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N & 樂] 제3부 대구의 새로운 지도 (10) 물베기 마을

  • 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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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4-09-02   |  발행일 2014-09-02 제11면   |  수정 2014-09-02
시끄러운 연습실 소리에… 흥 ! 같이 제대로 한판 벌이니… 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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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인들의 고향이 된 물베기 마을에서는 매년 10월이면 지역 예술인들과 주민, 청소년들이 하나된 ‘물베기마을 문화예술축제’가 열린다. 축제기간에는 지역주민이 참여하는 나눔장터와 어린이 그림그리기, 청소년 댄스공연, 전문 예술인들의 수준높은 공연이 함께 펼쳐진다. <대구시 남구 도시만들기 지원센터 제공>

학원·연습실에서 숨죽여 소리내지말고
동네 앞마당으로 나와서 같이 놀아보자
4년전 음악·무용·미술 학원과 손잡고
주민들이 스스로 만든 마을축제에
문화예술인들도 이곳으로 모여들었다

온갖 색상의 물감이 묻은 앞치마를 입고 돌아다니는 대머리 아저씨, 첼로를 메고 뛰어가는 아줌마, 발레복을 입고 가게에서 아이스크림을 먹는 아이. 이런 모습이 전혀 낯설지 않은 곳이 있다. 바로 물베기 마을이다.

대구시 남구 대명2동 1823번지 일대, 옛 자연부락 명칭인 물베기 마을은 영선시장 자리에 있던 영선못에서 흘러나온 물길이 지난다고 해서 지어진 이름이다.

불과 4~5년 전만 해도 이곳은 특별할 것도, 새로울 것도 없는 그저 그런 동네였다. 다른 지역과 차이점이 있다면 동네주민과 음악학원 간의 다툼이 잦았다는 것.

1965년 개교한 경북예술고는 지금까지 2만여명의 예술인을 배출했다. 매년 수백명의 학생들이 경북예고 주변 학원에서 악기를 연주하거나 성악연습을 하다보니 인근 주민과의 마찰은 불가피했다. 주민이나 학원장 모두 답답하긴 마찬가지였다.

이때 주민들이 마음의 문을 활짝 열었다.

이왕 들어야 할 음악소리라면 제대로, 즐겁게 듣자는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2010년 주민들 스스로 음악, 무용, 미술 학원 및 연습실과 손잡고 ‘물베기마을 문화예술축제’를 기획했다. 학원이나 연습실에서 숨 죽여 연주하지 말고, 동네 앞마당에서 흥겨운 한판을 벌여 달라고 했다. 예술인도 흥쾌히 응했고, 주민 자생축제로 확고한 자리를 잡았다.

올해 5회째를 맞는 ‘물베기마을 문화예술축제’는 오는 10월17~18일 이틀간 청소년문화의집 일대에서 펼쳐진다.

주민들이 마음의 문을 활짝 열자, 문화예술인들도 ‘마음의 고향’인 물베기 마을로 하나둘 모여들기 시작했다.

가장 대표적인 곳이 ‘일신장’이다.

1980~90년대 비디오를 볼 수 있던 몇 안되는 여관으로 당시 남자 고교생과 대학생들이 일탈의 필수 코스로 여겼던 곳이다. 그런 일신장은 이제 대구에서 가장 많은 연습실을 확보한 건물이 됐다. 1층 일부만 여관으로 활용할 뿐 건물내 객실 52개를 리모델링해 180개의 개인 연습실로 바꿨다. 일신장 2층으로 들어서면 다닥다닥 붙은 방문 사이로 피아노, 바이올린, 첼로, 성악 등 다양한 음악소리를 들을 수 있다.

일신장 연습실이 유명세를 떨치면서 명덕네거리 주변 건물에도 개인 연습실이 급증하고 있다. 이렇게 자리한 개인연습실은 명덕네거리에서 계명네거리 사이에만 300개가 넘는다.

물베기마을에 자리한 소규모 공연장은 문화예술인들의 테스트베드(Test Bed) 역할을 하고 있다. 대구지역에서 초연되는 공연 중 상당수가 이곳 물베기 마을 일대 소규모 공연장에서 시험무대를 거치고 있다.

청소년창작지원센터 지하(200석 규모)를 비롯해 청소년문화의 집(150석), 아트&시에터(100석), 동서 음악사(100석), 물베기 아트홀(100석), 현대음악오케스트라(100석) 등에는 매주 각각 3~4회 이상의 공연이 열리고 있다. 10여개의 50석 전후 작은 공연장에도 2~3회의 공연이 열린다.

시끄러운 음악소리를 이해해주고, 다양한 공연장과 연습실이 자리하면서 물베기 마을에는 지역의 예술인들이 속속 몰려들고 있다. 예술인 한 사람이 운영하는 연습실에는 매주 적게는 10여명, 많게는 100여명에 가까운 연습생이 찾고 있다. 자연스럽게 주변 상권도 활성화되고 있다. 물베기마을에 유동인구가 늘면서 과거 분식점 일색이던 경북여자상업고 뒷길은 이제 카페, 이탈리안·일식 전문 식당이 늘고 있다.

최근에는 물베기마을에서 터전을 잡고 살아가는 예술인을 중심으로 협동조합도 구성됐다. 조합 측은 연습실을 운영하는 음악, 미술, 무용 등 다양한 장르의 예술인과 협의해 예술작품이 어떤 과정을 거쳐, 무대에 오르게 되는지 연습실을 항상 공개할 계획도 세우고 있다. 이렇게 되면 물베기마을에은 예술인의 일상은 물론 예술작품의 전 과정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이 되는 셈이다.

김진수 물베기마을협동조합 이사장은 “물베기 예술마을은 모두가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다. 어찌보면 삶의 질 향상이 우리 마을의 최종 목표”라며 “협동조합 활동이 활성화되면 마을 전체가 연예기획단이 되어, 지역의 문화예술을 주도해 나갈 것으로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임호기자 tiger35@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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