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속으로] 길에 떨어진 명품 팔찌 가져갔는데 '점유이탈물횡령죄' 아닌 '절도죄' 적용…왜?

  • 김태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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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5-09 15:48  |  수정 2024-05-09 15:49  |  발행일 2024-05-10 제6면
60대 남성 A씨 2천만원 상당 명품 금팔찌 주어가
팔찌 주인 30대 여성 즉시 신고…CCTV 확인으로 덜미
경찰, 절도 혐의로 불구속 입건…"분실 사실 바로 알아차려 이탈물 아냐"
중부서
대구 중부경찰서 전경. 영남일보DB.

대구 도심 한복판에서 길에 떨어진 수천만원 대 명품 팔찌를 주워간 60대 남성이 절도죄로 처벌을 받게 됐다. 남의 수중에 있는 금품을 훔친 게 아니라 길에서 주웠을 뿐인데, '점유이탈물횡령죄'가 아니라 더 무거운 처벌을 받는 절도죄가 적용된 것이다.

9일 대구 중부경찰서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오전 6시 45분쯤 중구 동성로의 한 무인 사진관 앞을 지나던 60대 남성 A씨가 길에 떨어진 금팔찌를 주웠다. 해당 팔찌는 해외 명품 브랜드로, 2천만 원 상당의 고가 제품. 팔찌를 주워 주변을 둘러본 A씨는 그대로 가져갔다.

불과 몇 분 후 팔찌 주인인 30대 여성 B씨가 분실 사실을 깨닫고 무인 사진관 일대를 둘러봤지만, 이미 팔찌는 A씨가 가져간 후였다. 이에 B씨는 즉시 경찰에 신고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일대 CCTV를 통해 A씨가 팔찌를 주워 가져가는 장면을 확인했다. 이어 A씨의 인적사항을 파악하고 연락을 취해 경찰서로 출석할 것을 요구했다.

경찰에 출석한 A씨는 조사에서 "길에 떨어진 팔찌를 주웠을 뿐이다. B씨가 팔찌를 떨어트린 장면은 보지 못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가져간 팔찌도 경찰에 반납했다.

하지만, 경찰은 지난 6일 A씨를 절도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통상 길에 떨어진 돈이나 금품을 가져갈 경우 현행법상 '점유이탈물횡령죄'에 해당해 1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그러나, 경찰은 B씨가 팔찌를 떨어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분실 사실을 깨달은 점을 들어 팔찌가 B씨의 소유에서 완전히 이탈한 게 아니라고 봤다. 이에 따라 A씨의 행위를 타인(B씨)의 재물을 절취한 '절도'로 판단했다. 절도죄는 6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경찰 관계자는 "길에 떨어진 돈이나 금품은 발견 즉시 신고하거나 인근 경찰관서에 전달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김태강기자 tk11633@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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