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다잉 시대…요양시설 미리 알아두고 원치않는 연명치료 공증받는다

  • 이춘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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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01-11   |  발행일 2013-01-11 제34면   |  수정 2013-01-11
웰다잉 시대…요양시설 미리 알아두고 원치않는 연명치료 공증받는다
백세까지 병없이 자식들 곁에서 천수를 누리고 싶은게 인지상정이나 이미 세상은 요양시설에서 임종할 수 밖에 없다. 그렇다면 건강할 때 자신의 처지에 맞는 요양시설을 찾아두는 것도 가족행복을 위한 현명한 처신일 수 있다. <영남일보DB>


고강도 노인성 질병은 모두에게 고통…실버들이 알아둬야 할 ‘가족을 지키기 위한 2대 실천강령’


우리는 이제 집에서 자연사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 병에 걸려 병원에서 임종할 것이다. 준비되지 않은 임종은 가족에게 엄청난 고통을 준다. 사전에 자식들과 죽음에 대한 얘기를 자주 해야 한다. 부모가 부담스러워 하니 자식들이 먼저 의향을 물어보는 게 현명하다. 나중에 닥치면 당황하고 현명한 판단을 할 겨를도 없다. 그렇다면 아직 본격화되지 않은 요양문화에 대한 지식부터 축적해야 된다. 차세대 노인들이 자식을 벗어나 임종을 해야 될 공간이 바로 그곳이기 때문이다. 이와 동시에 건강할 때 공증대리인을 통해 자신이 원치 않는 연명치료가 어떤 게 있는가를 확실하게 밝혀두는 사전의료의향서를 작성해 두면 더욱 멋진 웰다잉을 맞이할 수 있다.



고강도 노인성 질환
일반병원도 불가항력
요양병원-요양원 등
시설 미리 알아두고
어디 이용할지 결정

요양원 입원하려면
등급 받아야 가능…
등급 판정 받지 못한
차상위계층 위해서
지자체 등서 지원도

(1) 요(遼)테크를 활용하라

치매 같은 고강도 노인성 질병에 노출된 경우 의료진의 의술이 전혀 먹혀들지 않는다. 일반 병원 중환자실에서도 불가항력. 집에서는 더더욱 모시기 어렵다. 편히 임종할 수 있는 노인요양시설을 찾아가야 한다.

2008년 7월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가 탄생한다. 기존 의료보험과 별개로 자립 불가능한 노인이 요양보호사, 치매센터, 요양시설 등을 이용할 경우 경제적 지원을 해주는 제도다. 하지만 요양시설의 종류가 상당히 복잡하게 얽혀있다. 실버환자도 상태에 따라 갈 곳이 다르다.

일차적으로 기본적인 의료서비스만 해주는 경우 요양병원으로 가야 한다. 거기서도 소용이 없을 경우 장기요양보험법에 의거 등급 판정을 받은자만 갈 수 있는 요양원(노인의료복지시설)으로 간다. 둘 다 본격적인 치료를 하는 곳은 아니다. 이미 의학적 회복이 힘든 노인에게 최소한의 의료서비스를 하면서 임종을 맞도록 유도해준다. 여기서는 치료보다 ‘돌봄’에 초점이 맞춰진다.

양로원은 노인주거복지시설로 스스로 일상을 할 수 있는 노인만 간다. 여기로 가려면 가족이 없거나 기초생활수급자만 갈 수 있다. 실버타운은 노인복지주택으로 월 100만~200만원을 감당할 만한 능력파 노인들이 갈 수 있다. 이밖에 요양보호사가 관리를 하는 9인 이하의 요양공동생활가정도 있다.

현재 전국에 2만2천여개의 각종 요양시설이 난립중이다. 아직 요양시설은 정상 궤도에 이르지 못했다. 잘못 선택하면 약이 아니라 ‘독’이 된다. 겉으로만 보아서는 어느 곳이 좋은지 쉽게 구분이 안 된다. 시설이나 서비스도 천차만별.

우선 요양원과 요양병원의 개념부터 알아야 한다. 이 두 곳은 일반 병의원 치료로 효과를 볼 수 없는 노인들이 주로 간다. 병원 의사들이 우리도 거의 할 도리를 다 했다고 하면 보호자들이 다음 수순으로 선택하는 공간이다. 기본 치료가 이어지는 곳은 요양병원이고 여기는 의료보험이 적용된다. 요양원은 더욱 엄격하게 관리된다.

요양원에 입원하려면 몇 가지 절차를 거쳐야 한다. 먼저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장기요양보험 등급을 받아야 한다.

장기요양보험에 가입하려면 65세 이상 노인은 국민건강보험공단지사 노인장기요양보험 운영센터에 등급판정신청을 위한 ‘장기 요양 인정 신청서’를, 65세 미만의 노인성 질환자는 장기 요양 인정 신청서와 함께 의사 소견서를 제출해야 된다. 신청서를 내면 환자의 몸 상태에 따라 1등급(최중증), 2등급(중증), 3등급(중등중), 등급 외(경증)로 구분된다. 그런 후 집에서도 요양할 수 있도록 재가 서비스를 신청할 수 있다.

그렇다면 ‘좋은 요양원’은 어딜까.

건보공단은 해마다 한 번씩 요양 기관을 평가해 등급을 매기고 이를 ‘노인 장기 요양 홈페이지(www.longtermcare.or.kr)’에 공개하고 있다. 최우수 기관은 A등급, 우수 기관은 B등급이다. 지역별로 검색하면 내가 사는 지역에 있는 요양원의 등급이 어느 정도인지를 알 수 있다. 그렇다고 등급을 맹신해서는 안 된다. 해당 시설을 직접 방문해서 청결 상태, 안전 시설, 의료 서비스 등을 꼼꼼하게 살펴야 한다.

요양병원은 일반 의료기관으로 분류되어 장기요양보험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 따라서 장애 등급과 나이 제한이 필요 없다. 일반 병원과는 달리 치료 비용에 간병비가 포함되어 있는 것이 특징이다. 현재 대구에는 50여개의 요양병원, 205개소의 요양시설, 600여군데의 재가노인복지시설 등이 있다.

▶ 차상위 계층도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등급 판정을 못받은 노인의 경우 이중고를 겪을 수 있는데 대구시에서 지난해 전국에서 처음으로 재가노인지원센터(43곳)를 만들었다. 지난해 4천400명이 이용했다. 센터 등에 연락해서 어려움을 입증하면 지원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안부확인·도시락밑반찬·일상생활지원 등을 지원해준다. 센터 관계자가 효자 노릇하는 것이다.

비등급자 노인을 위한 주간보호서비스 제도도 있다. 오는 3월부터는 치매노인종합지원시설이 4군데 생긴다. 비등급치매노인에게 조기검진 조기치료 서비스를 안겨준다. 지난해 2월 치매관리법이 생겼고 경북대병원 내 대구치매센터가 생겼다.

이강은 대구시 저출산고령사회과 노인복지담당 사무관은 “정부와 지자체, 의료계, 복지단체 등의 도움으로 생겨나고 있는 다양한 요양시설을 이용하면 자식에게 크게 부담을 주지 않고 임종할 수 있다”면서 “일부 잘못된 요양시설도 있지만 대다수 상상 외의 요양서비스를 지원해주고 있다”면서 건강할 때 자신이 훗날 어떤 요양시설을 이용할 건지 결정할 것을 당부했다.

<주>실버킹은 전국 첫 노인요양복지종합포털사이트로 070-8224-8500(070-8224-8502)으로 전화걸면 도움 정보를 준다. 대구시 노인요양시설 문의는 (053)803-3961.


웰다잉 시대…요양시설 미리 알아두고 원치않는 연명치료 공증받는다
가족에게 막대한 경제적 부담을 주는 연명치료를 선택적으로 거부할 수 있는 ‘사전의료의향서’, 필요항목에 원치않는 의료행위를 공증할 수 있다.


“의식 없어지더라도
기도삽관·기관지절개
인공기계호흡 등은
시행하지 말 것…”
정신이 명료할 때
미리 의향서 작성해
무의미한 연명 거부
자연스럽게 죽음 맞이


인터넷으로 신청하면
우편으로 발송해줘

(2) 사전의료의향서 작성하자

2009년 2월 선종한 고 김수환 추기경.

2008년 말부터 인공호흡기와 같은 기계적 치료에 의한 무의미한 생명 연장을 거부해왔다. ‘연명치료(장기간 의식 불명이나 뇌사 상태에 있는 환자의 생명을 연장하기 위한 의료 행위. 사실상 의식 회복이 불가능한데도 인공호흡기·심폐소생술 등으로 생명을 이어가는 것)’를 거부하고 자연스러운 죽음의 과정을 받아들임으로써 아름답고 존엄한 죽음을 몸소 실천해 보였다.

2009년 2월 서울고등법원은 환자 김모씨의 가족이 세브란스 병원을 상대로 낸 연명치료 중단 민사소송에서 ‘환자의 연명 치료를 중단 하라’는 판결을 내림으로써 존엄사와 안락사에 대한 사회적 공론을 일으켰다.

손명세 연세대 보건대학원장(59)은 지난해 9월 ‘사전의료의향서(Advanced Medical Directives) 실천모임’을 만들었다. 사전의료의향서 실천모임은 의료·법조·종교계 인사들이 한데 뭉쳐 일반인에게 연명치료 여부와 관련된 서약서를 돌리는 민간단체다.

사전의료의향서는 내가 죽음에 임박하였을 때, 어떤 치료는 하고 어떤 치료는 하지 말아 달라는 의사를 미리 밝혀 놓는 서류다. 병원에서 죽음을 맞이한다는 것은 단순히 집에서 병원으로 위치만을 바꾸는 게 아니다. 죽음의 전과정에 의료팀이 개입하게 된다는 걸 의미한다. 현대의학의 수준은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발전돼 있다. 죽음에 임박한 생명을 별로 힘들이지 않고 연장할 수 있을 정도로 기술은 첨단화됐다. 심폐소생술, 인공호흡기, 그리고 각종 약물을 사용하면 이미 사망한 사람의 호흡과 심장의 박동도 계속 유지할 수 있다.

최근 우리 법원은 생명의 유지를 중지시킬 권한은 사망자 본인에게만 있다고 본다. 따라서 죽음 상황이 벌어질 때를 대비하여, 정신이 명료한 지금 미리 자기의 의사를 적어 놓고, 이를 가족에게도 알리고 후에 그러한 상황에서 치료하는 의사에게 알려, 무의미한 생명의 연장을 하지 않게 하자는 것이 사전의료의향서이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내가 의식이 없어진 상태가 되더라도 기도 삽관이나 기관지 절개술 및 인공 기계호흡치료법은 시행하지 말 것. 내가 암성 질환에 대한 항암화학요법이 필요하다는 의료진의 판단이 있더라도 항암화학요법은 시행하지 말 것. 그 외 인공 영양법, 혈액투석, 침습적인 치료술도 시행하지 말 것. 그러나 탈수와 혈압유지를 위한 수액요법과 통증관리 및 생리기능 유지를 위한 완화의료의 계속은 희망하며, 임종시 혈압 상승제나 심폐소생술은 시행하지 말 것’.

닥치거나 당하는 죽음이 아니라 ‘맞이하는 죽음’을 선택할 권리를 찾자는 것이다.

공증 대리인은 환자가 의식불명 상태가 됐을 때 의료진과 상의해 연명치료 중단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

▶사전의료의향서 증서를 받는 절차

네이버 등 포털사이트에서 ‘생명윤리정책연구센터’의 사전의료의향서 관련 사이트에 접속해 사이트 내 ‘사전의료의향서 신청’화면에서 신청하면 우편으로 발송해준다.

▨문의=연세대 사전의료의향서 실천모임(02-2228-2670), 보건복지부 지정 생명윤리정책연구센터(02-737-8980), 보건복지부 보건산업정책국 생명윤리안전과(02-2023-8485), 보건복지콜센터 129
이춘호기자 leekh@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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