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 대결] 더 건맨·나쁜 사랑

  • 윤용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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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5-04-17   |  발행일 2015-04-17 제42면   |  수정 2015-04-17

더 건맨
전직 특수부대원, 조직 음모에 휘말리다

20150417

2006년 콩고. 전직 특수부대원 출신의 짐(숀 펜)은 이곳에서 NGO를 지키는 경호 요원으로 활약 중이다. 하지만 실은 거대 광물산업의 용병으로 고용돼 극비 임무를 수행하는 이중생활을 하고 있다. 어느 날, 짐은 비밀 작전의 설계자 펠릭스(하비에르 바르뎀)로부터 콩고의 광업부 장관을 암살하라는 지령을 받는다. 임무를 완수하면 즉시 거주지를 벗어나야 하는 원칙에 따라 짐은 사랑하는 연인 애니(자스민 트린카)를 남겨두고 떠난다. 그리고 8년 후, 지난 날의 과오를 참회하고자 NGO에서 봉사활동 중이던 짐은 일단의 괴한으로부터 습격을 당한다. 짐은 이 사건을 계기로 그날의 사건 배후에 조직의 배신과 음모가 있었음을 알게 된다.


숀 팬의 액션전사 변신 합격점
하비에르 바르뎀과 대결 구도
기대와 달리 다소 맥빠진 느낌


‘더 건맨’은 ‘13구역’ ‘테이큰’ ‘프롬 파리 위드 러브’ 등을 통해 스피디한 카메라 워킹과 화끈한 액션 연출로 남다른 영상미학을 선보였던 피에르 모렐 감독의 5년 만의 신작이다. 따라서 이 영화에 대한 기대와 관심은 리암 니슨의 바통을 이어 액션 전사로 거듭날 주인공은 과연 누가 될 것인가다. 결국 모렐 감독이 선택한 회심의 카드는 연기파 배우 숀 펜이다.

모렐 감독은 “숀 펜의 흥미로운 연기가 이야기에 밀도를 더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망설임 없이 캐스팅했다”고 밝혔다. ‘아이 엠 샘’과 ‘밀크’ 등에서의 인상적인 연기로 주목을 받았던 숀 펜은 각본에도 참여함으로써 첫 액션 장르에 도전하는 기대감과 열정을 드러냈다.

장 패트릭 망셰트의 소설을 바탕으로 한 ‘더 건맨’은 원작의 금욕적이고 간결한 문체를 고스란히 잇는다. 그 때문인지 숨 가쁘게 진행되던 모렐 감독의 전작들에 비해 속도와 리듬감은 다소 줄어들었다. 빠르고 다이내믹한 액션에 익숙한 젊은 층보다 고전적인 액션 스릴러의 향수를 느끼고 싶은 중장년층에게 좀 더 어필할 수 있는 영화로 읽힌다. 대신 캐릭터들의 심리에 맞춰진 이야기는 고전과 현대 액션 스릴러물과의 묘한 랑데부를 이루며 독특한 매력을 선사한다.

아프리카 콩고에서 시작해 스페인 투우경기장을 배경으로 한 로케이션은 나름대로 색다른 볼거리를 제공한다. 이를 통해 스릴러와 추격 액션, 한 여인을 향한 지고지순한 순정을 더해 드라마적인 매력까지 아우르려는 시도를 했다. 하지만 전반적인 이야기 구도는 그다지 새롭지 않다.

배신과 음모, 사랑과 희생이 혼재된 이야기는 이미 많은 영화들을 거쳤던 익숙한 소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 건맨’을 주목하게 되는 건 숀 펜과 하비에르 바르뎀의 존재감에서 기인한다. 기실 이야기의 흐름을 좇다 보면 이 영화가 왜 선 굵은 두 배우를 기용했는지 그 의도를 알게 된다. 아닌 게 아니라 두 배우가 마주한 모습만으로도 파생되는 시너지 효과는 대단하다.

두 사람은 대척관계로 나온다. 영문도 모른 채 누군가로부터 제거 대상이 된 짐은 사건 배후의 인물로 펠릭스를 의심한다. 펠릭스는 짐이 떠난 후 애니와 결혼해 스페인에 살고 있고, 기업가로도 성공했다. 당연히 짐은 배신감을 느끼며 충격에 빠진 상태. 아쉬운 건 이 설정을 두 사람의 극적 대결구도로 좀 더 치밀하게 그려나가지 못했다는 점이다. 게다가 하비에르 바르뎀은 모두의 기대와 달리 다소 맥 빠진 퇴장을 한다.

잘 가꾼 몸매만큼 숀 펜의 액션 전사로서의 모습은 일단 합격이다. 제작 준비 단계에서부터 매일 수 시간씩 사격과 격투 등으로 단련시킨 결과다. 이야기의 완성도는 다소 아쉽지만 배우들의 그런 열정은 상대적으로 돋보인 영화다.(장르:액션 등급:청소년 관람불가)


나쁜 사랑
자매와 한 남자의 아슬아슬한 삼각관계

20150417

업무차 프랑스 리옹을 방문한 세무조사원 마크(브누와 포엘부르드)는 어찌하다 파리행 마지막 기차를 놓친다. 난감해하며 근처 카페에 들른 그에게 담배를 사러 온 여인 실비(샬롯 갱스부르)가 눈에 들어온다. 첫눈에 강한 끌림을 느낀 마크는 그녀를 쫓아가 말을 걸게 되고, 실비 역시 그런 그에게 호감을 느껴 하룻밤을 함께 지내게 된다.

다음 날, 두 사람은 서로의 이름도 전화번호도 주고받지 않은 채 ‘파리 튈르리 공원, 금요일 6시’라는 약속만 정한 채 헤어진다. 약속 당일 실비는 떨리는 마음으로 약속 장소에 나가지만, 마크는 심장발작으로 인해 제 시간에 나가지 못한다. 그리고 이 엇갈린 만남은 그들의 운명을 바꿔놓는다.


사랑의 속성과 본질에 대해 탐구
실비 역의 샬롯 갱스부르 연기
긴장감 있는 멜로 드라마로 승화


‘운명처럼 사랑이라고 느꼈던 남자가 어느 날 사랑하는 동생의 남편으로 나타난다면?’ ‘나쁜 사랑’은 국내 막장드라마의 익숙한 이야기와 설정을 베이스로 깔고 있다. 하지만 ‘육체의 학교’ ‘페어웰, 마이 퀸’ 등으로 여성의 감정선을 예리하게 포착해왔던 브누와 쟉코 감독은 이를 운명적 만남과 강렬한 끌림이라는 키워드로 삼아 이들의 사랑 이야기를 자신만의 화법으로 흥미롭게 풀어낸다. 세 사람의 아슬아슬한 관계를 통한 사랑의 속성과 본질에 대한 탐구다.

운명의 장난처럼 실비는 여동생 소피(키아라 마스트로 이안나)의 결혼식에서 그녀의 남편이 되어버린 마크와 재회한다. 누구보다 소중히 여기는 동생을 배신하고 싶지 않지만, 본능적인 열정으로 인해 갈등하고 고민하는 실비다. 소피와의 만족스러운 삶을 살아가던 마크 역시 실비를 마주한 순간부터 끓어오르는 욕망을 주체하기가 힘들다. 그 어느 쪽도 선택할 수 없는 딜레마에 빠진 두 사람은 그렇게 소피를 사이에 두고 다시 뜨겁고 은밀한 만남을 시작한다.

이 영화의 추동력은 사랑의 진실보다는 그들을 엮어놓은 윤리적이지 못한 관계에서 파생된다. 마크는 누구보다 자신이 정의롭다고 믿는 사람이다. 자신의 결혼식 주례를 담당한 리옹 시장에게도 “세금탈루가 의심된다”며 “이성을 거역하고 사소한 일에 목숨을 걸지 말라”고 경고한다. 하지만 이는 결국 자신의 상황으로 결부된다.

멜로를 표방했지만 사랑으로 완성되기까지의 과정을 영화는 짧게 생략했다. 실비와 마크가 첫 만남에서 어떤 운명적인 교감을 가졌는지, 또 실비를 만나기 위해 다시 찾은 리옹에서 왜 소피를 만나 결혼했는지, 그들 관계에 대한 구체적인 상황설명은 없다. 현재의 감정에 주목해 보다 설득력 있게 담아내기 위한 의도였을까.

감정 연기를 보여줄 배우들의 캐스팅이 보다 중요했던 이유다. 일단 진부한 통속물로 치부될 수 있는 영화의 한계를 긴장감 있는 멜로 드라마로 승화시킨 건 실비 역의 샬롯 갱스부르 덕이다. 그녀는 참을 수 없는 욕망을 절제된 내면 연기로 선보이며 영화에 생명력을 불어넣었다. 특히 꾸미지 않은 아름다움으로 완성된 시그너처 스타일은 또 다른 매력으로 다가온다. 그와 더불어 그녀의 상대역으로 등장해 남다른 캐릭터 소화력을 보여준 브누와 포엘부르드, 실제 모녀 사이인 카트린느 드뇌브와 키아라 마스트로 이안나는 자신의 이름값을 톡톡히 해낸다.(장르:멜로 등급:15세 관람가)

윤용섭기자 yys@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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