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대결] 배틀 오브 비보이·브룩클린 브라더스

  • 윤용섭
  • |
  • 입력 2014-01-10   |  발행일 2014-01-10 제42면   |  수정 2014-01-10

배틀 오브 비보이 (장르 : 드라마, 등급 : 12세 관람가)
“최강 코리아를 꺾어라” 美 비보이팀의 고군분투

20140110

비보이는 신한류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하는 한국 비보이의 공연 동영상이 전 세계 비보이들의 교과서로 불리고 있고, 국내 비보이팀 ‘갬블러’는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개막식 전야제 단독 공연까지 했다. 이 정도면 드라마와 영화, K-pop에 버금가는 한류 전도사라 할 만하다. 브레이크댄싱으로 알려진 비보잉은 압도적인 퍼포먼스가 압권이다. 역동적이고 강렬한 비보잉을 보다 보면 누구나 그 세계 속에 빠져들게 된다.

흥미로운 건 ‘빵보다 춤을 좋아한다’는 프랑스를 위시해 러시아·독일·일본 등이 각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에 힘입어 세계적으로 우수한 비보이들을 양성하고 있다면, 정작 비보이의 종주국인 미국에선 비보잉이 고등학생에게도 푸대접 받는 한물간 스포츠로 전락했다는 점이다. 여기에 초점을 맞춘 영화 ‘배틀 오브 비보이’는 과거의 영광을 되찾으려는 미국 비보이들의 꿈을 향한 도전기를 담는다.

영화의 최종 무대는 비보이들의 월드컵이라고 불리는 ‘배틀 오브 더 이어’다. 미국은 15년 동안 이 대회에서 한 번도 우승을 차지하지 못했다. 이를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었던 미국 힙합계의 거물 단테(라즈 알론소)가 최고의 드림팀을 만들어 챔피언 자리를 되찾아오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세운다. 먼저 과거 자신의 동료였던 제이슨(조쉬 홀로웨이)을 찾아가 비보이팀의 코치직을 제안한다. 제이슨은 한때 잘나가는 댄스 크루의 일원이었지만 아내와 아들을 사고로 잃은 후 알코올에 빠져 무의미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 결국 제이슨은 삶의 변화를 찾기 위해 코치직을 수락한다.

종주국의 명예를 되찾기 위해 모인 각기 다른 개성의 미국 드림팀은 좌절을 딛고 일어선 제이슨의 독특하고 혹독한 훈련을 통해 차츰 하나의 팀으로 완성돼 간다. 그 과정에서 갈등과 화해, 땀과 열정이라는 스포츠 영화의 익숙한 패턴이 답습된다. 미국 드림팀에게 가장 넘기 힘든 상대는 역시나 지난해 우승팀인 한국의 ‘서울 어쌔신’이다. 한국을 넘어서야만 그들은 세계 최고로 인정받을 수 있다. 따라서 ‘배틀 오브 비보이’는 최강 한국팀을 넘어서기 위한 미국 비보이팀의 고군분투로 요약될 수 있다.

사실 한국은 2000년 초반부터 세계 5대 대회인 R-16, UK B-boy Championship, 레드불 BC ONE, 배틀 오브 더 이어, 프리스타일 세션에서 총 20회 이상의 우승을 차지한 세계 최정상이다. 연출은 할리우드가 주목하고 있는 한국계 감독 벤슨 리가 맡았다. 그는 다큐멘터리 ‘플래닛 비보이’(2009)를 통해 비보이들의 열정적인 모습을 감각적으로 담아낸 바 있다. 비보잉은 예술이 아닌 스포츠와 같다는 것을 전하고 싶었다는 벤슨 리 감독은 전작에서 표현된 다큐멘터리 정서를 끌어와 비보이들의 실제 삶과 경험담을 고스란히 영화에 녹여냈다.

뭐니 뭐니 해도 전 세계 비보이 크루들의 열정적인 공연을 한눈에 볼 수 있다는 점은 이 영화가 지닌 가장 큰 매력이다. 제작진은 독일, 프랑스, 이스라엘, 러시아, 카자흐스탄, 그리고 미국 비보이 크루들에게 출연을 요청했고, 총 75명의 세계적인 비보이가 영화를 위해 한자리에 모였다. 영화의 하이라이트인 ‘배틀 오브 더 이어’ 대회 장면을 담기 위해선 실제로 2013년 열렸던 ‘배틀 오브 더 이어’ 파이널 대회에서 촬영을 감행했다. 그중에서도 러시아의 비보이팀 ‘톱 나인’과 프랑스의 ‘배가본드’, 한국의 ‘더키’와 ‘디엔드’ ‘킬’ 등이 선보이는 퍼포먼스는 그들의 명성만큼이나 차원이 다른 볼거리를 선사한다. 머리를 바닥에 대고 물구나무서서 도는 ‘헤드스핀’부터, 바닥에서 손으로 몸을 지탱하며 발을 움직이는 ‘풋워크’, 다리를 벌린 채 어깨와 등을 이용해 회전하는 ‘윈드밀’, 그리고 이전까지의 동작을 마무리하며 몸을 잠시 정지시키는 ‘프리즈’ 등 말로만 듣던 비보잉 기술이 커다란 스크린을 통해 다이내믹하게 펼쳐진다. 이보다 짜릿하고 강렬한 퍼포먼스가 또 있을까 싶을 정도다. 그 여운을 이어가고 싶다면 ‘플래닛 비보이’도 꼭 챙겨보길 권한다.


브룩클린 브라더스 (장르 : 드라마, 등급 : 15세 관람가)
기타 하나 동전 한닢…두 아웃사이더의 음악여정

20140110

음악이 유일한 소통구인 싱어송라이터 알렉스(라이언 오넌)는 우리가 흔히 말하는 ‘찌질이’다. 음악성이 다르다는 이유로 다른 멤버로부터 밴드 해체를 통보받은 그는 공연 시작 전 여자친구로부터는 결별을 암시하는 편지를 받았다. 덕분에 잠을 설쳐 직장에 지각한 알렉스는 그의 신경을 거스르는 직장동료를 폭행해 해고까지 당한다. 게다가 아르바이트 삼아 시작한 학교공연에선 장난감 칼로 자신을 찌르는 지체장애자를 폭행해 벌금까지 물어내야 할 상황. 휴대폰 요금 연체는 물론, 밀린 월세를 걱정해야 하는 알렉스에게 탈출구는 보이지 않는다.

괴짜 뮤지션 짐(마이클 웨스톤) 역시 4차원 정신세계 때문에 일찌감치 밴드에서 퇴출당한 찌질이다. 뇌졸중으로 누워 있는 할아버지와 단둘이 살고 있는 짐은 아동용 실로폰이나 나팔, 멜로디언 등을 줄곧 악기로 사용해왔다. 그런 그가 우연히 알렉스의 공연을 본 후 캘리포니아에서 열리는 밴드 배틀에 참가하자는 제안을 하게 된다. 짐의 밑도 끝도 없는 제안에 어이없어하는 알렉스. 하지만 그 역시 답답한 현실에서 탈출하고, 좋아하는 음악을 계속 하고 싶은 마음에 그의 제안을 받아들인다.

‘브룩클린 브라더스’는 로드무비 형식을 빌려 평범하지 않은 두 남자의 음악 여정을 따라간다. 말이 좋아 전국순회공연이지, 아무런 계획과 대책 없는 ‘무데뽀’ 여정이다. 그 과정에서 삶의 무료함을 느낀 케이시(아리엘 케벨)가 밴드 매니저를 자처하며 이 투어에 새롭게 합류한다. 지방의 작은 공연장에서 매니저로 일하고 있는 케이시는 태어나서 딱 한 번 뉴욕으로 소풍을 갔을 뿐 한 번도 고향을 벗어나 본 적이 없다.

짐의 좁고 낡은 자동차는 이제부터 즉흥연주를 하고 새로운 음악을 탄생시키는 작업실이 된다. 또한 서로의 인생이야기를 주고받는 사랑방 역할도 한다. 두 사람의 음악은 자본에 영합하지 않고 자신만의 음악적 실험정신을 잃지 않는 로파이 뮤직에 가깝다. 따라서 이들이 선보이는 음악은 형식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움과 독창성에 기반한다. 물론 “데이빗 보위가 여섯 살 때 만든 곡 같다”며 “짠하면서도 흥미롭다”고 찬사를 보낸 케이시를 제외하면 그들의 음악성을 이해하는 사람은 전무하다.

알렉스와 짐은 알고 있다. 음악은 물론, 세상과의 소통에도 실패한 최고의 찌질이들이라는 점을 말이다. 하지만 위대한 음악은 언제나 찌질이들이 만들어낸다고 자위한다. ‘브룩클린 브라더스’가 음악영화로 ‘원스’(2007)와 같은 연장선상에 있으면서도 차별되는 건 이런 점에서다. ‘원스’가 사랑을 키워가는 두 남녀의 애틋함을 감성적인 음악으로 담아냈다면, ‘브룩클린 브라더스’는 찌질이로 통하는 두 남자의 음악을 향한 꿈과 소통의 여정에 주목했다. 여기에 예측불허의 상황이 더해지며 의외의 웃음과 재미까지 선사한다.

음악감독은 롭 시몬센이 맡았다. ‘머니볼’ ‘라이프 오브 파이’ ‘500일의 썸머’ 등을 통해 감성적이고 따뜻한 음악을 선사했던 그는 또 한 번 특유의 서정적이고 감미로운 선율을 이 영화에 보탰다. 흥미로운 건 누군가에게 실패자라고 불릴지언정 꿋꿋이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을 고집하며 살아가는 그들이 차츰 매력적으로 다가온다는 점. 알렉스와 짐은 정말 너무나 순수해서 엉뚱한 남자들이다. 그만큼 두 남자가 만들어내는 독창적이고 솔직한 음악은 시종 진한 감동으로 영화를 수놓는다.

알렉스 역으로 열연을 펼친 라이언 오넌이 연출은 물론 각본까지 맡아 다재다능한 능력을 펼쳤다.

윤용섭기자 yys@yeongnam.com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위클리포유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