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대구로에서] 삼성 필드는 대구시민만의 꿈인가

  • 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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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08-29   |  발행일 2012-08-29 제30면   |  수정 2012-08-29
대구야구장 건설
삼성이 발 뺀 건 시민 기대 저버린 것,
명명권이라도 사서 삼성 필드 만들어야
[동대구로에서] 삼성 필드는 대구시민만의 꿈인가

8월26일 벌어진 프로야구 4경기에 총 4만8천592명이 입장해 누적 관중이 604만6천19명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처음 600만 관중을 넘어선 프로야구는 이로써 사상 첫 2년 연속 600만 관중을 넘어서는 경사를 맞았다.

지난 14일에는 포항야구장이 삼성과 한화의 개막경기를 시작으로 개장했다. 경북 최초의 야구전용구장으로 1만747석의 관람석을 갖추었다. 타원형의 구조로 외야에는 관람석을 설치하지 않는 대신 가족과 연인이 함께 야구를 즐길 수 있는 피크닉존과 패밀리존을 천연잔디로 조성했다. 한국판 ‘리글리필드’(메이저리그 시카고 커브스의 홈구장)’인 셈이다.

프로야구의 신바람을 지켜보는 대구시민은 삼성을 향해 불만을 토로했다. 어느 광팬은 “대구가 삼성그룹의 모태가 되는 곳이고 삼성라이온즈가 홈으로 삼고 있는데, 왜 삼성물산이 대구야구장 건설을 포기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삼성이 겨우 사업비 100억원이 부족하다고 대구야구장건설을 다른 업체에 넘어가도록 하다니…”라는 볼멘소리는 물론 “대구야구장을 삼성이 건설하고 이름을 ‘삼성 필드’나 ‘갤럭시 필드’라고 부른다면, 광고효과는 물론 대구시민의 삼성에 대한 애정이 더욱 커졌을 것”이라는 이야기도 같은 맥락에서 나온다.

대구시가 대구야구장을 대신할 돔구장을 건설할 계획을 세우고 민자유치에 나섰을 때만 해도 순진한 대구시민은 삼성이 나서주지 않겠느냐고 생각했다. 이 같은 기대가 빗나가면서 공사비가 돔구장의 3분의 1에 불과한 개방형 구장으로 짓기로 계획을 바꿨고, 그제서야 등 떠밀린 삼성라이온즈가 500억원의 사업비를 대기로 했다.

대구야구장사업이 지난 3월 조달청 입찰로 나오면서 자연스럽게 공사를 담당할 기업에 눈길이 쏠렸다. 공사비만 1천14억원에 이르는 대규모 공사인 것은 차치하고라도 대구를 대표하는 랜드마크로 건립되기 때문이었다. 당연히 건설업계에서는 500억원을 삼성라이온즈가 부담하기로 한 만큼 삼성물산이 수주할 것으로 보았다.

그러나 공사비가 당초 계산보다 300여억원이 더 들어갈 것으로 드러나자 삼성물산은 한발 물러났다. 대구시가 규모를 축소하고 사업비를 증액한 2차 입찰에 대우건설 및 한양 2개 컨소시엄이 참여했으나 삼성물산은 불참했다. 부족한 공사비를 올리기 위해 대우건설에 입찰 참가를 만류했다는 이야기까지 나돌았다.

수익을 목적으로 하는 민간기업체가 적자가 불가피한 공사를 피하는 것은 당연한 일일지 모른다. 그러나 대구시민이 생각하는 것은 다르다. 앞으로 40∼50년 동안 대구시의 랜드마크 역할을 하는 것은 물론 연고구단 삼성라이온즈가 홈구장으로 사용해야 할 야구장이라면 삼성물산이 공사를 하고 삼성의 이름을 딴 야구장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프로야구가 우리보다 한참 앞선 미국을 보면 기업들이 자사의 브랜드를 홍보하기 위한 마케팅 수단의 하나로 연간 수백만달러에서 많게는 수천만달러에 이르는 돈을 내고 ‘명명권(Naming Rights)’을 갖는다. 뉴욕 메츠 구장의 명명권을 획득한 씨티은행으로 인해 메츠 홈구장은 씨티 필드라 불리고,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구장의 명명권을 획득한 체이스은행으로 인하여 그곳 홈구장은 체이스 필드라 불린다.

삼성이 대구야구장을 건설하지 못한다면 ‘명명권’이라도 사서 ‘삼성 필드’라고 부를 수 있길 대구시민은 바라고 있다.

전영 경제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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