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 對 신작] 마이 리틀 히어로·박수건달

  • 윤용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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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01-11   |  발행일 2013-01-11 제40면   |  수정 2013-01-11
[신작 對 신작] 마이 리틀 히어로·박수건달


★ 마이 리틀 히어로

다문화 소년-3류 음악감독의 뮤지컬 오디션 도전기


대한민국의 오디션 열풍은 안방극장 주말 예능프로그램에서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참가자들은 자신의 능력과 끼를 마음껏 발산하며 제도권 진입의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 하고, 시청자들은 그들의 열정어린 모습에서 감동을 받는다. 평범하지 않은 사연을 가진 참가자라면 누구보다 대중의 마음에 한발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다. 어떤 누군가에겐 벅찬 희망이자 진정한 영웅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마이 리틀 히어로’는 사회적 편견과 냉대에도 결코 꿈을 포기하지 않았던 두 사람의 이야기다. 미국의 명문 음대 출신으로 자신을 포장하고 있는 무명 음악감독 유일한(김래원). 허세와 속물근성으로 똘똘 뭉친 그는 미국 브로드웨이 진출만을 꿈꾸며 살아가는 인물이다. 그런 그에게 제작비 100억원대의 대형 뮤지컬인 ‘조선의 왕’ 무대감독으로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단 블라인드 테스트로 선택한 아역배우와 함께 팀을 이뤄 오디션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그 영광을 누릴 수 있다. 일한은 천상의 목소리를 타고난 영광(지대한)을 선택하지만 노래실력 빼고는 다른 아이들에 비해 비주얼, 춤실력 등 어느 것 하나 내세울 것 없는 그를 탐탁지 않게 여긴다. 결정적으로 영광은 필리핀인 엄마를 둔 혼혈아. 그런 영광이 조선의 왕 역을 뽑는 오디션에 통과한다는 것이 쉽진 않겠지만 일한은 희망을 버리지 않고 그를 하드트레이닝 시킨다.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 익숙해진 멘토링이 ‘마이 리틀 히어로’에선 사회적 약자일 수 있는 다문화 가정 태생의 영광에게 투영된다. 일한 역시 ‘유학파’라는 허울만 있을 뿐 아무도 찾는 이 없는 아동뮤지컬을 전전하며 재기를 꿈꾸고 있다는 점에서 루저에 가깝다. 영화는 그런 두 사람이 서로에게 멘토이자 멘티가 되는 현실적이고 따스한 시선을 따라간다. 피부색과 나이를 초월한 두 사람의 소통과정이 비록 오디션 프로그램과 다문화 가정이라는 다소 진부한 설정으로 장치되었지만 그럼에도 이 영화가 사랑스러울 수 있는 이유다.

이야기는 사회적 편견에 맞서는 모습은 가급적 배제하고 오디션을 통해 대박을 꿈꾸는 일한과 소박한 희망을 꿈꾸는 영광에게 집중한다. 가진 건 없어도 허세만은 일류인 일한과 천부적 소질을 가지고 있음에도 언제나 태생적 한계에 부딪혀 온 소년 영광이다. 이처럼 공감대가 형성될 수 없는 극과 극의 두 사람이지만 삐걱거리면서도 조금씩 마음을 열고 꿈을 향해 나아가는 모습은 시종 리듬을 타듯 경쾌하다. 특히 꿈을 향해 잠재된 능력을 뽐내는 영광의 순수한 열정이 발산되는 중반부터 영화는 신선한 매력과 긴장감을 제공하며 재미와 감동을 배가시킨다.

때 묻지 않은 순수함과 포기를 모르는 근성을 지닌 영광은 이 영화를 빛나게 만든 보석같은 존재다. 영광 역은 실제 다문화 가정의 소년인 지대한이 맡았다.

연출을 맡은 김성훈 감독은 “영화 준비에 앞서 처음 취재를 나갔을 때 첫 번째로 만났던 아이가 지대한이다. 그 후 아무리 오랜 오디션을 진행해도 지대한군을 처음 만나 느꼈던 강렬한 인상을 잊을 수 없었다”며 그를 캐스팅한 이유를 밝혔다.

800:1의 경쟁률을 뚫고 영광 역에 낙점된 지대한은 연기는 물론 춤과 노래, 수많은 공연 장면을 소화해 내기 위해 촬영 6개월 전부터 피나는 트레이닝 과정을 거쳤다. 이를 통해 지대한은 마치 자신의 이야기를 하듯 꾸밈 없고 진심 어린 연기로 감동을 전할 수 있었다.

‘마이 리틀 히어로’가 흥미로운 또 다른 이유는 오디션 경쟁과정에서 펼쳐지는 화려한 뮤지컬 장면이다. 김성훈 감독은 리얼리티를 더하기 위해 실제 뉴욕 브로드웨이 로케이션을 감행하는 등 풍성한 볼거리와 음악, 유쾌한 웃음 속 꿈과 희망에 대한 의미 있는 메시지를 담아내기 위해 노력했다. 덕분에 춤과 노래가 있는 뮤지컬의 다채로운 볼거리는 색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극 중에서 차례로 선보이는 뮤지컬 무대는 공연 전문가들이 합류하며 완성도를 더했다. 뮤지컬 ‘파이브 코스 러브’ ‘쓰릴미’ 등의 연출을 맡았던 이종석 감독, 뮤지컬 ‘스프링 어웨이크닝’의 조선아 음악 감독, 그리고 ‘김종욱 찾기’ ‘페임’을 담당했던 홍세정 안무가가 맡아 다채로움을 선사했다. 가슴 따뜻한 감동의 드라마에 환상의 뮤지컬까지, 흔치 않은 ‘원 플러스 원’의 기회를 제공한다.

[신작 對 신작] 마이 리틀 히어로·박수건달


★ 박수건달

밤엔 건달, 낮엔 여성 무당으로 분한 박신양표 코믹물

이번엔 박수무당이 된 건달이다. 2001년 ‘조폭 마누라’로 여자 조폭이자 마누라라는 흥미로운 캐릭터를 탄생시킨 조진규 감독이 다시 한번 ‘박수건달’을 통해 하루아침에 운명이 뒤바뀐 한 건달의 이야기를 코믹하게 펼쳐간다.

건달생활로 남 부러울 것 없이 승승장구하던 광호(박신양)가 그 주인공. 어느 날 조직내 파벌싸움 과정에서 칼을 막다 손금이 바뀌게 된 이후부터 광호의 신변에 믿기 힘든 일이 벌어진다. 수족관의 물고기가 말을 걸어오고, 죽은자들이 보이기 시작한 것. 이를 떨쳐내려 굿을 하러 간 그에게, 되레 무당이 될 팔자라는 청천벽력 같은 소리를 듣게 된다. 이를 거부하던 광호는 수차례 죽을 고비를 경험한 후에야 신내림을 받게 된다. 이제 낮에는 박수무당, 밤에는 건달이라는 광호의 이중생활이 시작된다.

조폭 코미디 장르에 휴먼 드라마가 절묘하게 어우러진 이종교합 형태의 ‘박수건달’은 액션과 코미디, 힐링까지 담으려는 의도가 노골적으로 비쳐진다. 자칫 이도저도 아닌 결과로 파생될 수 있는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지만, 다행히 최악의 상황까지 가지는 않았다. 역시나 캐릭터 창조에 탁월한 능력을 지닌 조진규 감독의 존재감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다. 여기에 힘을 보탠 건 ‘절로 간 조폭’이라는 흥미로운 발상으로 사랑을 받았던 ‘달마야 놀자’(2001)의 박규태 작가가 각본을 맡았다는 점이다. 웃을 때와 울 때의 절묘한 타이밍을 알고, 이를 적절히 활용할 줄 안다는 점에서 두 사람이 빚어내는 시너지는 우려보다 기대감이 우선한다.

이 영화의 진정한 매력은 신내림을 받은 광호의 이중생활이 펼쳐지는 순간부터다. 아줌마 신이 들린 터라 짙은 화장은 기본, 점을 보러온 손님들에게 앙칼지게 호통을 치다가도, 그들의 억울한 속내를 시원하게 달래주는 쪽집게 신빨로 대한민국 넘버원을 자랑한다. 이 과정에서 그의 좌충우돌 이중생활 모습은 또 다른 볼거리다. 가장 마초적인 집단인 건달과 여성적인 성향이 강한 박수무당이라는 캐릭터의 충돌과정은 이 영화를 관통하는 웃음의 동력원으로 작용한다.

조진규 감독은 여기에 더해 또 하나의 히든 카드를 내놓는다. 바로 휴먼 드라마로의 전환이다. 죽은 자를 볼 수 있는 능력을 지닌 광호를 부각시킨 중반부터 액션과 코미디로 리드미컬하게 진행되던 영화는 잠시 템포를 늦추고 인간적으로 변화해가는 광호에 주목한다. 그는 처녀귀신의 청을 들어주기 시작하면서 죽은자들의 또 다른 소통창구가 된다. 조진규 감독은 그런 점에서 ‘박수건달’을 “딜레마에 관한 영화”라고 정의를 내린다. 그는 “어떤 상황이 닥쳤을 때 나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로 이런 딜레마의 관점에서 심리적으로 즐길 수 있을 것”이라는 설명까지 덧붙였다.

박신양은 이 작품의 의도를 제대로 파악하고 구체화시켰다. 개성넘치는 많은 캐릭터들이 등장함에도 원맨쇼에 가깝게 느껴질 만큼 그의 존재가 돋보일 수 있는 건 신들린 듯 몰입하는 천부적인 연기력 때문이다. 무엇보다 박신양 특유의 진지한 연기는 코믹한 상황과 어우러져 더욱 큰 웃음을 만들어냈다. 조진규 감독 역시 “배우들 중 무당이 되었을 때 가장 섬뜩하고 어울릴만한 배우가 누가 있을까 상상해보았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른 배우가 박신양이었다”고 말했다.

여기에 확실한 방점을 찍은 건 꼬마 수민을 연기한 아역 배우 윤송이다. 덕분에 ‘과속스캔들’(2008)의 차태현-왕석현을 능가하는 박신양-윤송이 커플이 탄생할 수 있었다. 두 사람의 존재감에 압도당하긴 했지만 김정태의 폭풍 애드리브와 통통 튀는 주책 연기로 첫 코믹 연기에 도전한 엄지원, 스크린 신고식을 무난히 치른 정혜영과 기존의 어두운 이미지를 벗은 김성균의 코믹연기까지 더해져 신선한 재미를 선사한다. 박신양의 말처럼 처음엔 재미있고, 끝에는 감동이 밀려오는 영화다.
윤용섭기자 yys@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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