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촌역 은행나무 아래서 시인이 들려준 詩

  • 이춘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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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11-19 07:28  |  수정 2013-11-19 07:28  |  발행일 2013-11-19 제28면
의성도서관 ‘길위의 인문학’
최치원과 인연 깊은 고운사
김문수 소설 배경 만취당 등서
문학과 얽힌 이야기 들려줘
단촌역 은행나무 아래서 시인이 들려준 詩
지난 16일 의성도서관이 마련한 ‘길위의 인문학 축제’ 참가자들이 단촌역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의성도서관 제공>

간이역 앞.

노랑나비 같은 잎이 달린 은행나무 아래서 문학청년 시절을 회상한다. 훗날 유명 시인이 된 사람이 그 역에 얽힌 자작시를 읽어준다. 참석한 사람이 수채화톤으로 그 시를 낭송해주고 동요를 부른다. 너무나 파란 만추의 하늘을 배경으로 이런 현장체험 인문학 강의가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의성도서관 장경숙 관장은 평소 농민을 위한 ‘오감만족 인문학 축제’를 자주 꿈꿨다. 요즘 시골의 일상은 아주 팍팍하게 돌아간다. 농심(農心)에 인문학 정신을 달아주고 싶었다. 그렇게 해서 올해 의성군에서 어렵사리 태어난 게 바로 ‘길위의 인문학’행사다.

2008년 무인역이 된 ‘단촌역’과 1㎞ 고즈넉한 솔숲길을 갖고 있는 의성 ‘고운사’, 서애 류성룡이 태어난 곳이란 전설을 가진 ‘비보림’인 점곡면‘사촌가로숲’, 동인문학상 수상작인 소설가 김문수의 소설 ‘만취당기’의 무대이기도 한 만취당(晩翠堂) 등 단촌면~점곡면 지역 문화관광상품을 하나로 묶는 프로그램을 기획해 공모사업에 뛰어들었다. 다행히 올해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한국도서관협회가 주관하는 ‘공공도서관 길위의 인문학’ 공모사업에 채택된다.

지난 2일에는 청소년, 지난 15~16일에는 40여명이 다녀갔다.

지난 16일 참가자를 인솔하며 방문지에 얽힌 인문학적인 배경을 먹음직스럽게 설명해준 김용락 시인도 실은 단촌면 출신. 그는 80년대 중반 ‘단촌역’이란 시를 남겼고 이를 주위에 알리기 위해 손철규 단촌면장이 역 앞에 자그마한 나무 시판을 세워주었다. 김 시인은 “한국 철도사가 일본의 침탈사와 맞물려 있다”는 점을 알려주면서 자신이 어린 시절 놀이터였던 단촌역 주변에서의 추억을 떠올렸다. 참석한 아이들을 위해 동요 ‘기찻깊옆’과 ‘섬집아기’ 등도 합창했다. 신라의 한학자 고운 최치원과 관련이 있는 고운사에서는 최치원의 한시를 음미했다. 인공조림숲의 일종인 사촌가로숲 정자에서는 지나가던 한학자 김창회씨도 잠시 멈춰서 숲의 유래를 설명해주고 갔다. 의성문학회 장효식 회장과 이용섭 시인도 고향일이라 여겨 일일 자원봉사 가이드로 동참했다. 귀가하는 참석자 모두의 표정은 고엽(枯葉)보다 더 운치가 있었다.

장 관장은 “요즘 인문학 행사가 도시인 중심인데 이번 행사는 농촌 중심”이라면서 “이 행사가 경북 지역에서는 첫 오감만족 인문학 축제의 시작이기 때문에 타 농촌지역으로 파급됐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이춘호기자 leekh@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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