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문 여는 성폭력 전문연구소‘울림’권인숙 소장

  • 입력 2014-02-19 08:22  |  수정 2014-02-19 08:22  |  발행일 2014-02-19 제29면
“성폭력은 나와 내 주변의 문제…공포감만 부각하면 해결 못해”
내일 문 여는 성폭력 전문연구소‘울림’권인숙 소장

“성폭력에 대해 두려움과 경각심만을 강조하는 시대는 지났습니다. 성폭력은 언론을 통해 알려지는 일부 자극적인 면이 전부가 아니라 ‘관계의 폭력’임을 직시하는 쪽으로 인식을 바꿀 필요가 있습니다."

20일 문을 여는 한국성폭력상담소 부설 성폭력 전문 연구소 ‘울림’의 권인숙(50·명지대 방목기초교육대학 교수) 소장은 18일 “성폭력이 나와 내 주변의 문제라는 인식 없이 공포감만을 부각하는 방식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성폭력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연구소 ‘울림’은 상담소가 20여년간 성폭력 피해자를 지원하며 축적한 자료와 경험을 토대로 반(反)성폭력 이론, 성폭력 없는 문화, 반성폭력 법·정책을 펼쳐내고자 설립됐다.

그는 한국에서 성폭력이 여전히 잘못된 통념을 기반으로 인식되고, 피해에 대한 공포가 지나치게 강조된 나머지 본질이 흐려지는 문제가 있다고 진단했다.

“국내에서 성폭력은 여전히 여성의 옷차림이나 남성의 욕구 조절 문제 등 통념에 상당 부분 지배받고 있습니다. 가해자의 ‘괴물’ 같은 모습만 강조된 결과, 피해에 대한 간접 경험이 지나치게 많기도 하죠. 이런 상황은 매우 위험합니다.

권 소장은 특히 성폭력 공포 강조의 부작용을 강조하면서 “두려움이 너무 크면 성폭력에 직면했을 때 대처 능력이 떨어지고 2차 피해 등 이후 상황을 극복하기도 어렵다”며 “두려움이 뭘 해결해주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성폭력에 대한 관심은 아주 자극적인 아동 대상 범죄 등 일부 사건에 맞춰져 있지만 정작 성폭력의 상당수는 친족 등 구체적 관계에서 발생하는 ‘나와 내 가족’의 문제”라며 “이런 관점에서 성폭력을 이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심지어 ‘조두순 사건’이 불거졌을 당시, 성폭력 피해자 시설 입주를 준비하는 데 주민들이 혐오시설이라며 반대해 결국 못 들어간 적이 있습니다. 가해자가 아니라 피해자 시설인데도요. 성폭력에 대한 공포감은 큰 반면 나와 내 주변, 공동체의 문제로는 여기지 않는 인식을 보여주는 모습이죠.”

권 소장은 “이런 관점에서는 성폭력 피해자에게도 ‘씻지 못할 상처’ 등 표현으로 극단적 피해의식만 강조한다”며 “성폭력 피해자라고 평생 고통에 시달려야 할 이유가 없는데 사회가 ‘피해자다움’에 대한 올가미를 씌우는 셈”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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