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환의 별난집 별난맛] 대구 수성구 가덕식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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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4-12-26   |  발행일 2014-12-26 제41면   |  수정 2014-12-26
엄마표 밥상…15가지 이상의 독특하고 맛깔스러운 반찬 군침
[박진환의 별난집 별난맛] 대구 수성구 가덕식당

세상에서 가장 맛나는 밥은 뭐니 뭐니 해도 엄마가 해준 밥이다.

음식은 기억의 맛이라 세월이 지나 입맛이 변해도 엄마가 뚝딱 차려준 밥상이 제일 맛있다. 이 집은 먹다 보면 밥그릇 속에 담겨 있는 밥이 점차 줄어드는 아쉬움 때문에 눈물 날 정도의 엄마표 밥상을 낸다. 허기진 배를 채우는 그 이상의 의미가 있는 집밥이다.

콩나물밥(7천원)에 이 많은 밑반찬이 왜 필요한가 싶지만, 갓 지은 아삭함이 살아있는 콩나물밥의 반은 밑반찬과 먹고 나머지는 조선간장에 달래, 청양고추, 고춧가루 등을 넣어 빡빡하게 만든 양념장으로 쓱쓱 비벼 먹는다. 한 숟가락만 떠 먹어도 입안에 고소함이 가득 찬다. 매콤한 양념을 쓰지만 자극적이지 않고 혀끝에 착 달라붙는 맛이다.

곤드레나물밥(9천원)은 곤드레 나물의 부드럽고 쌉싸래한 기운이 그대로 느껴진다. 삼색나물을 보태든지 그냥 밥알이 부서지지 않게 젓가락으로 양념장을 떠 넣고 촉촉하고 얌전하게 골고루 섞이게 비빈다. 연하고 부드럽다. 씹히는 느낌도 없이 목구멍을 타고 넘어간다. 달고 기름진 맛에 찌든 지금의 입맛에는 별미다.

밑반찬은 재료 고유의 맛을 최대한 살린 옛날 방식대로 맛을 낸다. 어릴 적 잘 장만한 도시락 반찬으로 먹어 봄 직한 것들이다. 무엇 하나 허투루 내는 게 없다. 각종 양념의 도움을 받아 차려내는 집도 아니다. 우리 주변에 흔히 맛볼 수 있는 15여 가지의 독특하고 맛깔스러운 반찬을 낸다.

계절에 따라 달라질 수도 있지만 요즘 같은 때에는 삼색나물에 가지, 멸치볶음, 뽀얀 국물이 시원한 열무김치, 꽁치조림, 어묵조림, 콩잎된장절임, 마늘 향이 그대로 살아있는 갓 버무린 청방김치, 두부조림, 살이 제법 통통한 도루묵조림, 시금치된장국 등이 나온다.

이 집은 코다리찜도 인기가 많다. 코다리는 내장을 뺀 명태를 반건조 한 것이다 무와 큼직한 감자를 넣고 달큰 매콤한 양념으로 물이 거의 없이 무와 양파 수분으로만 조려 낸다. 탱글탱글한 코다리와, 마냥 맵지만은 않고 단 듯하면서 칼칼한 맛이 조화롭다.

요기를 겸한 술 한 잔 하기에 좋다. 질 좋은 한우고기를 얇게 저며 간을 한 다음 계란과 찹쌀가루를 입혀 단정하게 지진 육전(3만원)은 세종대왕께서도 즐겨 먹었던 재료 맛에 충실한 술안주로 제격이다.

이 집은 솜씨가 워낙 좋은 주인이 직접 차린 밥상을 낸다. 그다지 넓지는 않는 자그마한 집이다. 착한 가격에 음식마다 맛을 통해 집에서 먹는 듯한 기억을 되새길 수 있어 좋은 곳이다.

음식칼럼니스트

▶예약전화: (053)762-9688

▶위치: 대구 수성구 중동 261-8(수성구 보건소 50m 지나 중동네거리 방면 SK대리점 옆 골목)

▶영업시간: 오전 11시30분~밤 10시

▶휴무: 매주 일요일

▶주차시설: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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