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춘호 기자의 푸드 블로그] 겨울 먹거리 (4)과메기

  • 이춘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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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01-11   |  발행일 2013-01-11 제42면   |  수정 2013-01-11
포항 사람들은 ‘배지기’ 대신 ‘통마리’ 꽁치과메기 즐긴다
[이춘호 기자의 푸드 블로그] 겨울 먹거리  (4)과메기
구룡포 낮은 구릉에서 불어오는 북서풍 덕분에 동절기 동해안 최고 먹거리가 된 과메기. 원래는 청어 과메기가 원형이지만 이젠 꽁치로 만든다. 최근 영덕 창포마을에서 추억의 ‘청어과메기’를 복원했다.


과메기…. 고수들은 통마리와 배지기를 비교할 줄 안다. 더 고수는 원래 꽁치가 아니라 청어가 오리지널 과메기였다는 것, 좀 더 깊은 지식을 가진 사람은 겨울 바람과 구룡포 과메기의 비밀을 알고, 더 고수는 현재 영덕 창포마을에 가야 추억의 통마리 청어 과메기 원형을 맛볼 수 있다는 걸 알고 있다. 도시에서 일상적으로 맞이하는 과메기. 본토에서 맛보는 것보다 크게 식감이 떨어진다. 공장에서 조기에 인위적으로 건조한 과메기는 육포보다 더 질긴 경우가 많다. 최악의 경우는 주인이 그걸 가위로 잘라주는 경우다. 잘린 단면이 너무 딱딱하고 날까로워 자칫 손을 벨 수도 있다. 도무지 음식이란 기분이 안 든다. 이번 주 대한민국 최고의 청어와 꽁치 과메기 달인을 찾아가본다.


북서풍 좋고 수온 따뜻
구룡포 해안이 최적지

국도변 건조는 피해야
석면 등 비산먼지 흡착

근해 꽁치 안 잡혀
10여년전부터 냉동 사용

영덕 창포마을에선
청어 과메기 복원·판매
꽁치보다 크고 기름져


◆ 구룡포 과메기의 비밀

구룡포 과메기의 노하우는 <주>진강수산의 최정만 대표(58)로부터 들을 수 있다.

사실 경북 동해안 7번국도변에서 과메기를 말릴 때 복병이 있다. 바로 지나가는 차량 타이어에서 발생되는 석면 등 비산먼지다. 이게 건조장 과메기 표면에 흡착되고 나중에는 육안으로 봐도 그 유해 입자를 잘 감지할 수 없게 된다.

최 대표는 이런 사실을 너무 잘 알고 그런 먼지가 없는 해안에 공장을 세운다. 그는 ‘생선 건조전문가’다. 30년 이상의 경험을 갖고 있다. 오징어, 노가리, 새우, 가자미, 멸치, 물곰 등 웬만한 선어는 다 말릴 줄 안다. 8년전 꽁치 건조 노하우를 깊게 연구 한다.

그는 왜 구룡포 해안에서만 꽁치 과메기가 될 수밖에 없는지 그 이유를 파고들었다. 바로 겨울철 육지에서 바다로 부는 북서풍이 구룡포에서 가장 좋게 형성된다는 걸 알았다.

“해안 뒷산이 너무 높으면 찬공기가 먼 바다로 그대로 도망가버립니다. 구룡포에는 낮은 구릉이 자릴 잡아 자연스럽게 해안으로 불어내려 옵니다. 구룡포 해안은 하정에서 호랑이꼬리(대보)까지 평균 해발이 100m, 가장 높은 곳도 150m밖에 안됩니다. 바닷물 수온도 적당하게 따뜻해서 과메기 만드는 데 천혜의 조건이 갖춰진 셈이죠. 서해·남해·동해안 다른 곳에선 절대 이런 조건이 없습니다. 가령 황태의 경우 경북 북부 내륙 산간에서도 만들 수 있지만 그래로 역시 횡성 등과 같은 진부령 고지가 적지죠. 꽁치과메기도 다른 데선 안됩니다. 오직 구룡포 해안이어야만 합니다.”

늦가을까지 구룡포에는 북동풍(샛바람)이 분다. 11월20일~2월말까지 바람이 북서풍으로 바뀐다. 이때 북서풍의 양은 90% 정도. 당연히 이 시기를 잘 이용해야 된다.

“꽁치 말리는 작업은 일반인은 아무리 설명해줘도 제대로 할 수 없습니다. 어떤 이들은 꽁치를 무작정 햇볕에 말리는 줄 아는 데 그렇게 되면 오징어처럼 딱딱해져 전혀 먹을 수 없게 되죠. 황태 같은 경우는 녹고 얼기를 반복시키기 위해 옥외 건조대에 그대로 둬야 되지만 과메기는 기온이 영하권으로 떨어지는 밤에는 적당한 조건이 맞춰진 건조장으로 옮겨야 합니다. 옮기지 않으면 하얗게 얼어버려 상품성을 회복할 수 없습니다.”

이젠 꽁치도 근해에서는 구할 수 없다. 10여년전부터 러시아 쿠릴열도 부근에서 잡혀온 냉동원양꽁치를 사용한다.

포항 본토 사람들은 내장과 뼈를 제거하지 않고 꽁치를 통째로 짚으로 묶어 조기처럼 말려 먹는데 이를 ‘통마리’라고 한다. 유통되는 과메기의 95% 이상은 ‘배지기’다. 배지기는 도시 소비자를 위해 특별하게 만든 스타일이다. 내장과 뼈를 발라내고 꽁치를 반으로 갈라서 말려낸 것이다. 물론 배지기는 일명 ‘조생종 과메기’로 불린다. 미리 도시로 팔려나가고 늦겨울로 접어들 때 본토사람과 마니아를 위해 통마리가 ‘만생종 과메기’로 팔려나간다.

냉동 꽁치가 들어오면 잘 녹이고 세척도 세밀하게 해준다.

진강수산에서는 세 번 세척을 한다. 바닷물에 한 번, 바닷물과 민물을 섞은 기수에 또 한 번, 마지막엔 민물에서 마감세척을 한다.

다음에는 건조대에 600~800마리를 잘 널어줘야 된다. 이것도 기술이다. 반으로 가른 꽁치의 등이 안으로 가도록 해서 널어준다. 대나무 막대에 20마리 한 두름을 널며 이때 간격은 5㎝. 잘 못 널면 세찬 하늬바람에 흔들려 붙어버릴 수 있다.

종일 건조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밤 10시부터 다음날 오전 6시까지 꽁치를 장만해주면 이걸 건조대에 널어서 마당으로 갖고 나온다.

이때 영하이거나 눈비가 오면 건조장으로 피신시켜야 된다. 보통 1~10℃ 쾌청한 날 해가 뜰때부터 일몰 한 시간 전까지 말린다. 다음 2박3일 건조장으로 옮겨준다. 꽁치 안에 축적된 기름을 20% 정도 밖으로 배출시켜야 된다. 이것도 기술이다. 진강수산에서는 복고식 건조방식을 고집한다. 연탄불로 내부 온도를 맞춘다. 전기와 기름을 이용할 수도 있지만 맛에선 연탄불을 따라갈 수 없단다. 배지기의 경우 한 두름에 1만5천~1만7천원.

내장 그대로 말린 통마리 꽁치 과메기는 구룡포 생산량의 10%를 차지한다. 매년 12월20일~이듬해 1월말까지 나온다.

◆ 청어 과메기 현장을 찾아서

1960년대까지만 해도 영덕, 포항 일대는 청어로 흘러넘쳤다. 울릉도 오징어 수준이었다. 청어떼가 풍파에 해안까지 밀려와 맨손으로 청어를 줍기도 했다. 포항의 구룡포 남쪽에는 구만리 앞 해변을 ‘까꾸리께’라고 부르는데, 바닷바람과 파도에 떠밀려 온 청어를 ‘갈쿠리(갈퀴)’로 주워담았다고 해서 이런 이름이 붙었단다. 동해에 얼마나 청어가 많았으면 갈퀴로 담아냈을까.

1960년대말 이후 동해안 일대에서 청어가 사라져버렸다. 그나마 간간이 잡히는 것들도 모두 일본으로 수출되면서 청어로 만든 과메기는 자취를 감추고 말았다. 청어가 사라지자 업자들은 대체품으로 꽁치를 택한다. 이젠 꽁치가 아예 과메기의 자리를 차지해버렸다.

영덕 강구 해안길을 따라 북으로 조금 올라가면 자그마한 어촌인 영덕읍 창포리 창포마을이 보인다. 거기에서 10여년전부터 청어 과메기가 만들어지기 시작한다. 창포마을은 예전 청어잡이로 흥청거렸던 어항이었다. 일제강점기에는 청어에서 기름을 짜내는 공장도 있었다. 청어에서 짜낸 기름으로 등잔을 밝혔고, 기름을 굳히면 고무처럼 단단해지는 성질을 이용해 신발밑창과 자전거타이어까지 만들었다.

그 마을에서 ‘풍차횟집’을 운영하는 유외종씨(67)가 청어 과메기를 복원시켰다. 근해에서 청어가 간혹 보이기 시작해 청어 과메기를 만들어놓고는 지인들과 나눠먹었다. 그러다가 청어 어장이 조금 형성돼 이웃 주민들까지 5가구가 인근의 구계항에서 청어를 사다가 말려 과메기를 만든 것.

창포마을 청어 과메기는 구룡포 과메기와는 만드는 법부터 다르다. 영덕 앞바다에서 잡은 청어를 옛방식 그대로 두름에 꿰어 바닷가 쪽에 널어놓는다. 보통 한달여 말려야 한다.

창포마을은 예로부터 바람이 푸짐했다. 영덕의 풍력발전기가 창포마을 뒷산쪽에 세워진 것도 이런 연유. 마을엔 대형 과메기 건조장이 따로 없다. 마을 해안도로 앞에 2~3가구가 4~5m 길이의 건조대를 세우고 청어를 널어놓았는데 양도 그리 많지 않아 보인다.

청어는 꽁치보다 몸집이 더 크고 기름진 편이다. 아닌 게 아니라 과메기 건조대 바닥엔 과메기에서 흘러내린 기름 자국이 뚜렷했다. 청어는 지방 함유 비율이 최고 20%에 이른다. 건조대에 말려놓으면 저절로 기름기가 배어나온다고 한다.

매년 12월초부터 두달반 정도 판매된다. 현재 창포리에서는 풍차횟집을 비롯해 3곳에서 판매하고 있다. 20마리 한 두름에 1만5천원선.
이춘호기자 leekh@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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