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캠페인 책읽는 도시 행복한 시민-독서 인문학모임을 찾아서 .5] DGIST ‘목요독서모임’

  • 김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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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5-04-20   |  발행일 2015-04-20 제2면   |  수정 2015-04-20
인문학·철학·생물학 총망라, 한 권이라도 깊이있게 ‘완독’
[2015 캠페인 책읽는 도시 행복한 시민-독서 인문학모임을 찾아서 .5] DGIST ‘목요독서모임’
DGIST 교직원들로 구성된 ‘목요독서모임’ 회원들이 서로의 학문적 견해를 밝히고 소통하는 시간을 갖고 있다. 황인무기자 him7942@yeongnam.com

조선시대 학자 양응수는 독서를 ‘집 구경’에 비유했다. 그는 “만약 바깥에서 집을 보고 나서 ‘보았다’고 말한다면 알 길이 없다. 모름지기 안으로 들어가서 방은 몇 칸이나 되고, 창문은 몇 개인지 살펴야 한다. 자꾸자꾸 보아 통째로 기억나야 제대로 본 것”이라며 독서, 그중에서도 ‘정독’의 중요함을 강조했다.

‘목요독서모임’은 한 권의 책을 느리고, 깊이 있게 읽는 모임이다.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교직원들로 구성된 모임은 2014년 2월부터 격주로 목요일에 모여 함께 책을 읽고 있다. 한 권의 책을 최대 세 번에 나눠 읽을 정도로, 느리더라도 ‘완독’을 지향한다.

지난 2일 오후 7시 디지스트 휴게실. 간단하게 저녁을 때운 목요독서모임 회원들이 책상 곁에 모여 있다. 이날 회원들이 읽을 책은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였다. 세계적 베스트셀러인 이 책은 다윈의 적자생존과 자연선택이라는 개념을 유전자 단위로 바라보며 진화를 설명하고 있다.

발제를 맡은 이창훈 디지스트 생물담당 교수가 먼저 말문을 열었다. 방금까지 음식을 먹으며 화기애애하던 모임은 금세 진지하게 바뀌었다. 이 교수는 생물학자의 눈에서 본 도킨스의 책이 가진 의미와 문제점, 기대되는 역할 등을 조목조목 설명했다. 회원들은 고개를 끄덕이거나 메모를 하는 등 열의를 보였다.

본격적 토론이 시작되자 다양한 의견이 봇물처럼 쏟아졌다. 영국과 프랑스에서 9년간 유전자 치료를 연구한 남창훈 교수가 먼저 입을 뗐다. 그는 전문지식을 바탕으로 유전자 치료는 무엇이며, 국내외 진행상황은 어떠하며, 인류의 예측과 달리 어떤 한계와 오류가 있는지 등을 상세하게 설명했다.

서울대를 정년퇴임한 김남두 석좌교수는 인문학적 가치에서 문제에 접근했다. 김 교수는 ‘인간의 생명을 수단이 아닌 목적으로 대하라’는 철학자 칸트의 명문장을 인용하며, 기초과학자들이 미처 생각지 못했던 부분을 상기시키는 한편, 유전자 치료가 가져올 우려스러운 미래 등을 지적했다.

다양한 이론과 임상사례, 또 다른 문제 제기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면서 토론은 점점 열기를 더해갔다. 한 가지 문제가 제기되면 이에 대해 이야기하는 데 최소 30분을 썼다. 이날도 좀처럼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자 결국 김현호 선임행정원이 다음 모임에 한 번 더 토론하는 것으로 중재안을 제시하면서 모임이 막을 내렸다.

김 선임행정원은 “목요독서모임은 철학, 음악, 물리, 생물 등 여러 분야의 교수와 일반 행정원이 모여 서로의 지식을 교류하며 다양한 학문적 관점을 이해하고 나누는 모임”이라며 “이공계 지식을 바탕으로 융복합 교육을 하고 있는 디지스트의 교육철학과도 맞닿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동안 이들이 함께 읽은 책은 다양하다. ‘구글신은 모든 것을 알고 있다’(정하웅 외), ‘헨리에타 렉스의 불멸의 삶’(레베카 스클루트), ‘마르탱 게르의 귀향’(나탈리 제먼 데이비스) 등으로, 회원들이 읽고 싶은 책 중에서 선정했다.

김 선임행정원은 “우리 모임의 장점이라면 60대부터 20대까지 참가자들이 세대와 신분을 넘어 자유토론을 한다는 것이다. 단순한 ‘앎’의 범주를 넘어 저술, 출판물 등 2차 생산물을 발간하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은경기자 enigma@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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