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와세상] 근본적 변화 가능성에 대한 믿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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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5-04-03   |  발행일 2015-04-03 제22면   |  수정 2015-04-03
20150403

변화 필요성 거부 완고함과
변화 가능성 안믿는 체념은
‘삶은 개구리’이야기처럼
지엽적 문제 매달리다 몰락
‘지금이 치명적 위기’ 인식을

학습과 성장에 대한 연구에 따르면 새로운 것을 배워서 성장하는 데 가장 중요한 전제조건은 변화에 대한 열린 태도라고 한다. 스스로 근본적 변화가 필요 없거나 불가능하다고 믿으면 어떤 새 정보나 지식이 제공되어도 학습을 통한 성장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런 면에서 변화필요성을 거부하는 완고함과 변화가능성을 믿지 않는 체념주의는 모두 성장의 적이다. 그런데 최근 우리 사회에 이 두 가지 풍조가 동시에 확산되고 있어 우려된다.

변화를 거부하는 완고함은 자신이 절대적으로 옳기 때문에 변화가 필요 없다고 스스로를 신격화시키는 오만함에서 온다. 따라서 자신의 신념과 다른 정보나 지식은 무시하고 다른 입장을 적대시하게 된다. 우리 사회를 분열시키고 있는 진보-보수 진영간, 노사간, 세대간, 지역간 갈등은 이런 오만한 완고함에서 나오는 변화거부가 원인이다. 반면 변화가능성을 믿지 않는 체념주의는 설사 변화를 원하더라도 성공할 가능성이 없다는 비관론에 뿌리를 둔다. 흔히 듣는 ‘나는 안 된다’ ‘한국 사람은 안 된다’는 표현은 변화필요성은 인식하나 불가능하다는 비관론적 체념주의다.

그런데 완고함과 체념주의는 둘 다 근본적 변화를 회피하고 기존 틀 안에서 지엽적 문제해결에만 몰두하다 갑자기 몰락하게 만드는 치명적 위험을 초래한다. 개인, 조직, 국가를 막론하고 위기대응방법에는 구체적 문제들을 하나씩 해결해나가는 ‘문제해결’과 그런 문제들이 발생한 판 자체를 새로 짜는 ‘근본 변화’가 있다. 문제해결형 위기대응은 개인의 삶이나 조직의 경영에서 기존 방식 자체는 여전히 유효하나 운용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들이 위기원인이라고 믿기 때문에 구체적 문제해결에 초점을 맞춘다. 반면 근본적 변화 접근은 기존 방식으로는 아무리 구체적인 문제들을 해결하더라도 결코 위기를 극복할 수 없으며 반드시 그 방식 자체를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는 입장이다.

현재 우리 사회에 만연한 오만한 완고함과 비관론적 체념주의는 근본적 변화보다 임시방편식 문제해결을 선택하도록 만든다. 이런 근시안적 위기대응은 치명적 위험을 안고 있는데, 널리 알려진 ‘삶은 개구리 이야기’가 명확하게 보여준다. 펄펄 끓는 뜨거운 물에 개구리를 넣으면 개구리가 즉시 뛰쳐나온다고 한다. 그러나 미지근한 물에 개구리를 넣은 후 서서히 가열하면 개구리는 조만간 치명적 위기가 닥쳐온다는 사실도 모르고 여유있게 헤엄치다 죽고 만다는 것이다.

미지근한 물에 있던 개구리는 왜 물이 뜨거워진다는 것을 깨닫지 못할까? 변온동물이기 때문이다. 개구리는 물 온도가 1℃ 올라가면 자기 체온을 1℃ 올리고 2℃ 올라가면 체온을 2℃ 올려서 환경변화에 적응한다. 그러다 물 온도가 자기 몸이 견딜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서면 생체구조가 파괴돼 죽고 마는 것이다. 이렇게 볼 때 변온동물인 개구리는 문제해결의 달인이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바로 그 문제해결력이 개구리를 죽게 만든다. 개구리가 물속에 머물러 있으면서 체온을 올림으로써 해결할 수 있는 위기가 있는 반면, 물 밖으로 즉시 뛰쳐나가지 않으면 결코 해결할 수 없는 위기도 있는 것이다.

바로 지금이 우리 각자나 조직, 국가에 즉시 물밖으로 뛰쳐나와야만 하는 치명적 위기일 가능성이 크다. 우리의 신념, 습관, 문화, 시스템 등을 완전히 새롭게 바꾸기 위한 리셋버튼을 눌러야 할 때가 아닌지를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이를 위해선 무엇보다 근본적 변화의 필요성과 가능성에 대한 열린 태도가 필요하다. 기적의 가능성을 믿지 않으면 아예 시도 자체를 하지 않으므로 확률 자체가 없어진다. 그러나 기적의 필요성과 가능성을 믿으면 쉽지는 않지만 가능성이 생긴다. 이런 기적적인 근본변화에 성공하기 위해선 개인, 조직, 국가 할 것 없이 현재 아무리 절망적이더라도 근본적 변화가 반드시 가능하다는 믿음을 갖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신동엽 연세대 경영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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