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칼럼] 유승민 의원을 주목한다

  • 박규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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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04-22   |  발행일 2013-04-22 제31면   |  수정 2013-04-22
"약자 향한 배려심 직언 서슴지 않는 소신 지도자의 덕목 두루 갖춰 지역구 주민 위해 ‘군공항 이전법’도 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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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5년 9월23일, 유수호 국회의원이 “14대 국회 임기만료와 함께 본업인 변호사로 돌아가겠다”며 15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유 의원은 “과욕이 되기 전 그만두는 게 온당하다고 판단했다”고 불출마 이유를 밝혔다. 부산지법 부장판사를 지내고 대구에서 변호사로 활동해온 유수호 의원은 13대와 14대 총선 때 대구 중구에서 내리 당선된 재선 의원이었다. 당시 영남일보는 유 의원의 불출마 선언을 신선한 충격이라고 평한 칼럼을 싣기도 했다.

그 유수호 의원의 아들이 유승민 국회 국방위원장이다. 새누리당이긴 하지만 유 의원은 ‘쿨한 보수’다. 안보에는 보수, 경제에는 진보적이다. 2011년 한나라당 당 대표에 출마했을 때도 무상급식 수용, 부자 감세 철회 등 진보색채가 짙은 공약을 제시했다. 전당대회에서 2위의 득표로 한나라당 최고위원이 된 이후에도 민생을 챙기고 복지확대를 위해서는 한나라당이 좀 더 좌클릭해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

유 의원의 복지철학은 약자에 대한 배려심의 발로(發露)다. 그는 폐지(廢紙)를 수거하는 노인들에 대해 가슴 아파하며 사회안전망 강화를 강조하기도 했다. 가난한 자와 약자에 대한 배려야말로 지도자가 가져야 할 가장 큰 덕목이다. 정의사회는 약자 배려에서 시발(始發)되기 때문이다.

절대권력 앞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소신 또한 유 의원의 아이콘이다. 지금 여권에서 박근혜 대통령에게 돌직구를 날릴 수 있는 사람은 유승민 의원이 거의 유일하다. 박 대통령이 싸늘한 표정을 지으면 그 누구도 싫은 소리나 직언을 잇지 못하고 주눅이 들고 만다. 박 대통령 앞에만 서면 작아지는 관료나 여당 의원들을 빗대 ‘애모 증후군’이라는 조소(嘲笑)까지 나올 정도다.

그러나 유 의원은 2011년부터 박 대통령의 소통의 문제점을 지적했고, 새 정부 출범 후에도 쓴소리 스타일은 달라지지 않았다. 지난달 30일 열린 당정청 회의에서도 “이 정부가 성공하려면 한 자도 못 고친다는 고집을 버려야 한다”며 청와대와 박 대통령을 겨냥했다. 주군(主君)에게 직언하고 반대 의사를 밝히는 것은 뚜렷한 정치철학과 소신 없이는 불가능하다. 유 의원도 나라가 잘 되고 박 대통령이 성공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하는 충언일 뿐이라고 누누이 강조한다.

유 의원은 스스로 까칠한 사람이라고 자평하지만 심지(心地)도 매우 굳다. 자기를 정치에 입문시킨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가 대권의 사정권에서 멀어진 후에도 이 전 총재를 자주 찾아간 의리파다. 국회의원들이 선호하지 않는 국방위원회에서 오랫동안 상임위 활동을 한 것도 지역민과의 약속을 관철하기 위해서였다. 대구 동구가 지역구인 유 의원은 K2 공군기지 이전을 공약으로 내세웠고, 결국 지난달 ‘군공항 이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이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되면서 K2 이전의 물꼬를 텄다.

3선인 유승민 의원은 미국 위스콘신대 경제학 박사 출신으로, 한국개발연구원(KDI) 선임연구위원을 지낸 전략통이다. 2000년 당시 이회창 한나라당 총재에 의해 여의도연구소장으로 영입되면서 정계에 입문했다. 2005년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의 비서실장을 지냈으며, 2007년 대선 후보 경선 때는 박근혜캠프의 정책메시지 단장을 맡아 이명박 후보를 공격하는 최일선에 서기도 했다.

그의 이력과 언동(言動)에서 알 수 있듯 유 의원은 능력과 실력, 소신과 강단(剛斷), 약자에 대한 배려심, 경제민주화와 보편적 복지에 대한 전향적 마인드 등 이 시대의 지도자가 가져야 할 덕목과 자질을 두루 갖추었다. 여권의 차기 대선 후보로도 손색(遜色)없는 재목이다.

박규완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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