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성은의 천일영화] 탈출 없는 세상으로의 탈출-'쇼생크 탈출' '혹성탈출:새로운 시대'

  • 윤성은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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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5-10 07:08  |  수정 2024-05-10 07:08  |  발행일 2024-05-10 제26면
탈출 들어간 영화 두 편 개봉
관객들 관심 가질 작품으로
희망을 믿는 이에게 언제나
탈출의 틈 열려있다는 것이
두 영화의 공통된 메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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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성은 영화평론가

지난 8일 '탈출'이라는 단어가 들어간 두 편의 영화가 개봉했다. 엄밀히 말하자면 한 편은 재개봉작이다. 많은 이들의 인생작 리스트에서 발견할 수 있는 '쇼생크 탈출'(감독 프랭크 다라본트, 1994)은 30년 만에 리마스터링 버전으로 다시 극장에서 관객들을 만나고 있다. 1995년 아카데미 시상식 7개 부문 후보에 오른 작품으로, AFI(미국영화연구소)에서 선정한 역대 최고의 할리우드 영화 100선에서도 선정된 바 있다. 오래된 명작들은 현대 디지털 기기의 사양에 맞춰 고화질로 업그레이드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극장에 다시 걸리고 나면 IPTV 등에서 더 높은 가격이 책정될 수 있어 판권을 가진 회사들은 홍보비를 들여서라도 재개봉하는 방법을 많이 택한다. '쇼생크 탈출' 정도의 명작이라면 관객들로서도 반길 만하다. 특히, '범죄도시 4'(감독 허명행) 말고는 볼 만한 상업영화가 개봉하지 않아 영화의 선택권이 줄어든 시기에는 더욱 그렇다.

'쇼생크 탈출'은 스티븐 킹의 중편 소설, '리타 헤이워드와 쇼생크 탈출'을 원작으로 만들어졌다. 아내와 그녀의 정부를 죽였다는 누명을 쓰고 두 번의 종신형을 받은 앤디 듀프레인이 악명 높은 쇼생크 교도소를 탈출하는 과정을 그린 작품으로, 각본부터 미장센, 음악, 주조연들의 연기까지 모든 면에서 완성도가 높다. 그러나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포악한 간수와 죄수들의 억압 속에서도 인간답게 살아가려 했던 앤디의 태도, 그리고 그가 지혜와 끈기로 탈출에 성공하는 과정이었을 것이다. 앤디는 거의 20년간 교도소에서 살면서도 복종하는 삶에 길들지 않으려 부단히 노력했으며, 도서관을 짓고 죄수들을 가르치는 등 하루하루의 삶에서 보람을 찾으려 했다. 50년간의 복역을 마치고 세상 밖으로 나간 '브룩스'(제임스 휘트모어)가 사회에 적응하지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과는 대비된다. 영화는 브룩스와 앤디의 대비를 통해 복종에 익숙해진다는 것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 일깨운다. 앤디의 절친이 된 '레드'(모건 프리먼)는 희망은 위험한 것이라고 했지만, 앤디는 희망이 좋은 것이고 좋은 것은 영원하다고 했다. 그리고 그 희망 때문에 앤디는 쇼생크를 탈출할 수 있었다.

'혹성탈출:새로운 시대'(감독 웨스 볼, 2024)는 인간 문명이 저물어버린 시대에 유인원과 인간의 전복된 관계를 전제하면서 출발한다. 즉, 등장인물들은 대부분 유인원이고, 이들은 언어와 도구를 사용할 줄 알며, 무엇보다 인간을 미개한 동물로 알고 있다. 어느 날, 가족 및 친구들과 평화로운 삶을 살고 있던 유인원 '노아'는 다른 부족의 '프록시무스' 무리가 침략해 오는 바람에 혼자가 된다. 이후 부족을 구하기 위한 그의 여정에 정체 모를 인간이 합류하면서 모험이 펼쳐진다. 프록시무스는 자신의 권력을 위해 타부족 유인원을 노예로 삼고, 과거의 인간 문명을 손에 넣고자 한다. 프로덕션은 장대하고 서사도 허술하지 않지만 인간보다 유인원이 주도하는 영화를 보고 싶어 하는 관객들이 얼마나 있을지는 의문이다. 그럼에도 노예로 지내던 노아의 부족이 정체성을 찾고 자유를 찾는 장면에서는 뜨거운 것이 올라온다.

누군가 또는 무언가로부터의 탈출이 필요하지 않은 세상에 살고 있다면 얼마나 행복하겠는가마는 역사는 천하태평의 시대란 허상에 가깝다고 말한다. 그래도 희망을 믿는 이들에게 언제나 탈출의 틈은 열려 있다는 것이 30년이란 간극을 둔 두 영화의 공통된 메시지임에는 틀림없다.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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