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른한 봄날…보약은 지금 먹어야 하나?

  • 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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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4-04-15 07:54  |  수정 2014-04-15 07:55  |  발행일 2014-04-15 제21면
20140415

옛말에 ‘잠이 보약’ ‘밥이 보약’이라는 말이 있다. 하지만 밥 잘 먹고, 잠 잘 자도 컨디션이 회복되지 않으면 누구나 “보약 한 제 지어 먹을까” 생각하게 된다. 문제는 보약을 아무 때나 먹어도 되는 가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요즘 같은 시기에 보약을 먹어보는 것은 어떨까.

4계절 모두 가능
여름 잘 타는 체질
봄에 미리 대비해야
봄과일·나물도 효과


◆계절 상관없이 보약을

우리 몸은 갑자기 건강해지거나 갑자기 나빠지지 않는다. 짧게는 수개월, 길게는 수년동안에 걸쳐 서서히 변화한다. 따라서 여름을 잘 타는 사람이라면 요즘과 같은 봄에 보약을 먹어서 여름철을 대비하는 것이 좋다.

만약 봄철에 미리 준비하지 못하고 여름을 맞이했더라도 위 기능이 약해지는 여름철의 계절적 특성에 맞게 소모된 기혈을 보충시키면 된다.

동병하치 하병동치(冬病夏治 夏病冬治·겨울병은 여름에 치료하고 여름병은 겨울에 치료하라)라는 말이 있다. 병이 생기기 전에 치료할수록 치료가 쉽다는 미병이치지(未病而治之)의 중요성을 강조한 말이다.

보약을 짓는 시기는 사계절이 다 가능하다. 특별한 시기가 따로 없고 건강 상태에 따라 보약 먹을 시기를 결정하면 된다.

봄철에는 몸이 나른하고 식후에 졸음이 오는 춘곤증이 잘 생긴다. 날이 길어지면서 수면 시간은 줄고 활동 시간은 늘기 때문에 몸에서 저항을 느낀다. 평소보다 많은 양의 미네랄과 필수 영양소, 비타민 등이 필요하다. 이를 보충할 수 있는 봄철 과일과 봄나물을 잘 먹어주면 좋다.

식생활 개선으로 몸 상태가 나아지지 않는다면 보약을 복용해도 좋다. 위장의 기능을 회복시키고 피로감이 많은 증상인 기허 증상을 개선시키려면 보중익기탕을 복용해야 한다. 보중익기탕은 기가 부족해서 힘이 없고 무기력한 증상에 사용하는 보약으로 봄철에 많이 쓰는 한약이다. 황기와 인삼이 들어가므로 기를 보충하고 헛땀 흘리는 증상을 개선시키며 식곤증을 이기게 한다.

십전대보탕은 추위를 많이 느끼되 소화기능은 괜찮고 힘이 없으며 피부 및 구강 건조, 만성 피로 증상에 효과적이다. 십전대보탕은 기와 혈을 동시에 보충하는 보약으로서 산후나 큰 수술 후 기혈이 훼손됐을 때 많이 쓴다. 녹용을 넣어서 녹용십전대보탕을 쓰면 기혈과 함께 양기를 돋워 계절적으로 약해진 기운을 빠르게 회복시키는 역할을 한다. 십전대보탕은 소화 장애가 있거나 대변이 무른 사람에게는 적당하지 않다. 한의사의 진단하에 복용해야 한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된다.

평소 노동을 많이 하고 육체적인 일을 많이 하는 사람은 쌍화탕으로 몸을 보하면 좋다. 쌍화탕의 작약이 근육의 뭉침을 풀어주고 근육통을 빠르게 회복시키며 감초가 통증을 억제하고 황기와 당귀로 근육에 영양성분을 보충해주므로 봄철 보약이 될 수 있다. 특히 소화 기능은 좋은데, 입맛이 없어서 밥을 잘 못 먹는 사람에게는 입맛이 돌아오게 하는 역할도 한다.

쌍화탕은 감기약으로도 많이 사용하는데, 주로 몸살 감기로 인해 온몸이 쑤시고 아픈 증상에 효과가 있다. 신혼부부가 과도한 방사로 코피가 날 때도 쌍화탕으로 보충해 몸에 영양성분을 빠르게 보충시켜 준다.

약재 많이 넣으면
오히려 위장장애 불러
고지혈증약 함께 복용
설사 유발 가능성 주의

◆맞춤형 보약을

한의사의 처방없이 건강식품이나 개별 식품용 한약을 장기간 복용하면 오히려 부작용 유발 가능성이 높다.

모든 한약은 계절·체질·개별적으로 특성을 고려해 처방을 내리게 된다. 몸에 좋다고 이것저것 넣어서 약을 짓는 것은 오히려 위장장애를 일으키고 건강을 해치게 된다.

한약을 먹고 금방 좋아지기를 기대하면 안된다. 사람에 따라서 금방 좋아질 증상과 장기간 복용해야 좋아질 수 있는 증상이 있으므로 한의사의 처방을 신뢰하고 꾸준히 복용해야 한다.

요즘에는 혈압약이나 당뇨약, 고지혈증약, 아스피린 등 심혈관계 약물을 장기간 복용하는 경우가 많다. 한약을 먹을 때 고지혈증약을 복용하면 설사를 유발할 수 있으므로 고지혈증약을 중지하는 것이 좋다.

아스피린이나 혈전용해제 혈액순환제와 같은 약물은 혈전생성을 억제하므로 위장관 출혈을 유발한다. 음식이든지 보약이든지 흡수 장애를 일으키므로 한약과 같이 복용하면 큰 효과를 못 볼 수 있다.

혈압약의 경우에도 필요 이상 혈압을 낮춰 사지냉증이나 말초혈액순환 장애를 유발하므로 동시에 한약을 먹어야 할 경우 한의사와 의논하는 것이 중요하다.

한약에는 당뇨를 치료하고 혈당을 낮추는 성분이 들어갈 수 있다. 따라서 당뇨환자의 경우 한약 복용 후 오히려 저혈당 쇼크로 기운이 빠지고 진땀이 나는 증상이 발생할 수도 있어 정확한 진단이 필요하다.

임호기자 tiger35@yeongnam.com

▨도움말=대구시한의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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