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혜숙의 여행스케치] 경기 안산 시화호 갈대습지공원

  • 류혜숙객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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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4-10-31   |  발행일 2014-10-31 제38면   |  수정 2014-10-31
생명이 돌아온 호수…갈대의 군무 아름다워라
[류혜숙의 여행스케치] 경기 안산 시화호 갈대습지공원
시화호 수변공원. 죽은 호수에서 새들이 찾아드는 호수로 변모했다.
[류혜숙의 여행스케치] 경기 안산 시화호 갈대습지공원
시화호 수변공원의 산책로. 총 3.5㎞로 관찰 데크와 벤치 등이 조성되어 있다.
[류혜숙의 여행스케치] 경기 안산 시화호 갈대습지공원
시화호 수변공원 초입의 관찰 데크. 사람들의 쉼터로 이용된다.
[류혜숙의 여행스케치] 경기 안산 시화호 갈대습지공원
안산 갈대습지공원의 환경 생태관. 시화호 동식물의 표본 등이 전시되어 있다.
[류혜숙의 여행스케치] 경기 안산 시화호 갈대습지공원
안산 갈대습지공원의 산책로. 왼쪽에는 공원의 갈대밭이 펼쳐져 있고, 오른쪽에는 시화호 물길이 흐른다.

안산으로 들어섰을 때 가장 많이 보인 것은 공원이다. 녹지율이 74%, 전국 자치단체 중 최고라는 말을 실감했다. 시외버스터미널은 넓었다. 영동고속도로, 서해안고속도로, 서울외곽순환도로가 교차하는 도시의 터미널다웠다. 건물 안에는 그 흔한 프랜차이즈 커피집이 없다. 터미널 스낵바, 터미널 마트, 터미널 베이커리 앤 커피, 터미널 분식에서 어떤 내적인 안간힘이 느껴졌다. 외국인이 많이 보였다. 공단이 들어서 있는 도시에서 흔한 모습이다. 지도를 본다. 단원구, 상록구 등이 특별히 눈에 띄었다. 김홍도가 그림 공부한 곳, ‘상록수’의 최용신 선생이 계몽운동을 펼친 곳이 안산이다. 그리고 지도의 가장 아랫부분에 안산갈대습지공원으로 가는 화살표가 있었다. 시화호라는 표기는 없었다.

◆시화호 수변공원

“택시 탈라고?” 나무 그늘에 한량으로 앉아 있던 아저씨가 어슬렁어슬렁 다가와 문을 열고 시동을 건다. 창을 조금 내리고 내부의 온도가 조금 내려가길 기다린다. 머리에 포마드를 바르고 말끔하게 차려입은 아저씨는, 느렸다. 터미널 부근을 빠져나가자 나대지와 같은 너른 땅이 펼쳐졌고 멀리 높이 솟은 아파트 단지가 보였다. 안산은 도시 전체가 계획적으로 만들어진 주택 도시다. 집은 보이지 않았고 아파트는 높았다. 현대적인 근대를 보는 듯했다.

사람이 거의 보이지 않는 커다란 아파트 단지를 관통하자 잠시 후 갈대밭이 보였다. 커피 트럭이 두어 대 서 있는 도로의 가장자리에 섰다. “여기 내리면 되겠지요?” 잠시 멍하니 서 있다 정신을 차리고 길이 난 곳으로 걷기 시작했다. ‘수변공원’이라는 안내판이 보였다. 자전거 길을 겸한 산책로가 3.5㎞. 일단 조금 걸었다. 관찰 데크에 앉아 차를 마시는 노부인이 보였다. 중무장을 하고 자전거를 탄 한 무리의 사람이 지나갔다. 자전거를 탄 부자가 지나갔다. “아빠, 대체 어디까진거야?” 길이 아주 길다는 것을 확인했다.

시화호는 거대한 인공호수로 안산시와 시흥시, 그리고 화성시에 걸쳐 있다. 공사의 시작은 1987년, 당초 계획은 담수호 조성이었다. 그러나 환경기초시설을 갖추기 전 반월공단의 폐수가 쏟아져 들어와 ‘죽은 호수’가 되었다. 정부는 담수화 계획을 중단하고 바닷물로 호숫물을 희석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서해가 오염되어갔다. 당초 계획을 백지화하고 이후 해수호로 관리, 지금은 철새들이 찾아든다.

반짝이는 물결 위에 검은 새가 보인다. 그들은 후루루 날아 놀랐다가 내려앉았다. 갈대밭 사이의 나무 데크 산책로는 길게 이어졌고, 사람은 없었다. 호숫가의 관찰 데크에 한 사람이 앉아 있었다. 책을 읽고 있는 그는 한 번도 고개를 들지 않았다. 그는 편안해 보였고, 외롭지 않아 보였고, 그의 기미가 조금 걱정되었다. 바람은 선선했지만 햇살은 따끔했고 그늘은 없었다. 돌아가야겠다.

◆국내 최초 대규모 인공습지인 안산갈대습지공원

내렸던 곳으로 오자 이제야 갈대습지공원으로 가는 작은 화살표가 보인다. 그것은 수변공원과 정 반대 방향을 가리키고 있었다. 가로수가 늘어선 2차로 길은 가을 색이었다. 인도가 아닌 호수와 가까운 도로변의 흙길을 걸었다. 차들이 곁을 지나갔지만 가로수 사이로 시화호의 물과 갈대들이 아름다웠다.

500m쯤 걸어가자 공원이 나타났다. 차도 사람도 많았다. 갈대밭은 은백색으로 환했다. 공원 내에는 환경 생태관과 동물구난시설, 조류관찰대 등이 과하지 않게 들어서 있었다. 안산 갈대습지공원은 2002년에 완공된 우리나라 최초의 인공습지다. 시화호 상류의 반월천, 동화천, 삼화천 등 세 개 하천이 이 습지를 거쳐 정화되어 호수로 흘러 들어간다. 이 습지가 ‘죽은호수’라 불리던 시화호의 복구에 큰 역할을 했고, 점차 주변 생태계도 복원되어갔다. 저어새, 참매, 뜸부기, 수리부엉이가 찾아들었고, 멸종 위기종인 맹꽁이와 금개구리, 삵과 고라니, 너구리 등도 발견되었다.

그러나 안산 갈대습지는 하천보다 낮다. 그래서 인공펌프로 물을 공급받는다. 인공펌프는 화성시에, 습지의 대부분은 안산시에 있다. 펌프의 운영비 때문에 맞붙은 두 시의 얼굴이 붉다. 게다가 안산은 람사르습지 등록을 추진하고 있다. ‘개발사업’을 염두에 두고 있는 화성시는 기분이 좋지 않다. 각 도시의 비전과 입장이 다른 것이다. 자연만이 경쟁을 통해 공존한다. 가을 햇살이 갈대밭 깊이 내리꽂혔고, 세상은 평화롭게 보였다.

긴 길을 다시 걸어 나와 커피트럭에 택시를 부탁했다. 간이 의자에 앉아 다리쉼을 하고 목을 축였다. 길가에서 한 사람이 색소폰을 연주하기 시작했다. 트럭들이 약속처럼 음악을 껐다. 보기에 좋았다.

여행칼럼니스트 archigoom@naver.com


>>여행정보

안산갈대습지공원은 상록구 해안로(사동)에 위치한다. 안산 시외버스터미널에서 지하철이나 버스로 가기로는 애매하다. 상록수역이나 한대앞역, 중앙역에서 버스로 연계해 갈 수도 있지만 하차 후 다시 택시를 이용해야 한다. 터미널에서 택시를 타면 공원까지 7천800원 정도. 입장료와 주차료는 무료다. 동절기 개장 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30분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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