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쌀 생산기반 지켜낼 협상·대책 따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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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4-07-19   |  발행일 2014-07-19 제23면   |  수정 2014-07-19

정부가 어제(18일) 20년 동안 미뤄온 쌀 시장 개방을 선언했다. 쌀 개방을 미루는 대가로 의무수입 물량을 늘리는 것보다 고율의 관세를 부과해 문호를 여는 것이 낫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이동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내년부터 쌀을 관세화하는 것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다. 세계무역기구(WTO) 협정에 합치하는 범위 내에서 최대한 높은 관세율을 설정해 우리의 쌀 산업을 보호하겠다”고 밝혔다.

농민단체들은 정부의 쌀 시장 개방을 성토하며 농성에 들어갔고, 야당도 반대의 뜻을 밝히고 있다. 20년이나 미뤄온 숙제를 푸는 과정에서 사회적 갈등과 혼란이 예고되는 대목이다. 정부는 관세화를 통한 쌀 시장 개방이 불가피하고, 의무수입량을 늘리는 것보다 농가 피해가 적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농민단체는 외국의 통상 압력으로 높은 관세율을 유지하기 힘들며, 따라서 외국산 쌀의 국내시장 점령을 걱정하고 있다.

어떤 쪽으로 방향을 정하더라도 우리의 외국산 쌀 수입은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올해 쌀 의무수입량은 40만9천t으로, 국내 생산량의 9.7%에 해당한다. 최근 쌀 시장 개방을 다시 미룬 필리핀은 2017년까지 의무수입물량을 2.3배나 늘렸다. 필리핀과 같은 조건으로 쌀 개방을 연기한다면 우리나라의 의무수입물량은 국내 생산량의 약 22%에 달하는 94만t에 달한다. 이는 우리가 감내하기 힘든 수준이란 데 이론이 없다.

쌀 시장 개방에 따른 가장 큰 걱정은 국내 쌀 생산기반의 붕괴다. 먹는 양이 줄어들었다 해도 쌀은 우리의 주식이고, 식량주권의 상징성을 갖는 작물이다. 세계적 흉년이 들어 쌀값이 뛰면 식량의 무기화를 걱정해야 할 상황이 올 수도 있다. 현재로선 수입쌀에 고율의 관세를 매기는 것이 쌀 생산기반을 유지하는 유일한 방안이다. 적어도 수입쌀의 유통가격을 국내산보다 높여야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다.

농민단체들은 쌀 관세화의 전제조건으로 500% 이상의 고 관세율을 요구하고 있다. 정부는 WTO와의 협상에 대비해 관세율을 공개하지 않고 있지만, 350~400%를 예상한다고 한다. 지금 농민들이 기댈 곳은 정부의 협상력뿐이다. 고 관세율 관철과 함께 자유무역협정 등에서 쌀을 양허대상에서 제외하는 정부의 노력이 중요하다. 아울러 쌀 고급화를 위한 농가지원 대책도 시급하다.<논설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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