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대란 주범, 가정·업소 아닌 ‘산업용 전기’

  • 최우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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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07-30 07:53  |  수정 2013-07-30 07:53  |  발행일 2013-07-30 제6면
전력대란 주범, 가정·업소 아닌 ‘산업용 전기’

가정·소상공인 단속 집중


전기료 누진제 주택에 적용

7·8월 요금폭탄 맞을수도


대기업·비리 온상 한수원 등

개선 커녕 서민에 절전 강요


주부 김모씨(33·대구시 북구 복현동)는 이번 여름 감당해야 할 전기요금만 생각하면 한숨부터 나온다. 세 살배기 아들이 알레르기성 피부염을 앓고 있어 땀을 흘리지 않도록 하기 위해 올여름 내내 에어컨을 틀고 지내기 때문이다.

특히 올핸 무더위가 예년보다 일찍 찾아와 에어컨을 가동하는 횟수가 늘어나 걱정이 태산이다.

김씨는 “6월에도 10만원 넘게 전기요금이 나왔는데 7·8월은 2배 이상 나올 것 같다”며 “산업용 전기료는 저렴하고 누진제를 적용하지 않는 반면, 가정용은 비싼 데다 누진제까지 적용하고 있어 불합리하다”고 지적했다.

올여름 최악의 ‘전력대란’이 우려되자 정부는 전기료 누진제, 개문냉방 단속, 공공기관 온도제한 등 다양한 에너지 절전대책을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절전대책 대부분은 일반가정과 소상공인, 공공기관에 집중되고 있어 이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전기료 누진제는 1974년 석유 파동 이후 전기 사용량을 줄이기 위해 도입된 것으로, 주택용 전기요금에만 적용된다.

29일 한국전력에 따르면, 현행 가정용 전기요금의 경우 1㎾h당 0~100㎾h는 57.9원, 101~200㎾h 120.2원, 201~300㎾h 179.4원을 적용하고 있다. 그러나 301~400㎾h부턴 ㎾h당 267.8원으로 크게 오르고 401~500㎾h 398.7원, 500㎾h 초과 땐 무려 677.3원을 적용한다. 사용 구간에 따라 6단계 누진이 적용되면 무려 11배까지 전기료가 비싸진다.

지난해 전국 평균 가정의 전기 사용량이 242㎾h였던 점을 감안해 각 가정에서 하루 7시간씩 에어컨을 가동하면 추가로 210㎾h(에어컨 용량 1㎾h 기준)가 발생해 총 소비량은 452㎾h가 된다. 이 경우 전기요금은 월 4만원에서 18만원으로 4배 이상 증가한다. 여름철 일반 가정에선 ‘전기요금폭탄’을 맞을 가능성이 큰 셈이다.

반면, 산업용 전기는 요금 폭탄에서 자유롭다. 산업용은 전체 전력량의 50% 이상을 차지하지만 누진제가 적용되지 않고 단가도 싸기 때문이다. 국내 산업용 전기요금은 평균 ㎾h당 81.2원으로, 원가의 89% 수준에 불과하다.

국가 간 산업용 전기료 비교에서도 2010년 기준(달러) ㎾h당 우리나라는 0.058달러로 미국(0.068)보다 저렴하며 일본(0.154)의 3분의 1, 프랑스(0.106)의 절반 수준에 그치고 있다.

지난 6월 감사원도 ‘한국전력이 산업용 전기요금을 원가보다 낮게 책정해 전기 과소비를 조장하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일각에선 정부의 절전대책 방향을 수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조광현 대구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사무총장은 “전력대란의 주범은 일반가정, 자영업자가 아닌 산업용전기를 이용하는 대기업과 비리의 온상인 한수원이다. 하지만 정부는 이를 개선하기는커녕 서민에게만 절전을 강요하는 정책을 펴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이젠 절전 대상을 산업용 전기로 바꾸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주장했다.

최우석기자 cws0925@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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