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짱똘아빠의 식도락] 경양식을 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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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4-09-26   |  발행일 2014-09-26 제41면   |  수정 2014-09-26
[짱똘아빠의 식도락] 경양식을 아시나요?

요즘 찾아보기 힘든 음식점 중 하나가 ‘경양식당’이다. 젊은 세대에게는 단어조차 생소할 테지만, 30대 이상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지 않을까 싶다.

이젠 양식도 프렌치니, 이탈리안이니 세분화되어 있지만 불과 20여 년 전만해도 그런 구분은 없었고 오로지 경양식만 있었다. 집안에 행사가 있는 특별한 날이나 연인들의 기념일에 경양식당을 찾아가 함박스테이크나 돈가스를 주문해 두고 소위 말하는 ‘칼질’하는 게 최고의 이벤트였다.

필자의 유년기를 돌이켜봐도 경양식당은 추억의 한 페이지로 남아있다.

입학식이나 졸업식, 반장선거에 당선된 날 등 자녀들에게 기쁜 일이 생기는 날이면 부모님께서는 꼭 경양식당에 데리고 가주셨다. 돈가스, 비후가스, 생선가스, 하이라이스 등 메뉴판만 봐도 침이 꼴깍 넘어가는 음식이 많았지만 가장 좋아했던 건 함박스테이크였다.

경양식당 메뉴 중에서 제법 고가에 속하는 음식이라 주문할 때면 아버지 눈치를 슬쩍 보기도 했지만, 브라운소스를 흠뻑 뒤집어쓰고 있는 부드러운 함박스테이크를 큼지막하게 잘라서 입에 넣고 오물거리는 건 도저히 뿌리치기 힘든 유혹이었다.

한때는 호황을 누리던 경양식당들이 언젠가부터 하나, 둘씩 자취를 감추고 그 자리를 이제는 세련미가 넘치는 패밀리 레스토랑이 차지하고 있다. 경양식을 단순한 음식이 아닌 필자처럼 추억으로 여기고 있는 이들에게는 안타깝기 그지없는 일이다.

예전처럼 선택의 다양성은 없지만 대구시 중구 중앙파출소 옆 화방골목에 가면 아직까지도 건재한 경양식당을 만날 수 있다. 1991년도에 문을 열어 20년이 넘는 세월 동안 한자리를 굳건하게 지키고 있는 풀하우스가 바로 그곳이다. 가게 문을 열고 들어서면 타임머신을 타고 옛날로 돌아간 듯한 착각이 들기도 한다. 고풍스러운 느낌의 소파와 나비넥타이를 멋지게 맨 중년의 웨이터까지 그 시절의 정취가 고스란히 남아있다.

함박스테이크 등 전형적인 경양식당 메뉴도 정겹고, 음식을 주문하면 피클과 함께 깍두기와 미역국이 차려지는 것도 너무 풋풋하며 토속적이다. 다른 음식도 좋지만 경양식하면 함박스테이크가 주력이 아닐까 싶다. 부드럽게 다져놓은 고기와 농밀한 브라운소스가 주는 하모니는 잠시나마 어린 시절로 돌아가게 만들어준다.

어린 시절 앨범을 꺼내보면서 추억에 잠기고 싶은 날 가장 먼저 생각나는 풀하우스. 앞으로도 언제까지나 그 자리를 지켜주길 간절한 마음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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