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정책도 ‘수도권 바라기’

  • 전영
  • |
  • 입력 2013-03-21   |  발행일 2013-03-21 제1면   |  수정 2013-03-21

정부의 각종 정책들이 수도권 중심으로 수립돼 시행되고 있는 가운데, 서민생활과 직결된 부동산정책에서도 지방 상황은 고려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수도권 시장 활성화를 위해 맞춤형 정책을 잇따라 도입했음에도 수도권의 폭락은 막지 못하는 데 반해 지방은 스스로 자생력을 회복하며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어 대조를 보인다.

지역부동산전문가들은 “현재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 부동산시장에서 발생하고 있는 아파트 가격급락은 이미 수년전에 대구를 비롯해 부산 등 지방 주요 도시들이 겪었던 문제”라며 “수도권이 부동산시장 침체라고 아우성치는 것과 달리 사실상 대구시장은 안정적”이라고 말했다. 또 “지방 시장이 침체에 빠졌을 때 대책마련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았지만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서 지방은 안중에도 없었다”고 덧붙였다.

◆지역시장 안정, 수도권은 침체

지난달 26일 국토해양부가 발표한 전국 미분양 주택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13년 1월 기준 수도권(서울·인천·경기)의 미분양 아파트는 3만3천784가구로 4년전(2만5천531가구)보다 32.3%(8천253가구)나 급증했다. 전국 미분양 아파트 가운데 차지하는 비중도 2009년 15.6%에서 44.9%로 4년 만에 3배 가까이 늘었다.

이에 반해 2009년 1월 대구·경북지역 미분양 아파트는 3만7천749가구로 전체의 23.2%를 차지했다. 수도권과 비교해서도 1만2천218가구나 많았다. 그러나 4년 만에 84.1%(3만1천755가구)가 줄어 1월 현재 5천994가구만 남았으며 전체중 비중도 7.9%로 떨어졌다. 특히 대구는 2만1천560가구에서 2천878가구로 급감했다.

아파트 실거래가격도 지난 2년 동안 대구가 상승한 것과 달리 수도권은 급락을 면치 못하고 있다.

국토해양부 온나라 부동산정보 통합포털의 아파트실거래가 자료에 따르면 2010년 10월 매매된 달서구 월성동 월성 e편한세상 전용 면적 85㎡의 실거래가격은 2억4천200만∼2억6천600만원 정도였다. 그러나 2년 뒤인 2010년 10월에는 2억9천800만∼3억500만원으로 5천여만원 가까이 올랐다. 또 월성동 코오롱하늘채 2단지 85㎡도 1억9천750만원에 신고됐으나 2012년 10월 신고가는 2억3천500만원에 달했다.

서울시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전용 면적 84㎡는 2010년 4분기에 10억9천만∼11억4천700만원에 매매가가 신고됐으나, 2012년 10월 8억8천만원으로 2억원 가까이 폭락한 뒤, 11월 8억5천만원으로 떨어졌다가 12월에는 8억500만원까지 하락했다.

◆수도권 위한 정책도 침체 못막아

이처럼 대구·경북 등 지방시장이 안정화되는 것과 달리 수도권이 급락하자 정부는 지난해 잇따라 부양정책을 발표했다.

정부가 지난해 5월 노무현 정부시절 도입됐던 규제들을 정상화하겠다며 발표한 ‘주택거래 정상화 및 서민·중산층 주거안정 지원방안’의 핵심은 주택투기지역 및 주택거래신고지역 해제로, 주택투기지역에서 해제되면 주택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이 다른 지역과 동일하게 적용되고, 3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가산세율도 적용되지 않는다. 또 수도권 공공택지의 분양권 전매제한 기간을 3년에서 1년으로 줄였다.

이같은 정책은 당시 대구시장에서는 이미 모두 반영된 것들이었다. 오히려 되살아나는 지방시장을 기웃거리던 투자자들이 수도권으로 갈 여지를 만들어 준 셈이 됐다. 대구·경북시장이 최악이었던 2007∼2009년에 지방에서 LTV완화 등을 요구할 때, 거들떠보지도 않던 정부가 수도권이 1년여 하락세를 나타내자 곧바로 대책을 내놓은 것이다. 그러나 이 대책은 수도권 부양이라는 측면에서는 긍정적이었지만, 지방입장에서는 수요자를 빼앗기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또 지난해 9월 제5차 경제활력대책에서 2012년말까지 취득세와 양도세 등 부동산거래세를 한시적으로 감면하는 주택거래 활성화 정책이 발표·시행됐다. 그러나 대구의 경우 취득세 감면혜택을 볼 수 있는 미분양물량이 급격히 줄어 중소형은 찾아보기 어려운 시기였기에 효과는 미미했다.

이처럼 지방을 외면한 채 수도권 부동산시장을 되살리기 위해 정부가 잇따라 대책을 내놓았지만, 지방은 안정적으로 회복되는 반면 수도권시장의 추락을 막지 못했다.

전영기자 younger@yeongnam.com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경제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