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日王이 꿇어 엎드려 사죄하라

  • 입력 2007-03-09 07:16  |  수정 2007-03-09 07:16  |  발행일 2007-03-09 제27면

미 하원에 제출된 '태평양 전쟁시기 일본군 종군위안부 피해자 문제 해결 촉구 결의안(종군위안부 결의안)'을 두고 미·일 양국 언론들이 진검승부를 벌이고 있다. 설전(舌戰)이긴 하지만 마치 태평양 전쟁 당사국끼리 다시 한 판 붙은 형국이다.

최근 아베 신조 총리가 종군위안부 결의안에 대해 "위안부 강제동원 근거는 없다. 미 하원에서 통과되더라도 사죄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하자, 뉴욕타임스가 6일자 '위안이 아니다(No Comfort)'라는 제목의 사설을 통해 "당시 행위는 상업적 성매매가 아니라 일련의 성폭행"이라고 쏴붙였다. LA 타임스도 7일자 사설에서 "아키히토 일왕(日王)이 깊이 사죄함으로써 태평양 전쟁 중 저지른 극악무도한 '종군위안부' 문제를 해결하려는 전향적 자세를 취ㅂ하라"며 일본을 성토했다.

미국 언론이 일왕을 향해 사태해결을 촉구한 것이다. 일왕이 누군가. 일본인들의 정신적 지주는 물론, 신(神)적인 존재다. 미국이 나가사키와 히로시마에 핵폭탄을 투하한 후, 라디오 방송에 나와 울먹이며 일본국민들에게 무조건 항복하라고 명령했던 인물이 바로 히로히토 일왕이다. 일본점령군 사령관인 맥아더가 전범처리와 군국주의를 포기하는 평화헌법 제정보다 더욱 신경을 썼던 부분이 바로 '일왕은 신의 자손인 텐노(天皇)가 아니라 단지 인간일 뿐'이라는 점이었다. 그만큼 일왕의 일본인들에 대한 영향력은 상상을 초월한다.

아키히토 일왕이 아버지를 대신해 20만명에 이르는 종군위안부에게 사죄를 하라는 지적은 백번 천번 맞는 말이다. 종군위안부 결의안이 마련된 취지도 일본 총리가 국가원수 자격으로 공개성명을 통해 진지하고 진심에서 우러나온 사과와 반성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포함한 헌법개정안을 발의하고 다음달 지방선거 등에서 우익의 지지세를 결집하려던 아베 총리로선 종군위안부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고 싶었을 것이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그는 국제사회로부터 맹렬한 역공을 자초한 셈이다.

차제에 종군위안부의 존재를 인정하고 화해와 용서를 구한다고 해서 일본국민들이 결코 초라해지지는 않는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유대인 대학살에 대해 끊임없이 무릎꿇고 용서를 구했던 독일의 사례도 있다. 종군위안부들이 하나 둘씩 세상을 뜨고 있다. 이들의 생전 소원은 일본정부의 진심어린 사과다. 일본이 국제사회에서 더 이상 험한 꼴을 당하지 않기를 바란다.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