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줌인] 5월폭염은 ‘날씨 재앙’ 예고편…올 여름 강력 태풍·물폭탄 덮친다

  • 최미애,황인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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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5-05-30 07:30  |  수정 2015-05-30 07:32  |  발행일 2015-05-30 제6면
기상이변 부르는 ‘엘니뇨’
20150530

요즘 어디를 가나 날씨 얘기가 빠지지 않는다. 5월에 이례적으로 폭염특보가 내려지고, 낮기온이 30℃를 웃도는 게 예사로운 일이 됐다. 벌써부터 무더위에 지친다는 시민들의 푸념이 곳곳에서 터져나오고 있다. 하지만 5월 더위는 예고편에 불과하다는 게 기상전문가들의 견해다. 대구·경북지역은 무덥고, 강한 태풍이 자주 나타나는 ‘다사다난’한 여름이 될 전망이다. 특히 엘니뇨 영향으로 태풍이 발달하기에 최적의 조건이 갖춰지면서, 강한 집중호우도 동반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올 여름에 국내는 물론 세계적으로 이상기후가 곳곳에서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미국 텍사스 주에선 폭풍과 토네이도로 인한 피해가 이어지면서, 일부 지역에 재난 사태가 선포됐다. 또 인도에선 40℃에 육박하는 폭염으로 인해 1천명이 넘는 사망자가 발생하고 있다.

이같은 극단적인 기후현상에는 ‘엘니뇨’ 현상이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엘니뇨가 발생하면 여름철에 고온 현상이나 호우가 잦아지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최근 엘니뇨 발생주기 짧아져
가뭄·폭염·집중호우 등 잦아

한반도에 엄청난 피해 입혔던
태풍 매미·루사 ‘엘니뇨 주기’

평균기온 높고 강수량은 많아
대구경북 극단의 기후 가능성



◆발생 주기 짧아지는 엘니뇨

최근들어 엘니뇨 발생 주기가 짧아지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과거 2~7년의 주기를 보였던 엘니뇨의 발생 주기가 2000년대 들어서 1~3년 간격으로 짧아지고 있는 것. 이에 따라 가뭄, 태풍, 집중호우, 폭염 등 이상기후가 나타나는 경우도 잦아지는 경향을 보인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실제 기상청 자료를 보면 과거에는 적게는 2년, 길게는 6년의 간격을 두고 엘니뇨가 나타났다. 1953년 봄부터 가을까지 나타났던 엘니뇨는 4년 뒤인 1957년 봄부터 다시 발생했다. 이때 발생한 엘니뇨는 1958년 봄까지 이어진 후, 5년간 잠잠했다 1963년 여름에 다시 나타났다.

2000년대 이후에는 발생 주기가 훨씬 짧아졌다. 1~2년 만에 엘니뇨가 발생하는 패턴을 보이고 있는 것. 2002년 봄~2003년 봄, 2004년 여름~2005년 여름, 2006년 가을~2006년 겨울, 2007년 겨울, 2009년 여름~2010년 여름에 나타났다. 이후 2012년 엘니뇨가 출현했다.


◆엘니뇨와 태풍

엘니뇨가 나타날 때 여름철 기온이 크게 오르는 경향도 있지만,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태풍의 발달이다. 기상청에 따르면, 29일 현재 엘니뇨 감시구역(북위 5도~남위 5도, 서경 120~170도)의 해수면 온도는 평년보다 1.1℃ 높은 상태다. 이는 중~중약 강도의 엘니뇨다.

전문가들은 엘니뇨가 강해지면서 올해 태풍의 강도도 세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김해동 계명대 교수(지구환경학과)는 “엘니뇨 현상과 태풍의 강도는 밀접한 연관성이 있다. 엘니뇨 감시구역의 해수면 온도가 높다는 것은 태풍이 세력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열에너지 공급이 충분히 이뤄질 수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한반도에 엄청난 피해를 입힌 태풍 매미, 루사도 엘니뇨 현상이 나타날 때 발생했다”고 덧붙였다.

태풍이 자주 발생하는 8월을 기준으로, 엘니뇨가 강했던 1993년과 94년에는 태풍이 각각 7개, 9개가 발생했다. 이는 30년 평균(1981~2010년) 8월 태풍 발생 수 5.9개보다 많은 것이다. 엘니뇨가 나타났던 2004년에도 평년보다 많은 8개의 태풍이 발생했다.

기상청도 올 여름 평년(11.2개)보다 조금 많은 11~14개의 태풍이 생길 것으로 예상하고, 이 중 2~3개가 우리나라에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했다. 또 엘니뇨가 강화되면서 평소보다 태풍이 강화될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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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지역에도 30℃를 웃도는 ‘5월 폭염’이 이어지면서 물놀이장을 찾는 나들이객들이 부쩍 늘고 있다. 황인무기자 him7942@yeongnam.com



◆극단적 기후 현상 동반

엘니뇨가 강한 해에는 극단적인 기후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대구기상대의 여름철 전망에 따르면, 8월을 제외하고 올 여름 대구·경북의 기온은 평년보다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6월은 평년(21.1℃)보다 높을 것으로 전망했다. 7월엔 평년(24.3℃)보다 높거나 비슷할 전망이다. 강수량의 경우 장마가 집중되는 8월에 평년(235.3㎜)보다 많거나 비슷한 양의 비가 내릴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특히 엘니뇨가 강한 해에는 여름의 경우, 기온이 높은 고온현상이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 한반도에서 폭염으로 3천여명이 사망했던 1994년 여름 엘니뇨가 강했다. 그해 대구의 6월 평균 기온은 평년(22.8℃)보다 높은 23.1℃, 8월도 평년(26.4℃)보다 2.7℃ 높은 29.1℃였다. 7월 평균기온도 평년(25.8℃)보다 4.4℃나 높았다.

1997년 여름에도 엘니뇨가 발생, 6월 평균기온과 7월 평균기온이 각각 평년보다 1.2℃, 0.3℃ 높았으며, 2004~2005년 여름도 6~7월의 평균기온이 평년보다 0.3~2.2℃ 웃돌았다.

폭염 못지않게 강수현상도 두드러진다. 엘니뇨가 나타났던 2004·2005년 8월 강수량은 각각 370.3㎜, 280.2㎜로, 각각 평년(235.9㎜)보다 각각 134.4㎜, 44.3㎜ 많았다.

김 교수는 “엘니뇨 발생 시기의 여름에는 대체로 기온이 높은 고온현상이 나타나거나 집중호우가 나타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구촌 곳곳 이상 기후

이미 세계 곳곳에서 엘니뇨로 인한 이상 기후가 나타나고 있다. 극심한 가뭄, 폭염, 집중 호우 등 극단적인 기상현상으로 인해 인명 피해, 재산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최근 인도에선 남부 지역을 중심으로 40℃에 이르는 불볕더위가 연일 계속되면서, 폭염으로 인한 사망자가 1천명을 넘어섰다. 사망자들은 대부분 노숙인, 노인 등으로 알려졌다.

미국 오클라호마주와 텍사스주에선 토네이도와 폭풍으로 최소 9명이 숨지고 30명이 실종됐다. 텍사스 주 카운티 254곳 중 15%에 해당하는 30여개 카운티에 재난 사태가 선포됐다. 캘리포니아주에선 비가 오지 않고, 적설량도 감소하는 등 4년째 가뭄이 계속되고 있다.

지난해 중국에서는 엘니뇨의 영향으로 동북지역에 53년 만에 최악의 가뭄이 발생하기도 했다. 기상이변에 따른 여름 가뭄으로 농업 피해와 식수난이 발생하자, 인공강우용 항공기 등을 활용해 인공기상조절을 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상기후에 따른 농작물 대책도 수반돼야 한다고 조언한다.

석태문 대구경북연구원 농림수산실장은 “농작물에 피해를 줄 수 있는 기후 현상이 과거에는 20~30년 주기였지만, 최근엔 5~10년 주기로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변동성을 반영해 농작물 생산 감소에 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최미애기자 miaechoi21@yeongnam.com

엘니뇨(해수 온도 상승)=열대 태평양 두 지역의 해수면 온도의 편차가 0.4℃ 이상 되는 날이 6개월 이상 지속되는 상태를 말한다. 대개 평상시 수온이 낮았던 남아메리카 지역 해안의 수온이 평년보다 높아지면 엘니뇨가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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