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현 원장의 약초 산책-산수유] 대나무 베고 산수유 심자 ‘당나귀’라는 조롱 사라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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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5-03-03 08:09  |  수정 2015-03-03 08:09  |  발행일 2015-03-03 제22면
[박종현 원장의 약초 산책-산수유] 대나무 베고 산수유 심자 ‘당나귀’라는 조롱 사라져

“산수유, 남자한테 참 좋은데, 어떻게 표현할 방법이 없네….”

한 식품회사 사장님의 광고 말씀이다.

산수유는 천지춘생(天地春生)의 기(氣)와 신맛(酸味)을 타고 났다. 간(肝)장을 살리고 신(腎)장을 왕성하게 하니 보양(補陽)의 요약(要藥)이다. 수렴성(收斂性) 강장약으로 정력을 단단하게 붙잡아 새는 것을 방지한다. 소변을 자주보거나 찔끔거리는 것도 잡아준다. 몸이 허하여 어지럽고 귀에 소리가 나며 허리가 아플 때 처방한다.

여자한테도 좋다. 월경이 과다해 그치지 않을 때 산수유, 작약, 용골, 모려를 처방한다.

봄이면 전남 구례에서는 산수유 축제가 열린다. 천지가 노랗게 변하는 모습이 감동적이다. 이른 봄 잎도 나기 전에 노란 꽃이 피고 가을에는 새빨간 열매가 주렁주렁 달린다. 서리가 내린 후 열매를 채취하여 씨앗을 빼내 말려서 약에 쓴다. 예전에는 동네 처녀들이 모여 입으로 씨를 발랐다. 그들의 앞니는 다 닳았지만 산수유 기운을 받은지라 신붓감으로 인기였다.

삼국유사에 나오는 설화가 있다. 신라 경문왕이 왕위에 오르자 갑자기 귀가 길어졌다. 이 비밀은 임금의 두건을 만드는 복두장만이 알고 있었다. 복두장이 죽기 전 대나무 숲에 들어가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고 외쳤다.

그 뒤로 바람만 불면 복두장이 외치는 소리가 났다. 화가 난 임금은 대나무를 베어내고 궁리 끝에 산수유를 심었다. 그 뒤로는 당나귀라는 조롱이 사라졌다.

한의학적으로 신장은 귀를 주관하며(腎主耳) 남자를 상징한다. 임금은 남자에게 좋은 산수유가 이 문제를 해결해 주길 바랐을 지도 모른다. 어쨌든 임금의 처방은 성공했다. 산수유 꽃말은 불멸의 사랑이다. 꽃보다 가을에 보석처럼 영그는 빨간 열매에 더 어울리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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