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의에게 듣는다] 난임(불임)

  • 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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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4-09-30 07:55  |  수정 2014-09-30 07:56  |  발행일 2014-09-30 제21면
“난임 극복은 부부가 함께 노력해야”
20140930
임수연 효성병원 산부인과 과장

결혼 1년 만에 난소암 2기 진단을 받은 박모씨(31). 아이가 없었던 박씨는 임신을 강력히 원했다. 이 때문에 양쪽 난소 중 암이 자라는 곳만 제거한 후 6차례의 항암치료를 받고 건강을 회복했다. 박씨는 이어 시험관 시술을 통해 건강한 아들을 출산했다. 이후 그동안 미뤄뒀던 나머지 난소 절제술 및 자궁적출술을 시행했다.

암과 같은 질병뿐만 아니라 고령부부가 늘면서 매년 난임(불임)부부가 증가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난임으로 진료받은 여성이 2008년 13만9천여명에서 지난해 15만3천여명으로 크게 늘었다. 같은 기간 난임 남성도 2만7천여명에서 4만2천여명으로 55%나 증가했다.

난임 판정 부부 70∼80%
임신 가능…불치병 아냐
불임치료제는 안전해
암유발설 등 근거 없어

나팔관 이상 없으면 인공수정
폐쇄된 경우 시험관 시술

20140930
효성병원 불임연구센터 연구원들이 미세조작술을 통해 난임부부의 난자와 정자의 인공수정을 시도하고 있다. <효성병원 제공>


◆난임은 불치병 아냐

그렇다면 일반적으로 난임이라고 말하는 기준은 무엇일까.

효성병원에서 난임부부 진료를 전담하고 있는 산부인과 전문의 임수연 과장은 “정상적인 부부관계에도 1년 이상 임신이 되지 않는 경우를 말한다”고 했다. “그뿐만 아니라 여성이 35세 이상인 경우, 골반염이나 자궁내막증 또는 난소수술 병력, 습관성 유산, 생리 불순 또는 정자 이상인 경우 난임검사를 시작한다”고 덧붙였다.

과거에는 난임이라고 하면 모든 책임을 여성에게 돌렸다. 하지만 실제 남성과 여성이 각각 40%의 원인을 갖고 있다. 나머지 20%에서는 명확한 원인을 찾을 수 없다. 이 때문에 난임은 어느 한쪽이 아니라 부부가 함께 노력해야 하는 것이다.

임 과장은 “여성은 월경 불순이나 희발 월경과 같은 배란 장애와 나팔관 폐쇄, 기능 장애로 인한 원인이 가장 많다”며 “남성은 정계정맥류, 정관 폐쇄, 정자 이상 등이 원인으로 나타난다”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난임 판정을 받고 치료를 받는 부부 중 20∼30%는 임신이 불가능하다. 이는 나머지 70∼80%는 임신이 가능하다는 말이기도 한다. 불치병이 아닌 난임을 이겨내기 위해서는 정확한 원인을 파악하는 것이 핵심이다.

난임 검사에는 여성의 경우 초음파 검사, 난소기능 평가를 위한 호르몬 검사, 자궁난관 조영술, 자궁내막 조직검사가 있다. 검사가 끝나면 대부분 바로 다음 달 생리 주기에 맞춰 치료와 시술을 시작한다. 하지만 모든 검사가 한 번에 끝나는 것이 아니라 생리 주기에 따라 진행돼 검사가 끝나는데, 한두 달 이상 걸릴 때도 있다. 남성은 2∼3일간 금욕 후 정액검사를 받는다.

그렇다면 모든 난임부부가 인공수정이나 시험관 아기 시술을 받아야 하는 걸까.

임 과장은 “원인별로 다르지만 치료와 교정이 가능한 경우가 많고, 원인 치료가 이뤄지면 충분히 자연임신 시도기 가능하다”며 “난임 치료에 대한 잘못된 속설을 믿고 치료를 기피하는 경우가 있어 안타깝다”고 했다.

일부에서 배란유도제나 호르몬 주사제 등이 난소를 자극하거나 과배란하게 되면 폐경이 빨리 오거나 암 발생률이 높아진다는 말이 있지만 이에 대해 임 과장은 “절대 아니다”고 강조했다.

자연 상태에서는 여러 개의 난포 중 한 개의 우성난포만이 선택돼 배란을 준비하고 나머지는 퇴화한다. 하지만 과배란 유도는 우성난포의 선택시기 이전에 성장을 시작한 모든 난포를 배란이 가능한 시기까지 키우는 것이기 때문에 난소의 기능이 빨리 소실되거나 폐경이 일찍 오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기존 연구 결과에서도 불임치료 약제 사용이 암 발생빈도를 증가시킨다는 증거는 없고 불임 검사 병력, 불임의 형태, 배란 유도 약제의 사용, 치료 횟수와의 연관성도 없어 불임 치료 약제는 안전하다.



◆인공수정과 시험관 아기

인공수정은 나팔관에 이상이 없어야 가능하다. 초음파검사나 소변 내 호르몬 검사 등으로 배란시기를 정확하게 진단한 후 이 시기에 남편 정자의 수정능력을 향상시킨 다음 자궁 내로 주입한다.

시험관 아기 시술은 주로 나팔관이 폐쇄된 경우에 시술한다. 하지만 특별한 원인 없이 인공수정을 3~4회 이상 실패하거나 자궁내막증으로 임신이 되지 않은 경우, 남성불임 등이 있을 경우에도 시행한다. 생리주기에 맞춰 시작하는 시험관 아기 시술은 ‘과배란 유도→난자·정액 채취→체외 수정·배양(3~5일간 배양)→자궁 내 수정란 이식→임신 확인’의 과정을 거친다. 병원마다 차이는 있지만 시험관 아기 시술의 경우 30~40%의 성공률을 보이고 있다.

시험관 아기 시술을 하면 왜 쌍둥이 임신이 잘 되는 걸까.

임 과장은 “자연임신으로 쌍둥이가 태어날 확률은 약 1%, 세쌍둥이가 태어날 확률은 약 0.01%이지만 시험관 아기 시술을 받는 경우에는 다태 임신 확률이 25~30% 정도로 높아진다”며 “이는 시험관 아기의 시술 때 배란 유도제를 사용하면 여러 개의 난자가 만들어지고, 임신율을 높이기 위해 가급적 배아를 많이 만들어 여러 개를 이식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고령 임신부라면 남편과 함께 임신 전 건강검진을 받는 것이 좋다. 자궁, 난소, 나팔관 이상 유무를 확인하고 풍진, 간염 항체 유무도 확인해서 필요하면 예방접종을 받는 것이 안전하다.

요즘 산부인과는 의료적 치료만 하는 곳이 아니다. 건강한 2세 출산을 돕기 위해 의료뿐만 아니라 전문교육과 강좌, 운동 등 다양한 분만문화 선도에 힘쓰고 있으니 가족계획을 앞둔 부부라면 망설이지 말고 전문병원을 찾아 전문의와 함께 출산계획을 잡아보길 권한다.

임호기자 tiger35@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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