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춘호 기자의 푸드 블로그] 겨울 먹거리 (5) 연근

  • 이춘호
  • |
  • 입력 2013-01-18   |  발행일 2013-01-18 제42면   |  수정 2013-01-18
‘탄가루 동네’ 악명 높던 대구 반야월이 대한민국 연근 1번지라고?
20130118
대한민국 연근 1번지로 발돋움한 반야월 연밭에 갓 연꽃이 피기 시작할 무렵 전경.
20130118
작물 중 수확하기가 가장 어려운 연근. 겨울을 맞아 작목반원이 일일이 삽 등으로 연근 성장 방향을 따라가면서 캐낸다.


927년 고려 태조 왕건은 현재 대구시 동구 파군재 삼거리 근처에서 후백제 견훤에게 크게 패해 홀로 북으로 도주한다. 측근 명장이었던 신숭겸의 지략에 힘입어 견훤 군사를 따돌릴 수 있었다. 이때 대한민국 최대 연근 산지인 안심~반야월 지역을 지나간다.

연근과 왕건은 아무런 연관이 없을까? 왕건이 몸을 피하면서 허기를 면하기 위해 반야월에서 연근을 캐먹지 않았을까 추측해본다. 아직 확인된 건 아니지만.

안심지역은 안심 1~4동까지 있다. 이 지역을 속칭 ‘반야월’이라고 부른다.

특히 연근의 최대 메카는 안심 3·4동 5개동(대림, 사복, 괴전, 금강, 숙천)이다. 반야월 연근은 ‘왕건 연근(가칭)’이란 브랜드를 갖고 스토리텔링 마케팅을 구축하고 있다.

고려는 불교국가였고 연꽃을 통해 심신의 안정을 구했다. 특히 국내에서 두 개 본사를 두고 있는 팔공산(동화사와 은해사), 그 산자락권인 반야월은 이래저래 불교와 인연이 깊을 수밖에 없었다.

사람들은 대구가 ‘연근의 고장’이라고 하면 뜨악한 표정부터 짓는다. ‘섬유·사과의 고장’이란 선입견 때문이리라.

특히 동구 반야월을 ‘대구 연근 1번지’라고 하면 더 의아스러운 표정을 짓는다. 한때 반야월은 대성, 삼화 등 10여개 브랜드의 매머드급 무연탄 저탄장이 있는 ‘탄가루 동네’로 악명이 높았기 때문에 그런 편견을 갖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하지만 반야월 연근밭과는 5~6㎞ 떨어져 있고, 특히 연은 중금속 중화기능이 탁월해 반야월 연근의 품질은 요지부동.

일단 2011농림수산식품부 자료부터 펼쳐 보자. 2010년 전국 연근 생산면적은 584㏊. 이중 대구가 227㏊(동구 반야월 지역에서 116㏊, 동구 신평동 26㏊, 달성군 하빈면 봉촌리 등 85㏊), 경남은 176㏊, 전남은 81㏊ 등으로 나타났다. 대구 연근 재배면적은 전국의 38.9%이고, 생산량은 4천800여t으로 전국의 30.7%를 차지하고 있다. 단연 대구가 대한민국 연근 1번지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20130118

90년대 ‘부자음식’인식
2003년 속성재배법 개발
생산면적 전국의 20%나
연구소·테마파크 조성도

유기질 많은 질찰흙 분포
타지보다 길고 당도 높아
10월 중순∼3월이 제철

탕수·올방개묵·부침개
연밥·약감주·돈가스 등
다양한 요리로 응용돼
전문식당·사찰서 선봬

◆대구의 연근 재배 역사

대구는 광복 직후부터 연근 인프라가 조금씩 형성된다. 그동안 동구 반야월 일대, 동구 신평동과 달성군 하빈면 일대에서 재배됐다. 대구 연근은 품질이 좋아 생산량의 70%가량이 서울에서 팔렸다. 벼농사에 비해 3배가량 소득이 높자 반야월 연근작목반이 쌀보다 부가가치가 높은 반야월 연근 살리기에 의기투합을 한 것이다.

대구사람들조차 국내에서 유통되는 연근의 절반 정도가 대구에서 생산된다는 사실을 잘 모른다. 이곳은 토질이 비옥한 데다 부근에 안심습지가 있고 금호강을 끼고 있어 연근 재배의 적지로 꼽힌다. 반야월 일대는 유기질이 많이 함유된 점토가 널리 분포돼 있어 다른 지역에서 생산되는 연근보다 당도가 높은 게 특징이다.

1990년대 중반 들어 ‘연근=부자음식’이란 인식이 퍼지면서 일부 농가들이 금호강 주변 늪지대에 아무렇게나 자생하던 연을 소득증대용으로 본격 재배하기 시작했다. 사찰음식과 웰빙음식 붐도 일조를 했다.

급기야 98년에는 ‘반야월 연근작목반(반장 전성문)’이 등장한다. 이들은 대구농업기술센터의 기술지원을 받아 연근 재배의 부가가치를 높이는 작업에 착수했다. 이들은 5년 만인 2003년 비닐하우스 속성재배 농법을 개발해 연근 출하시기를 앞당기고 생산량을 늘리는 데 성공했다. 이런 가운데 다양한 대구 연근 전문 지킴이가 등장한다.

정남식 대구연명품화연구소장(전 대구농업기술센터 소장)은 ‘연과 수련재배’라는 책을 펴냈을 정도로 연 연구에 관심이 많고 다음카페에서 온라인 대구연근 홍보에 전력하고 있다.

대구와 쌍벽을 이루는 연의 고장은 전라남도 무안. 97년 제1회 회산 백련지 연꽃축제가 열리면서 둘레가 3㎞, 면적은 33만여㎡로 연꽃 자생지로는 동양 최대 규모인 백련지가 알려진다. 이때부터 무안군 일로읍 복용리는 연꽃마을로 불린다. 무안은 연꽃에 무게중심이 있고 대구 반야월은 연근에 초점이 맞춰진다. 참고로 무안은 백련, 대구는 홍련이 대세다.

대구지역이 전남지역보다 고용노력비가 적게 드는 것은 수확 시 대구는 질찰흙으로 작업환경이 좋아 수확량이 많은데 비하여 전남은 점토질 토양으로 수확하는데 시간 소요가 많기 때문이다. 전남지역의 연근은 7~9월 연잎과 연꽃을 채취하기 때문에 연근 생장에 영향을 미쳐 가늘고 긴 특징을 보이며, 연근의 상품성이 떨어져 가공원료로 많이 이용된다.

◆반야월 연근이 왜 대세일까

무엇보다 토질이 전국 최고다. 사질토도 아니고 찰흙도 아니고 갯벌흙도 아닌 게 바로 반야월 토질이다. 유기질 풍부한 ‘질찰흙’이 널리 분포해 타지역보다 마디가 길고 당도도 높아 신세대 주부와 맞벌이 가정에서 인기다.

반야월 제철 연근은 10월 중순부터 이듬해 3월까지 수확을 한다. 갓 수확해 흙이 묻은 건 지하수를 통해 세척한 후 껍질을 벗긴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금세 흑변 현상을 보인다. 소비자들이 쉽게 먹고 다룰 수 있게 250g과 500g 단위로 진공포장을 시도했다. 이와 같은 1차 가공과 진공포장 기법은 연근 관련 산업에서는 처음 있는 일이었다. 예냉기술을 이용, 5일 정도 신선도를 유지시켜주고 있다.

연근은 1년생인데 매년 10월 중하순 잎이 졌을 때 맛이 좋아진다. 연근은 매년 4월중순~ 5월중순에 파종을 한다. 벼처럼 별도의 공간을 마련해 그곳 연근은 수확하지 않고 겨울을 난다. 이듬해 3~4월 본 경작지로 이식을 한다. 땅 밑 15㎝ 이하로 심는다. 수확할 때도 예전과 달리 포크레인을 이용해 땅을 파내고 이후 농민들이 개별수확에 나선다.

◆지역 연근 전문 식당

지난해 약선요리 관련 대통령상을 수상한 대구시 수성구 상동 약선한정식 전문 ‘소담정’의 김숙란 사장은 최근 연근을 이용해 ‘대구대표정찬’을 위한 시식발표회를 가져 화제가 되기도 했다. 샐러드, 수제비, 떡갈비, 수육, 연탕수, 연 갈분이 들어간 연올방개묵 등을 보여주었다. 이밖에 강판에 간 연 갈분, 새우와 오징어는 다지고, 들깨가루와 깻잎가루와 청양고추를 섞어 연부침개도 만들었다.

달성군 가창군 우록리 큰나무집 별채에 마련된 ‘큰나무집밥(일명 남자밥과 여자밥)’은 다양한 연근 부침개를 즐겨낸다. 연밥은 예약.

궁중요리 전문 한식당인 팔공산 파계사 근처 ‘다우산방’과 갓바위 근처 ‘연화마을’도 연근 전문식당으로 사랑받고 있다.

달서구 본동 건강음식전문식당인 ‘연빈재’에서 연꽃, 연밥, 연근 등을 소재로 한 연약감주, 연밥 등 연음식 전문 노하우를 갖고 있다. 달서구 두류동의 한정식당 ‘들메꽃’도 연잎밥 등 연 관련 음식을 특화해서 낸다. 남구 서봉사 주지 명연 스님은 올해 지역 거주 외국인을 초청한 가운데 사찰음식의 진수를 선보일 때 연을 주제로 한 요리를 만들었다.

수성구 수도암 승원 주지스님도 연잎밥에 나름 노하우를 갖고 있다. 달성군도 사찰음식 육성을 위해 다양한 퓨전연잎밥을 개발하고 있다.

연을 다양하게 식품으로 활용할 수 있는 걸 원스톱으로 연구하기 위해 ‘대구연명품화 연구소(소장 정남식)’도 지난해 문을 열었다. 이에 앞서 대구 동구 반야월 연근이 전국 연근 1번지임을 마케팅으로 알리기 위해 동구 대림동에 ‘대구연근테마파크’를 개막했다. <주>연사랑은 전국에서는 처음으로 ‘연근돈가스’를 만들어 유통시켜 퓨전 돈가스의 신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춘호기자 leekh@yeongnam.com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위클리포유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