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네 토크] 영화 ‘기술자들’서 금고털이 전문 설계자 지혁 역 김우빈

  • 윤용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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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4-12-26   |  발행일 2014-12-26 제36면   |  수정 2014-12-26
내 얼굴에 조커 웃음(영화 배트맨의 악당 캐릭터) 보이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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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기와 운을 잘 타고 난 것 같다.” 배우 김우빈은 최근 자신에게 쏟아지는 스포트라이트의 이유로 독특한 외모를 개성으로 인정해주는 트렌드 덕분이라고 말한다. “남자가 봐도 반할 만큼의 외모를 가진 분이 많은데 갑자기 이상하게 생긴 녀석이 툭 튀어나와서 ‘쟨 뭐지?’하면서 관심을 가져주시는 게 큰 이유인 것 같다”며 “만약 좀 더 일찍 나왔으면 기회는 훨씬 줄어들었을 것”이라고 덧붙인다. 그 관심에 보답하기 위해 나름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그다. 그리고 김우빈은 그 가능성을 일찌감치 간파한 김홍선 감독에 의해 누구보다 근사하고 스타일리시한 매력이 돋보이는 ‘기술자들’의 지혁 캐릭터로 탄생할 수 있었다.

‘기술자들’은 인천 세관에 숨겨진 검은 돈 1천500억원을 제한시간 40분 안에 훔쳐내야 하는 도둑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김우빈은 금고털이 전문 설계자 지혁 역. “김우빈의 모습이 가장 멋지게 살아날 캐릭터를 만들고 싶었다”는 김홍선 감독의 말처럼 지혁 캐릭터는 철저히 그에게 맞춰졌다. 독보적인 마스크를 살려낸 조커를 연상케 하는 웃음부터 시작해 모델 출신답게 훤칠한 키와 세련된 패션 스타일로 자신의 우월성을 과시하는 그는 단연 이 영화를 주목하게 만드는 이유다. 게다가 신인이라는 우려감을 한 방에 날려버릴 만큼 너끈히 영화를 짊어지고 가는 장악력도 예사롭지 않다. 그를 원톱에 세운 전략은 결과적으로 주효했다. 드라마 ‘학교 2013’과 ‘상속자들’, 영화 ‘친구2’로 흥행과 연기력을 입증하며 20대 남자배우의 중심에 우뚝 선 김우빈, 그를 만났다.

액션신의 90%는 내가 소화했다

“감독님, 편안하게 연기하라 주문”
대사 내가 사용하는 말투로 바꿔
부담 덜고 나만의 캐릭터 완성

아주 조용하고 재미없는 성격
선배에게 예의다하는 건 당연
나는 좋은 선배 되려면 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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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에 대한 아쉬움을 자주 토로했는데.

“사실이다. ‘기술자들’을 보는 내내 연기에 대한 아쉬움을 많이 느꼈다. 아마도 50년은 더 해야 내 연기를 좀 더 편안하게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많은 선배들도 본인의 연기를 편하게 보지 못한다고 하더라. 연기가 그런 것 같다. 연기 경험이 아무리 많아도 항상 고민하고 아쉬움이 남는 일인 것 같다.”

▲2008년 모델로 데뷔했다. 연기자로 입문하게 된 계기가 있다면.

“사실 연기를 하고 싶다고 느꼈던 건 연기수업을 받으면서다. 모델일을 하면서 어느 정도의 연기력이 필요했다. 그래서 연기수업을 받게 됐는데 그때 문원주 선생님을 처음 만나게 됐다. 그 분에게 연기를 배우면서 내가 처음 모델일을 꿈꿨을 때의 열정과 설렘이 다시 느껴졌다. 연기의 매력은 정답이 없다는 점이다. 어떻게 풀어나가고, 얼마나 고민하느냐에 따라서 다른 결과물들이 나오는 게 정말 신기했다. 그때부터 수업도 열심히 들었고 선생님에게 숙제도 더 내달라고 했다. 연기를 못해 혼날 때도 많았지만 그러면서 배워간다고 생각하니 그마저도 즐거웠다.”

▲감독이 특별히 주문한 게 있었다면.

“감독님은 원래 김우빈이 갖고 있는 모습들을 보여주길 원했다. 진지하다가도 능글맞게 밝은 그런 모습을 조금 편안하게 연기했으면 좋겠다고 하더라. 대사도 같은 의미라며 평소 내가 사용하는 투로 바꿔주셨다. 덕분에 부담감을 덜고 나만의 지혁 캐릭터를 완성할 수 있었다.”

▲당신을 염두에 두고 시나리오를 썼다고 들었다.

“그래서 정말 감사했다. 완성된 시나리오도 좋았지만 미팅 때 시나리오에는 없던 지혁의 다른 이야기들과 영화를 어떻게 풀어갈지에 대한 감독님의 생각을 듣고 확신이 생겼다. 아무튼 ‘기술자들’을 만난 건 나에게 운명이라고 생각한다. 흥행 결과를 떠나서 좋은 분들을 만났다는 점도 그렇고, 촬영이 시작되면 흐렸던 날씨도 좋아지고, 굉장히 어려운 장면들도 한번에 오케이가 되는, 그 모든 순간들이 마법 같았다.”

▲본인이 생각하는 마법같은 장면이라면.

“카체이싱 장면이다. 버스가 넘어가고 차들이 부서지고 무척 힘든 장면인데 되게 잘 나왔다. 액션의 90%는 내가 소화했다. 다소 위험한 장면도 있었지만 나는 정말 재밌더라. 특히 혼자하는 액션은 불안한데 와이어는 다른 분들의 힘을 빌려선지 마음이 편안해지더라. 액션신은 거의 다 웃으면서 촬영했다.”

▲‘기술자들’은 김우빈을 위한 영화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당신의 매력을 극대화시킨 작품이다. 신인에게는 엄청난 기회를 준 건데 책임감과 부담감이 상당했을 듯하다.

“당연히 부담감이 많았다. 하지만 감독님을 만난 이후 부담감이 많이 사라졌다. 게다가 워낙 훌륭하고 대단한 선배들이 많아서 나는 그냥 배우는 자세로 임하겠다고 생각하니까 편했다. 선배들이 많이 도와주셨다. 특히 김영철 선생님은 내가 태어나기도 전에 연기를 했던 분이라, 아무래도 어려울 수밖에 없는데 먼저 다가와 줬고 농담도 하면서 편안한 분위기를 만들어줬다. 정말이지 김영철 선생님의 눈을 보는 것만으로도 많은 공부가 됐을 만큼 너무나도 뜻깊고 행복한 시간이었다.”

▲속도감과 스타일리시한 측면에서 한 편의 광고를 보는 듯했다.

“감독님이 처음부터 스타일리시한 영화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때는 ‘스타일리시한 영화가 뭘까?’ 하는 생각을 했다. 그만큼 감독님이 영화를 찍으면서 되게 많은 부분에 신경을 썼다. 배우들의 의상부터 스타일링까지 하나하나 신경을 썼고 스피드한 전개는 두 말할 필요가 없다. 가벼운 장면을 찍을 때는 머리 한 올이 내려와도 ‘컷’을 외칠 정도로 디테일에 주목했다. 그래선지 전체적으로 멋스럽게 영화가 나온 것 같다. 배우 입장에선 감사할 따름이다.”

▲개인적으로 ‘본’ 시리즈처럼 절도 있고 화려한 액션을 생각했는데 좀 아쉬웠다.

“내가 지금의 모습을 원했다. 머리도 좋고 기술도 좋은데 싸움까지 잘하면 너무 영화적이더라. 그래서 감독님에게 지혁은 싸움을 좀 못했으면 좋겠다고 의견을 냈다. 특히 구인(고창석)과 있을 때 편안하고 장난스러운 장면들을 보여주는데 액션에서 너무 각이 잡혀있으면 이상할 것 같았다. 조금 더 공감할 수 있는, 좀 더 현실에 맞는 인물로 그려내고 싶었다. 그래서 많이 맞고 액션 장면에서도 좀 허술했다. 그런데 그 점이 아쉬웠다면 싸움을 잘하는 것으로 설정할 걸 그랬나 보다.”(웃음)

▲작품을 시작하기 전 준비를 많이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늘 준비하는 건 인물의 일대기 작성과 백문백답이다. 내가 처음 연기를 배울 때 그렇게 훈련을 받았다. 당시에는 좀 귀찮은 숙제처럼 여겼고 ‘이 작업을 꼭 해야 하나?’ 의구심을 가지기도 했다.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런 작업을 거치면서 극중 인물에 좀 더 가깝게 다가갈 수 있었다. 인물의 일대기란 말 그대로 극 중 인물의 일대기를 생각나는 대로 글로 적는 것이다. 하지만 너무 광범위해서 큰 뼈대만 만들어놓고 거기에 맞춰 나머지 부분들은 상상을 통해 살을 붙여간다. 디테일한 부분은 정말 디테일하다. 그러다보니 작품을 준비할 때 집에 혼자 있는 시간이 많다. 가만히 앉아서 상상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지혁이 구인을 처음 만난 게 언제이고, 날씨는 어땠고 어느 장소에서 무슨 말을 했는지 혼자 상상을 하는 거다. 정답은 없지만 그런 작업을 통해서 자연스럽게 극 중 인물의 삶을 살아가게 된다. 그러다보면 연기 접근이 훨씬 수월해진다. 앞으로도 이 방법은 꾸준히 해 나갈 생각이다.”

▲원래 혼자 상상하는 것을 좋아하나.

“그런 편이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해서 더 그런 건지는 모르겠지만 그만큼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하다보니 뭔가 더 느껴지는 것 같고, 나름 혼자 상상하는 것도 재미있다.”

▲그런 공백과 여지가 많으니까 연기하는 재미를 더 느끼는 것 같다.

“내 생각에도 그런 것 같다. 그래서 지금 너무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학창시절은 어땠나.

“부모님께서 내가 하고자 하는 일을 존중해줬고, 어느 누구보다 믿고 응원해줬다. 그래서 조금은 더 빨리 다른 친구들보다 내가 가고 싶은 길을 걸을 수 있게 됐고, 하고 싶은 공부를 찾아서 할 수 있었다. 그러다 보니 다른 친구들이 겪는 입시문제라든가 학업에 대한 스트레스에서 자유로웠던 것 같다. 이 자리를 빌려 부모님에게 감사를 표한다.”

▲예의 바르다는 선배들의 칭찬도 자자하다.

“선배님들이니까 예의를 다하는 건 후배 입장에선 당연한 거다. 그보다는 내가 부족한 점이 많았을 텐데 정말 잘해주셨다. 그래서 지금도 감사하게 생각한다. 나중에 후배가 생기면 내가 선배들에게 받은 것 이상으로 돌려주고 싶다. 그런데 좋은 선배가 되려면 아직 멀었다.”(웃음)

▲실제 성격은 어떤가.

“되게 조용하고 재미없게 산다. 사람들이 나보고 취미가 뭐냐고 물어보면 난 뻔한 얘기밖에 할 게 없다. 집에 있는 거 좋아하고, 영화보는 거 좋아하는 그냥 평범한 사람이다. 어머니가 논술학원을 오랫동안 운영하셨다. 그래서 억지로라도 책을 읽다보니 습관이 돼버려서 집에 책이 굉장히 많다. 최근엔 촬영 때문에 책을 많이 읽지 못했는데 책을 좋아한다. 그리고 가끔 친구들과 만나 술마신다. 요즘은 그림을 그리려고 집에 도구들을 사놨다. 사람들에게 이렇게 말하면 다들 재미없게 산다고 한다.”

▲본인만의 연기접근법이 있다면.

“다른 분들은 어떻게 하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철저히 극 중 인물처럼 지내려고 하는 편이다. 평소에는 다르게 살다가 갑자기 현장에서 바꾸려고 하면 어렵다. 거짓말을 하는 것 같기도 하고. 좀 더 진심으로 다가가기 위해 그렇게 하고 있다. 한 번은 ‘친구2’ 촬영 때 술자리에서 괜히 시비를 거는 분들이 있었다. 보통 때는 ‘죄송합니다’ 하고 조용히 넘어갈 수 있는 부분인데 나도 모르게 강하게 나가게 되더라. 욕도 많이 하게 되고. 하지만 최근 찍었던 ‘스물’이란 작품에선 발랄한 청년 역이라 한동안 밝게 지냈다.”

▲특별히 욕심이 나는 캐릭터가 있다면.

“윌 스미스와 아들이 나오는 ‘행복을 찾아서’를 학창시절에 보고 처음으로 울었다. 지금도 한번씩 찾아보는 영화인데 그때 내가 느낀 감동을 나도 관객들에게도 전해주고 싶다. 개인적으로는 가슴 따뜻해지는 휴먼 드라마를 좋아하고 해보고 싶다.”

▲작품 선택의 기준은 뭔가.

“재미있는지를 가장 먼저 본다. 내가 재미없는데 관객들이 재미 있을 리는 없다. 그리고 영화가 얘기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뚜렷하고 내 생각과 맞아야 한다. 이 조건이 맞춰지면 오케이다.”

▲어떤 배우로 남고 싶은가.

“좀 더 관객들에게 믿음을 줄 수 있는 배우로 한 발 더 다가가고 싶다. 내년 2~3월쯤 ‘스물’이 개봉할 예정이고 또 새로운 작품에 출연을 하겠지. 2014년이 되면서 ‘좀 더 많은 일을 하면서 건강하게 지냈으면 좋겠다’고 기도했는데 그 이상으로 많이 이뤄져서 정말 감사하게 생각한다. 그래서 더 이상 바라면 욕심일 것 같다. 이제 주어진 환경에서 최선을 다하고 더 많이 고민하고 노력하는 연기자의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 그리고 내년 역시 바쁜 한 해가 되었으면 좋겠다. 아차, 또 욕심을 부렸네.”(웃음)

글=윤용섭기자 yys@yeongnam.com
사진 =사이더스 HQ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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