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그림값이 8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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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5-03-24 08:10  |  수정 2015-03-24 08:10  |  발행일 2015-03-24 제25면
[문화산책] 그림값이 8억

“8억입니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아 있는 홍콩의 빌딩들처럼 그림값도 마구 치솟았다. K옥션의 홍콩 첫 단독 경매에서 김환기의 추상작품 ‘3-II-70 #143’이 8억원대에 낙찰됐다.

홍콩의 화려한 불빛에 나는 문득 누아르 영화 ‘영웅본색’이 떠올랐다. 비싼 빌딩들 그 사이사이에 암흑가 같은 허름한 판자촌 골목들이 홍등가를 연상시킨다. 거리를 유혹하듯 흐느적거리는 붉은 불빛이 마치 그림 가격 같다.

“세상에, 그림 값이 왜 이렇게 비싸요?” “그림 값은 누가 어떻게 정해요?”라는 질문을 자주 듣는다.

그림의 가격은 작품의 미술사적 위치, 작품의 질적 수준이나 상태, 이전에 비슷한 작품이 거래된 가격, 그리고 작가나 작품의 호응이나 공감의 정도 등으로 산정된다.

서구 미술시장은 소장자들의 기호 변화와 미술시장의 근황에 따라 소더비나 크리스티 같은 세계적인 경매 회사의 담당자들이 최종적으로 그림 가격을 결정한다. 작가의 인기나 공감도가 그림 가격 형성에 크게 영향을 끼치기도 한다.

최근 들어서는 미술사적 가치가 더욱 중요하게 평가되고 있어, 근현대 작가들이 아주 중요한 몫을 차지하고 있다. 고흐, 고갱, 세잔 등과 같은 인상파 화가들의 그림 가격이 상승하는 이유도 바로 세계 미술사적 가치를 확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 한국 미술시장은 서구 시장과는 달리, 미술사적 가치보다 공감과 감정이입, 정서를 바탕으로 한 감성적 가치로 가격을 결정하고 있다. 그러나 서구 시장에서는 한국적인 감성적 가치를 한국에서만큼 인정해 주지 않기 때문에 한국에서 상당히 비싼 박수근, 이중섭, 김환기의 그림이 세계 시장에서는 그렇지 못했다.

그런데, 김환기의 그림이 8억원에 판매됐다.

홍콩 소더비 경매장에서도 마찬가지 일이 벌어졌다. 박서보, 이우환, 하종현, 정상화, 김창열 등의 33점 중 박서보, 김환기의 그림이 팔렸다고 경매사가 설명하는 찰나에 이우환의 그림 2점이 팔려나갔다.

한국 미술에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미술에는 국경이 없다. 지금 한국 미술에 대한 뜨거운 반응으로 홍콩이 붉게 달아오르고 있다.
최지혜 <아트컨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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