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대결] 사막에서 연어낚시·컬러풀 웨딩즈

  • 윤용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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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4-10-17   |  발행일 2014-10-17 제42면   |  수정 2014-10-17

사막에서 연어낚시 (장르:드라마 등급:12세 관람가)
어류학자 된 이완 맥그리거 ‘믿음과 희망’ 낚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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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해양수산부의 어류학자 알프레드 존스 박사(이완 맥그리거)는 어느 날, 투자 컨설턴트 해리엇(에밀리 블런트)으로부터 한 통의 e메일을 받는다. ‘자사의 고객 중에 예멘에서 연어를 들여와 연어 낚시 레포츠를 소개하고, 그 자금을 후원하고자 하는 재력가가 있으니 이에 대한 기획 및 재원에 대해 상의하고 싶다’는 것. 너무나 터무니없는 발상에 존스는 ‘근본적으로 실행 불가능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일언지하에 거절한다. 하지만 이 프로젝트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총리실 홍보 담당자 패트리샤(크리스틴 스콧 토마스)의 압박을 받은 상관의 명령에 따라 마지못해 참여하게 된다.

‘사막에서 연어낚시’는 중동 오일재벌의 고상한 취미생활을 현실화시키기 위한 황당한 프로젝트를 다룬다. 이를 위해 왕자의 투자 컨설턴트와 영국 해양수산부의 어류학자, 그리고 총리실 홍보 담당관 등이 각기 다른 이유로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된다. 공사비 5천만파운드, 살아 있는 연어 1만마리가 필요한 지상 최대의 프로젝트는 그렇게 시작된다.

예멘의 무하메드 왕자(아미르 웨이키드)의 제안으로 촉발된 이 프로젝트는 세 사람에게 시기적으로도 잘 맞물렸다. 아프가니스탄에서 발생한 모스크 사원 폭탄테러 사건으로 인해 영국과 이슬람 국가와의 관계 개선 이슈가 필요했던 패트리샤는 이를 총리 홍보에 적극 활용하려 하고, 경제적인 문제로 아내와 마찰을 빚고 있는 존스는 두 배의 임금을 받을 수 있다는 말에 적극적인 참여 의지를 보인다. 해리엇 또한 군인인 남자친구의 파병으로 인한 불안감과 외로움을 잠시나마 잊을 수 있다는 점에서 이 일에 전념하기로 한다.

하지만 영화가 주목한 건 연어낚시 프로젝트 그 자체보다 이 일로 엮이게 된 인물들의 이해관계와 서사다. 동시에 꿈을 잃어가고 있는 현대인들에 대한 희망의 메시지도 잊지 않는다. 일과 가정에 대한 가치관의 차이로 중년의 위기를 겪고 있는 존스는 연어를 사막으로 옮기는 이 일을 ‘사치스러운 장난’으로 치부했다. 하지만 무하메드 왕자를 만난 후 그의 진심을 알게 된다. 낚시라는 것이 조화로움을 촉진시키는 숭고한 기다림이라고 믿는 왕자는 낚시꾼의 미덕이라 할 수 있는 인내와 관용, 믿음과 화합을 모든 국민에게 일깨워주고 싶었던 것이다.

존스는 그와의 만남을 통해 사실과 숫자만을 중요시하던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게 된다. 이 과정에서 잃어버렸던 믿음과 용기도 되찾는다. 사실 예멘이 속해있는 인도양이나 홍해지역은 연어의 서식 환경으로는 적합한 곳이 아니다. 하지만 존스는 화성착륙이 가능했던 것처럼 이 프로젝트 역시 이론적으로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게다가 이 프로젝트를 위해 왕자는 이미 거대한 댐까지 완공해 놓은 상태가 아니던가. 이제 연어 1만마리를 무사히 예멘으로 운반해 오는 일만 남았다.

사막에 댐을 짓고 이를 활용해 연어의 서식 환경을 만든다는 영화적 발상은 신선하다. 그야말로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기적 같은 일이니 말이다. 카메라는 이 거대 프로젝트를 완성시키기 위한 모습 한편으로 새로운 변화를 꿈꾸는 존스와 해리엇의 관계도 주목한다. 이를 통해 누구보다 큰 변화를 맞는 건 존스다. 안정적인 생활의 작은 변화마저도 두려워했던 그가 차츰 진정한 사랑과 삶의 가치를 깨닫는다. 해리엇 역시 적극적으로 자신에게 다가오는 그가 싫지 않다.

‘사막에서 연어낚시’는 폴 토데이의 동명소설을 원작으로 했다. 영국 최고의 문학상으로 불리는 볼린저 에브리맨 우드하우스 상과 웨버튼 굿 리드 상 등을 수상했다. 연출은 ‘길버트 그레이프’(1994) ‘디어 존’(2010) ‘세이프 헤이븐’(2013) 등을 통해 남녀와 가족간의 섬세한 감정과 심리를 그려냈던 라세 할스트롬 감독이 맡았다. “일어날 것 같지 않은 일을 실현시키는 믿음에 대한 이야기를 그리고 싶었다”고 말한 그는 “이를 위해 즉흥적인 연기와 촬영을 진행했고, 덕분에 극에 전반적인 생동감이 부여됐다”고 말했다. 인간에 대한 믿음의 가치를 재치있게 풀어낸, 마음이 따뜻해지는 영화다.


컬러풀 웨딩즈 (장르:코미디 등급:12세 관람가)
佛서 흥행 1위…다문화 가족의 좌충우돌 코미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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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상위 1%의 상류층인 딸 부잣집 가장 클로드(크리스티앙 클라비)는 지금 ‘멘붕’상태다. 금지옥엽 키워온 막내 딸 로라(엘로디 퐁탕)가 결혼 상대자로 아프리카 태생의 흑인 남자를 데려온 것. 글로벌 시대를 표방하는 21세기에 피부색과 국적이 뭐 그리 중요할까 싶지만, 독실한 가톨릭 신자이자 뼛속까지 보수적인 클로드에겐 단순하게 넘어갈 문제가 아니다. 이미 출가한 세 딸 모두 아랍인, 유대인, 중국인 남자에게 줄줄이 시집을 갔기에 막내딸만은 평범한 프랑스 남자와 만나길 바랐던 것. 문제는 더 이상 유색 인종에게 시집보낼 수 없다며 완고한 입장을 보이는 남편 클로드와 ‘열린 눈으로 세상을 보라’며 딸의 결혼을 인정하려는 아내 마리(챈털 로비)와의 심각한 갈등이다. 결국 더 이상의 파국을 막기 위해 사위와 딸들까지 나섰다.

‘컬러풀 웨딩즈’의 원제는 ‘대체 우리가 무슨 잘못을 했길래?’다. 부모의 기대를 저버린 딸들에 대한 서운한 감정과 사랑의 순수성에 공감하지 못하는 부모에 대한 안타까운 심정이 함축적으로 내포돼 있다. 사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자식의 결혼을 대하는 부모의 입장은 보수적일 수밖에 없다. 다(多)인종, 다(多)종교 간 결혼이 자유스러운 프랑스라 할지라도 말이다. 그 점에서 ‘컬러풀 웨딩즈’는 결혼에 대한 프랑스 상류층의 또 다른 인식의 차이를 보여준다.

이를 상징적으로 대변하는 인물은 클로드다. 딸이 사랑하는 남자들이니 마지못해 가족으로 받아들이긴 했지만, 프랑스 문화와 역사에 대한 전통과 자부심을 지키려는 그의 의지는 오히려 크고 단단해졌다. “이민자에게 딸을 줬는데 니들이 프랑스에 해준 게 뭐냐?”며 대놓고 인종차별과 국수주의적 발언까지 내뱉을 정도다. 장인의 그런 독설에도 전혀 주눅들지 않고 꿋꿋하게 자국의 전통을 고수해 나가는 사위들의 기세 또한 만만치 않다. 물과 기름 같은 이들이 로라의 결혼식을 빌미로 한데 모였으니 이후 벌어질 일은 불을 보듯 뻔하다.

이 영화가 재미를 담보하는 지점이다. 무거울 수 있는 주제지만 영화는 다양한 국적과 종교, 문화적 차이를 지닌 캐릭터들이 한 가족이 되어가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해프닝을 가벼운 터치로 담아간다. 일단 개성 넘치는 캐릭터들의 면면이 재밌다. 아랍인 첫째 사위 라시드(아리 아비탄)는 변호사란 직업을 갖고 있지만 다혈질에 허당끼가 충만하고, 둘째 사위 유대인 다비드(메디 사둔)는 경제관념이 높다고 알려진 여느 유대인들과 달리 찌질하고 허세가 다분하다. 그런가 하면 셋째 사위 샤오(프레드릭 쇼)는 계산이 빠르고 습관적으로 아부를 일삼는 전형적인 중국인이다.

클로드는 마지막 희망이었던 막내 딸이 아프리카 사위 샤를(놈 디아와라)을 맞이한 게 영 마뜩잖다. 게다가 자신들의 침실까지 아들의 결혼식을 위해 프랑스를 방문한 사돈에게 내주는 아내도 이해할 수 없다. 재밌는 건 샤를의 아버지 역시 이 결혼을 탐탁지 않게 생각한다는 점. 그는 종합선물세트 같은 이 집안의 내력을 수상히 여기기까지 한다. 클로드는 이제 사위들은 물론, 독특한 개성을 지닌 사돈까지 상대해야 할 판이다. 미덕이라면 영화 곳곳에 깔아놓은 코믹한 요소들을 수습하는 과정이 아주 매끄럽다는 점. 러닝타임 내내 펼쳐지는 좌충우돌 에피소드와 말의 성찬은 할리우드 영화에서 느껴보지 못한 재미와 신선함까지 더한다.

이는 부르주아 가톨릭 집안에서 태어나 국제 결혼이 집안의 골칫거리(?)가 되는 것을 보며 자랐던 필립 드 쇼브홍 감독의 경험에 기반했다. 그의 형은 북아프리카인 여자와 결혼했고 감독 역시 아프리카 태생의 여성과 살았다. 실제 경험이 투영된 덕에 현실성과 진실성이 부여됐지만, 역시나 방점은 이를 코미디 장르로 풀어냈다는 점이다. 여기에 결혼과 가족이라는 보편적 감성을 녹여낸 점도 주효했다. 여러모로 ‘컬러풀 웨딩즈’는 차기작이 기대되는 꽤나 영리한 감독의 결과물이다. 2014년 프랑스 개봉작 중 흥행 1위를 차지했다.

윤용섭기자 yys@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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