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대목인데…전통시장 상인도 손님도 울상

  • 최우석,박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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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09-24 07:36  |  수정 2012-09-24 15:29  |  발행일 2012-09-24 제19면
이어진 태풍 피해로
채소·과일류 가격 급등
상인들 마진율 낮춰
판매량 늘리려 해도
소비자는 비싼 가격에
구경만하다가 발길 돌려
20120924
추석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23일 오후, 대구 서문시장이 추석 장을 보는 사람들로 크게 붐비고 있다. 박관영기자 zone5@yeongnam.com

23일 대구의 대표적인 전통시장인 서문시장과 칠성시장. 추석을 일주일 앞두고 차례용품을 사기 위해 나온 사람들로 북적거려, 시장은 활기를 띤 듯 보였다. 그러나 태풍 피해 등으로 채소나 과일 등의 가격이 급등해 상인과 고객 모두 작년 추석 때보다 위축된 모습이었다. 상인들은 공급받은 가격 자체가 워낙 높다보니 마진율을 종전보다 낮춰서라도 판매량을 늘리려 하지만, 소비자들은 치솟은 차례용품 가격 때문에 구매량을 줄였다.

이 때문에 상인들은 “올해는 추석대목이 없다”며 한목소리를 냈다.

◆상인들 “올해는 추석 대목이 없다”

“작년 추석과 비교하면 매출은 비슷하지만 순이익은 절반 수준이에요. 지난해는 100만원어치 팔면 15만원 남았지만 올해는 8만원 정도 남아요.” 서문시장에서 채소류를 판매하는 현명희씨(여·54)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볼라벤’과 ‘덴빈’에 이어 ‘산바’까지 지난달 말부터 한반도에 영향을 준 태풍 피해로 채소와 과일류의 가격이 급등한 탓에 고객들이 구매에 부담을 느끼자, 상인들도 울며겨자먹기로 가격 마진을 최소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판매되는 가격을 보면 상추는 1㎏에 1만원으로 작년 5천원의 두배에 달하며, 애호박은 개당 1천원에서 2천500원으로 올랐다. 또한 배추와 무 등의 가격도 50~170% 정도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과일상들도 한숨을 내쉬고 있었다. 사과와 배 등 주요 차례품목이 태풍의 영향으로 가격이 상승, 소비자들이 과일 구매를 줄이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선물용으로 많이 판매되던 과일의 특성상 가격이 상승하면서, 판매량은 크게 감소했다. 15㎏ 배 한 상자는 3만5천원으로, 작년 추석 때의 2만2천원보다 60%나 올랐다. 포도(12㎏)와 복숭아(4.5㎏)는 12∼30% 상승했다.

칠성시장에서 과일가게를 운영하는 정모씨(58)는 “작년까지만 해도 한 박스씩 구매하는 손님이 많았는데, 올해는 가격을 묻더니 낱개로 구매해간다. 작년까지 선물용으로 대량 구매한 업체들도 올해는 멸치 등으로 품목을 변경해 매출이 줄었다”고 울상을 지었다.

◆주부들 “올라도 너무 올랐다”

다른 차례용품보다 미리 준비할 수 있는 수산물을 판매하는 가게 역시 사정은 비슷했다. 태풍으로 원근해 조업이 자주 중단돼 수산물 가격이 가파르게 상승해 오징어와 낙지, 참조기 등의 가격이 많게는 300% 이상 올랐기 때문이다. 서문시장 수산물가게 상인들에 따르면 지난해 5만원하던 참조기(12㎏)는 2배 오른 10만원에 판매 중이며, 1만5천원이던 오징어(6㎏)는 무려 3배나 뛴 4만5천원선에 가격이 형성돼 있다. 다만 고등어와 갈치 등의 품목은 어획량이 늘어나며 가격이 하락했다.

서문시장에서 수산물가게를 운영하는 한모씨(여·47)는 “비싸게 팔고 싶어서 파는 게 아니다. 그 가격으로 팔아도 남는 것이 없다”며 “추석 대목을 앞두고 기대가 컸는데 자연재해로 이런 상황이 벌어지다보니 원망할 곳도 없고 답답하다”며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상품 가격이 급등하면서 대형마트들의 파격할인행사와 비교해 할인에 제한이 있는 전통시장의 한계점을 걱정하는 상인들도 많았다. 서문시장에서 10여년째 건어물가게를 운영 중이라는 한 상인은 “대량으로 상품을 공급받는 대형마트들의 경우 상대적으로 전통시장보다 할인 폭이 클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가격을 낮추다보니 상인들은 점점 어려워진다”고 말했다.

추석을 앞두고 시장을 찾은 시민들도 비싼 가격에 놀라기는 마찬가지였다. 과일가게에서 배 가격을 물어본 후 발걸음을 돌리던 최유주씨(여·33·대구시 수성구 지산동)는 “태풍이 계속 오는 것을 보고 과일 값이 많이 비싸질 것으로 예상은 했지만, 배 하나당 가격이 9천원이라는 말에 놀랐다”며 “조금 더 둘러본 후 살지말지 결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올해 추석 차례상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많았다. 차례준비를 위해 며느리와 함께 서문시장을 찾은 이성옥씨(여·65·대구시 북구 침산동)는 “전통시장이 대형마트보다 30% 정도 저렴하다는 뉴스를 보고 왔는 데도 이렇게 비싸니 올해 차례비용은 30만원으로도 부족할 것 같다”고 걱정했다.

최우석기자 cws0925@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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