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원식의 산] 팔각산(八角山) 영덕군 달산면·해발 628m

  • 인터넷뉴스팀
  • |
  • 입력 2014-04-18   |  발행일 2014-04-18 제39면   |  수정 2014-04-18
하늘 향해 솟은 8개의 멧부리…山客의 눈이 호강하다
20140418
팔각산 6봉에서 본 지나온 4봉과 5봉.
20140418
등산로 초입부터 만나는 가파른계단길.
20140418
옥계계곡 중심에 자리잡은 침수정.

<> 길잡이

팔각산주차장~(45분)~제1봉~(40분)~제2봉~(25분)~제3봉~(15분)~제4봉~(7분)~제5봉~(5분)~제6봉~(15분)~제7봉~(15분)~정상~(55분)~팔각산주차장


빼어난 산세
암릉 갖춘 산
봉우리마다
계단과 로프
체력소모 많지만
정상의 조망
감탄사가 절로


죽은 나무 등걸에도 싹이 튼다는 봄. 하루가 다르게 돋아나는 연두색 이파리며 꽃에서 내뿜는 공기는 향긋한 정도를 넘어 맛술처럼 달달하다. 알싸한 꽃향기에 익숙해지려는데 올봄은 유난히 빠르게 지나려는 듯 벌써 초여름의 기온으로 바뀌는 통에 마음이 급해졌다.

하루에 백리를 간다는 꽃소식을 따라 여덟 봉우리에 뿔을 세운 영덕의 팔각산을 찾았다. 맑은 옥계계곡을 끼고 뾰족한 8개의 암봉이 이어져있는 데에서 유래해 ‘옥계팔봉’이라고도 불리는 팔각산은, 기암괴석이 어우러진 여덟 봉우리가 한 줄기 능선위에 솟아 가경을 이루고 있는 산이다.

아침까지 내리던 비가 그치고 팔각산으로 향하는 내내 희뿌연 하늘이다가 청송 부남면을 지날 무렵 드디어 햇살이 고개를 내민다. 이곳을 지날 때마다 들르는 마트에서 꽃소식을 물으니 영덕 달산면 일대에 벌써 복사꽃이 만개를 했다는 정보를 얻었다.

팔각산을 세 번이나 올라봤다는 주인장은 갈 때마다 힘이 들었다며 조심히 다녀오라고 당부의 말을 전한다.

바쁠 것 없이 차를 몰아 팔각산 입구에 도착하니 비의 영향인지 몇 대의 차가 세워져있을 뿐 한산하다. 주차장 정면에서 왼쪽으로 작은 다리는 ‘하산로’로 적은 안내판이 있고, 오른쪽 계곡 쪽은 ‘등산로’ 안내판이 서있다. 계곡을 끼고 50m 정도 지나면 정면에 리본이 주렁주렁 걸렸다. 첫발을 내디디려는데 초반부터 엄청난 경사의 철계단이 딱 버티고 서있다. 이번 산행에서 마음을 단단히 다잡으라는 신호로 보인다. 50여개의 계단이 끝나고 짧지만 가파른 돌길을 지나니 완만한 능선이 이어진다. 무덤 한 기를 지나 왼쪽 산허리로 난 길을 따라 20분을 오르면 잘록한 안부에 닿는데 ‘팔각산 정상 1.9㎞’라 적은 표지석이 있다. 지나는 산객들이 “정상 1.9㎞면 얼마 안 되네”라며 이쯤에서 다들 쉬어간다. 짧은 거리임에도 앞으로 펼쳐질 고난의 길을 모르고 하는 말인 듯하다.

작은 표석 하나가 잠시 긴장을 풀어주었다면 다시 이어진 길은 이내 로프구간이다. 크게 힘들거나 위험하지 않아 쉽게 올라선다. 다시 15분 정도 오르니 제법 가파르고 긴 로프 구간이다. 바위 구간에 설치된 로프다 보니 한 발 디뎌 올라서기도 힘들 정도다. 사람의 마음이 이렇다. 곳곳에 로프가 설치된 구간을 오르던 산객들의 말이 금세 바뀐다. “만만찮은데.”

멋모르고 찾은 사람들은 마른침 삼키며 더 오를 것인지 말 것인지 고민에 빠지는 구간이다. 20분 정도 오르니 제1봉이다. 자그마한 화강암에 ‘第一峰’이라 적혀 있다. 이후 안전로프가 설치된 바위구간을 두 번 지나가면 제2봉 암벽 앞 삼거리에 이른다. 여기서 왼쪽 길은 안전등산로이고, 오른쪽 길은 가파른 암벽을 끼고돌아 제2봉에 오르는 길이다. 가파르긴 하지만 로프가 설치되어있어 위험하지는 않다. 2봉 바로 직전까지 오르면 정면으로 로프로 가로막아두고 왼쪽으로 지나도록 길이 나있다. 소풍 가서 보물찾기를 하다가 어렵게 보물을 찾아 열어보면 ‘꽝’이 적힌 종이를 찾은 것처럼 2봉에 오르면 조망도 좋지 않고 산 아래 마을에서 설치한 TV안테나와 향나무 한 그루가 덩그러니 서있을 뿐이다.

2봉을 지나면 3봉으로 가는 길목에 갈림길이 있다. 오른쪽은 암반등산로, 왼쪽은 우회로인 일반등산로다. 3봉으로 바로 오르려면 오른쪽 바윗길을 택해야 하지만 낙석위험 등으로 출입금지 안내도를 세워두었다. 아쉽지만 안전한 우회로를 택한다. 평지처럼 완만한 길을 따르면 ‘정상 0.9㎞’ 표석이 세워진 오른쪽 절벽 아래에 자연동굴이 있다. 동굴 내부는 앉은 자세로 예닐곱 명 정도 비를 피할 수 있는 공간인데 입구는 좁지만 안쪽은 넓다. 누구랄 것도 없이 호기심에 한 번씩 들여다보고 지난다. 우회길이 끝나고 안부에 오르는 길에도 어김없이 로프가 있다.

잘록한 안부에서 3봉을 올랐다가 되돌아 내려와 다음 봉우리로 향하는 길은 두 번의 아슬아슬한 길을 지나야 한다. 첫 번째는 5m쯤 되는 로프를 지나야 하고 두 번째는 8m는 족히 될 법한 수직의 로프를 잡고 내려서야 안부를 만난다. 두 번째 로프는 바위 아래에서 오른쪽으로 돌아 내려갈 수도 있는데 여기는 경사는 완만하지만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잠시 숨을 고르고 4봉으로 오르는데 하늘을 향해 철계단이 딱 버티고 있다.

코가 닿을 듯 가파른 계단인데 한발 한발 오르며 헤아려봤더니 무려 173계단. 계단을 다 올라 뒤따르는 사람들을 내려다보니 계단에 딱 붙어 오르는 모습이 아기들 배밀이 하듯 계단을 밀고 올라온다. 힘들게 오른 뒤에 보상이라도 받는 듯 조망이 일품이다.

건너편으로 바데산(646m), 동대산(791m) 줄기가 실금을 그리듯 이어져 있고, 발 아래로 옥계마을과 달산면 일대 들녘에 복사꽃이 연분홍 물감을 풀어놓은 듯하다. 동으로는 영덕 풍력발전단지와 해안선이 아스라이 조망되는 곳이다. 봉우리를 잠시 내려와 올라서니 제5봉이다. 5봉에 오르면 이어진 정상방향의 능선은 활처럼 휘어진 바위 능선이다. 여태까지는 병풍바위 같던 팔각산 능선은 이제 전형적인 암릉으로 모습을 바꾼다. 여기서 오른쪽에 보이는 암봉이 제6봉, 그 뒤에 솟은 봉이 7봉이다. 정상은 7봉 뒤에 가려 숲만 살짝 보일 뿐이다. 6봉은 굳이 오르지 않아도 지나는 능선이라 곧바로 통과해 7봉으로 향한다. 왼쪽으로 크게 돌아 오르는 길인데 완만한 경사길이다가 마지막에 치고 올라서야 한다. 7봉을 잇는 암릉에서 지나온 길을 바라보니 이것 역시 절경이다. 옥계계곡 바닥에서부터 치솟은 능선을 따라 기암들이 우뚝 솟아 신선경을 연출하고 있다. 절벽에 뿌리내린 소나무가 인상적이고, 막바지 진달래 틈바구니에 철쭉이 꽃망울을 한껏 부풀리고 있다.

이제 정상인 8봉만 오르면 된다. 안부에 살짝 내려서면 왼쪽으로 돌아가는 길, 정면으로는 경사길이다. 완만하다가 마지막 정상을 앞두고 가파른 철계단을 오르면 곧 정상이다. 정상은 헬기장처럼 넓은데 사방이 숲으로 막혀있다. 한편에 정상석이 자리하고 있고, 우거진 나무로 인해 다른 봉우리와 달리 조망이 없다는 것이 아쉽다. 정상에서 남서쪽 방향으로 안내 리본들이 주렁주렁 걸린 길이 하산 길이다. 제법 가파른 등산로가 계속해서 이어진다. 15분 정도 후에 오른쪽과 정면에 로프로 막아두고 왼쪽(남동쪽)으로 ‘팔각산장 1.5㎞’라 적은 이정표가 서있다. 처음으로 흙길을 밟으며 30분 정도 내려서니 봉분은 허물어졌지만 안동임씨 묘비가 세워진 무덤 한 기를 지나 곤두박질치듯 가파른 너덜지대를 지나 20분을 내려서면 아침에 올랐던 주차장에 닿는다.

산불조심 안내방송이 요란한 가운데 봄은 어느새 일렁이는 계곡 물빛에도 초록으로 물들이고 있다.

대구시산악연맹 이사 apeloil@hanmail.net

팔각산☞

◇…팔각산 산행은 주차장이 있는 팔각산장을 기점으로 삼아 1봉부터 정상인 8봉까지 차례로 올라 다시 출발했던 주차장으로 하산하는 원점회귀 산행이다. 암릉으로 이루어진 산이지만 등산로 정비가 잘 돼 있어 보다 안전하게 산행을 즐길 수 있게 되어있다. 초보산행자의 경우 위험한 암봉을 직접 오르지 않고 일반등산로로 우회하는 구간도 있으니 이정표를 살피는 주의가 필요하다. 전체 산행거리는 4.4㎞로 비교적 짧고, 주차장이 해발 140m로 정상인 628m와 표고차이는 얼마 되지 않지만 봉우리마다 계단과 로프가 설치되어있어 시간과 체력소모가 많은 산이다. 한 바퀴 돌아내려오면 3시간30분 남짓 소요된다.

가는길☞

◇…대구~포항간 고속도로 북영천IC에서 안동, 청송 방향 35번 국도를 따르다 청송군 현서면에서 68번 국도와 31번 국도를 따라 부남면까지 간 다음 우회전으로 ‘청송 얼음골’ 방향으로 930번 지방도로 얼음골 인공폭포를 지나 10분 후 옥계2교 직전에 팔각산장 옆 주차장이 나온다. 또, 대구~포항 간 고속도로 포항IC에서 내려 7번 국도를 따라 영덕까지 간 다음 34번 국도를 따라 영덕군 달산면 옥계계곡유원지 상류로 500m를 진행하면 옥계2교를 건너면 오른쪽에 주차장이 있다. 내비게이션: 경북 영덕군 달산면 옥계리 43-3번지(팔각산장)

볼거리☞

△옥계계곡, 침수정=옥계계곡은 천연림으로 뒤덮인 팔각산과 동대산의 기암절벽이 이루어낸 깊은 계곡이다. 침수정 아래를 굽이쳐 흐르는 맑고 깨끗한 물은 50여개의 작은 내와 어우러져 영덕의 젖줄인 오십천을 이룬다. 옥계계곡에서도 가장 아름다우며 기암괴석이 절경을 이루는 곳에 자리 잡은 침수정(枕漱亭)은 조선조 광해군 원년(1608)에 월성인 손성을(孫星乙)이 광해군의 학정을 피해 조용히 은거할 곳을 찾아 옥계계곡으로 들어왔다가 기암괴석으로 에워 싸인 주변 경관에 매료되어 계곡을 마주한 바위에 아담한 정자를 짓고 지낸 곳이다. 침수정은 경북도기념물 45호로 지정되어 관리되고 있다.

△청송 얼음골 인공폭포=팔각산에서 약 4㎞ 거리인 청송군 부동면에 위치한 얼음골에는 60여m의 인공폭포가 있다. 겨울에는 벽면 전체에 인공빙벽을 만들어 빙벽등반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아이스클라이밍 국제대회인 ‘아이스클라이밍월드컵’이 열리는 장소다.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위클리포유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