점용권한을 무조건적으로 가질 수 있는 것일까. 집회 참가 인원이 많으니 전 차로를 점용하겠다고 신고를 하고, 실제 참가하는 인원이 그 절반도 안 된다면 그 도로를 이용하지 못한 시민들의 불편은 어떻게 해야 할까.

과거 군사독재와 권위주의 정부에 대한 저항의 수단으로써 시민들은 거리로 뛰쳐 나왔으며, 오늘의 민주화를 이룩했다. 이로 인해 아직까지도 전 차로 점거로 인한 교통방해와 소음은 무조건 감수해야 한다는 인식이 남아 있다.

하지만 도로는 기본적으로 특정 집단, 단체의 것이 아닌, 차량 소통을 위한 시민 모두의 공간이다. 집회의 자유 못지않게 제삼자의 기본권(통행권, 평온권 등) 역시 중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으며 주요 도로의 경우 대중교통 등 최소한의 통행권은 보호받아야 한다.

헌법은 집회·시위의 자유를 보장(신고제)하면서도 국가안보나 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해서는 법률로써 제한하도록 하고 있다. 집시법 제12조에서는 주요 도로에서의 집회 시위에 대하여 차량 소통을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하면 제한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다. 집회 장소인 공평로는 집시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주요 도로이기 때문에 제한의 대상이 된다. 다른 지역에서도 주요 도로에서 개최된 노동절 집회는 모두 일부 차로에서만 개최되었다.

그러나 이번 대구의 경우, 실제로는 신고인원의 절반인 3천~4천명만이 참가하여 집회 공간이 충분하였음에도 나머지 한 개의 시민 통행로마저 불법 점거한 것은 아직도 약자라는 인식하에 다른 시민의 기본권은 전혀 개의치 않는 관례화 된 특권의식 때문이다. 만약 경찰의 제한 통고를 수긍하지 못한다면 법원을 통한 구제 절차를 신청했어야 한다.

경찰은 질서유지선을 훼손하여 통행로를 점거하고, 소음기준을 위반한 이번 불법행위에 대해 엄정한 조치를 할 예정이다.

불법, 뗏법이 일상화될 경우 우리 사회질서는 혼란을 거듭하고 국민의 불편은 극에 달할 것이다. 이번 조치를 통해 집회·시위의 자유를 보장받고 싶다면 통행과 일상 평온 등 다른 기본권 보장에도 더욱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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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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