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 對 신작] 더 임파서블·잭 리처

  • 윤용섭
  • |
  • 입력 2013-01-18   |  발행일 2013-01-18 제40면   |  수정 2013-01-18
[신작 對 신작] 더 임파서블·잭 리처


★ 더 임파서블

2004년 사상 최악의 쓰나미때 한 가족이 겪은 실화 그려

2004년 12월 26일, 규모 9.1 강도의 지진이 일어나고 시속 800km·높이 15m의 해일이 동남아 전역을 휩쓸었다. 단 10분만에 5천명, 30분 만에 13만명, 총 사상자 30만명을 기록한 인류 최대의 쓰나미였다. ‘더 임파서블’은 당시 태국 카오락의 리조트로 크리스마스 휴일을 보내기 위해 떠났던 벨론 가족이 겪은 실제 경험담을 스크린으로 옮긴 작품이다.

세 아들과 함께 가족여행을 온 헨리(이완 맥그리거)와 마리아(나오미 왓츠) 부부는 아름다운 해변에서의 저녁식사와 새해맞이 이벤트로 리조트에서 행복한 시간을 보낸다. 그러나 크리스마스 다음날, 상상도 하지 못한 쓰나미가 그들을 덮친다. 단 10분 만에 모든 것이 거대한 물살에 휩쓸려가고, 그 속에서 행방을 모른 채 가족들은 뿔뿔이 흩어진다.

영화는 이후 약 10분간을 성난 자연 앞에 속수무책인 나약한 인간의 존재를 담아가는 데 할애한다. 그야말로 생각할 틈없이 본능적으로 움직여야 하는 생존의 순간이다. 마리아와 큰 아들 루카스(톰 홀랜드) 역시 그 속에서 살아 남기 위해 사투를 벌인다. 간신히 나무를 잡고 살아 남았지만 상처없는 루카스와 달리, 마리아는 해일에 휩쓸려가는 과정에서 커다란 부상을 입었다. 루카스가 살점이 떨어져 너덜너덜한 엄마의 다리를 보고, “다친 모습을 못 보겠다”며 앞서서 걸어가는 모습은 이 영화의 분위기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하지만 ‘더 임파서블’은 비주얼에 천착한 일반적인 재난 영화가 아니다. 후안 안토니오 바요나 감독의 말처럼 비극을 넘어서 인간다움에 대해 묻는 강력한 힘이 있는 영화다. 영화가 지진해일에 휩싸이는 공포스러운 순간을 초반 10분간 몰아쳐 보여준 것도 파도가 휩쓸고 간 자리에 남아 육체적, 정신적 고통을 겪게 될 주인공들의 이야기를 보여주기 위함이다.

가족의 생사를 알 수 없다는 사실은 이들에게 가장 큰 고통이다. 영화는 그렇게 마리아와 루카스, 헨리와 어린 두 아들을 나누어 보여주며 막막한 심정으로 서로를 찾아 헤매거나 구조를 기다리는 이들 가족의 행보에 주목한다. 특히 러닝 타임 내내 마음을 아프게 만든 건 마리아가 겪는 육체적 고통과 그런 엄마를 의지해야 하는 루카스가 나오는 장면이다. 아빠와 동생들이 이미 죽었다고 생각하는 루카스는 엄마마저 죽는다면 고아가 될 수 있다는 공포와 불안감에 휩싸여 있다. 헨리 역시 상상하고 싶지 않지만 마리아와 루카스의 죽음을 직시하는 편이다. 그가 장인에게 전화를 걸어 울음을 터트리는 장면에선 그의 정신적 고통과 상실감이 상당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런 그들의 모습에 자연스럽게 동화되는 건 인지상정이다.

‘더 임파서블’은 재난을 당한 한 가족의 체험기다. 자연재앙의 거대함을 전시하지도, 드라마를 쥐어짜내지도 않지만 관객의 마음을 울린다. 피폐하고 불가능한 상황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는 진정성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그런 사람들에게 기적 역시 멀지 않다. 그 과정에서 연대와 성장을 통한 치유의 과정도 드라마적 깊이를 더한다. 죽음과 맞닿아 있는 마리아는 병실에서 자신을 돌보고 있는 루카스에게 도움이 필요한 다른 이를 도와주라며 권유한다. 내키진 않았지만 병원내 흩어진 가족 찾아주기를 해주면서 루카스는 차츰 현실을 직시하는 법을 익혀간다. 지푸라기를 잡는 심정으로 아내와 아들을 찾는 헨리는 같은 처지의 사람들로부터 도움을 받는다. 결국 그런 끔찍한 현실에서도 아름답게 피어나는 끈끈한 연대와 베풂의 과정은 누구도 예상할 수 없었던 기적을 만들어낸다.

영화의 모티프가 됐던 실존인물 알바레즈 벨론 가족은 자신들의 이야기가 다른 사람들에게도 희망과 카타르시스를 줄 수도 있다는 제작팀의 권유에 영화화를 결정했다. 영화가 실제상황과 같아야 한다고 생각했던 제작진은 초반의 쓰나미 장면을 위해 2년간의 준비과정을 거쳤고, 덕분에 CG와 디지털 기술이 아닌 모든 장면을 실제로 촬영한 리얼리티가 살아있는 감동 실화를 탄생시킬 수 있었다. 특히 성인 못지않은 연기력을 선보인 루카스 역의 톰 홀랜드는 관객의 마음까지 훔쳐내며 배우로서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비극을 넘어서는 것은 결국 인간에 대한 사랑과 믿음이라는 것을 여실히 증명한 ‘더 임파서블’은 뜨거운 감동을 선사하기에 부족함이 없는 수작이다.

[신작 對 신작] 더 임파서블·잭 리처


★ 잭 리처

탄탄한 스토리·연출…새로운 스타일의 영웅 캐릭터 탄생

‘미션 임파서블’의 미 정부 특수 요원 이단 헌트가 은퇴해 살고 있다면 딱 이런 모습이 아닐까. 자신만의 원칙과 룰로 살아가다 법의 효력이 미치지 못하는 사건을 해결하고, 홀연히 사라지는 고독한 액션 영웅말이다. 영화 ‘잭 리처’는 현대 사회의 관념에서 완벽하게 벗어나 협객처럼 살고 있는 전직 군 수사관 출신 잭 리처를 소환한다. 휴대 전화도 없고, e메일 주소도 없는 자유분방하고 아날로그적 인물이지만 단단한 몸과 침착하고 빠른 판단력과 추리력으로 정의를 실현하며 살아가는 매력을 지녔다.

한가로운 도심의 강변 공원. 이곳과 마주한 강건너 빌딩 위에는 고성능 망원경이 장착된 총으로 그곳에 있는 사람들을 조준하고 있는 한 저격수가 숨을 고르고 있다. 그가 포착한 대상은 벤치에 앉아 있는 남자, 아이 손을 잡고 걸어가는 여자, 서류뭉치를 들고 바쁜 걸음을 재촉하는 여자 등 지극히 평범해 보이는 사람들 뿐이다. 하지만 그는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방아쇠를 당기고, 6발의 총성과 함께 5명의 시민은 그 자리에서 쓰러진다. 경찰은 사건 현장에 남은 모든 증거들을 통해 제임스 바를 명백한 용의자로 지목한다. 제임스 바는 자백을 거부한 채 ‘잭 리처(톰 크루즈)를 데려오라’는 메모만을 남긴다. 하지만 주소도 없고 가족도 없는 유령같은 그를 찾아내기란 쉽지 않은 일. 그런데 검찰 앞에 잭 리처가 떡 하니 나타난다. 그 역시 처음에는 제임스 바를 극형에 처해야 한다는 입장으로 왔지만, 사건의 궤적을 다시 밟기 시작하면서 감춰진 진실을 알게 된다.

영화는 불특정 다수를 향해 저지른 이 경악스러운 사건의 진범을 잡는 과정을 치밀하게 담아간다. 과거 비슷한 전력이나 현장에서의 증거물을 보더라도 제임스 바는 사실 명백한 범인이다. 하지만 잭 리처는 법·제도와 거리를 두며 숨겨진 진실의 또 다른 모습을 찾아낸다. 이 영화가 흥미로운 것도 법과 질서의 외곽에 존재한 그가 나타나 모두가 진실이라고 믿는 사실을 뒤엎는 과정이다.

법적으로 한 치의 문제 제기도 할 수 없는 완벽한 정황 속에서 조차 잭 리처는 자신이 옳다고 믿는 정의를 위해 홀로 사건을 재조합해 나간다. 물론 그는 사건을 조사할 아무런 법적 권한을 갖고 있지 못하다. 하지만 그는 미세한 법의 균열이라도 발견되면 자신만의 방식으로 백신을 접종(집행)해야만 직성이 풀리는 정의감에 불타는 21세기형 협객이다. 그가 일을 처리하고 다시 홀연히 사라지는 건 그런 이유다.

그 점에서 잭 리처는 이 시대가 원하는 새로운 스타일의 매력적인 히어로이자, 남자들이 꿈꾸는 자유로움에 대한 환상을 실현시켜 줄 수 있는 캐릭터라 할 수 있다. 영화는 17편까지 출간된 리 차일드의 베스트셀러 ‘잭 리처’ 시리즈의 9번 째 작품인 ‘원 샷’을 영화화했다. 제작자 돈 그레인저는 ‘원 샷’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 “캐릭터가 도덕적 딜레마에 빠져 있었던 점이 매력적이었다”며 “그가 처한 곤란한 상황을 어떤 방식으로 해결할지 이를 선택하는 과정이 신선했다”고 말했다. 잭 리처 캐릭터에 생명을 불어 넣은 건 톰 크루즈다. 그는 원작 소설에 매료돼 출연은 물론 제작에도 참여했다. 특히 촬영 전 4개월간의 혹독한 훈련을 통해 익혔다는 케이시 무술과 할리우드 고전 영화의 방식을 따른 카체이싱 장면을 대역없이 직접 소화한 톰 크루즈의 몸사리지 않는 아날로그 액션은 ‘잭 리처’를 더욱 화끈하고 완성도 높은 영화로 만드는 동력으로 작용했다.

영화 ‘유주얼 서스펙트’의 각본을 맡았던 크리스토퍼 맥쿼리가 연출을 맡았고, 시나리오의 완성도를 높이 평가한 세계적인 거장 감독 베르너 헤어초크가 악역 캐릭터인 제크로 등장해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탄탄한 스토리는 물론 독창적이고 스타일리시한 액션이 돋보이는 영화다.
윤용섭기자 yys@yeongnam.com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위클리포유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