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 65주년 아직도 끝나지 않은 전쟁 .3 <끝>] 국방·통일·안보외교 전문가 인터뷰

  • 구경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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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5-06-27   |  발행일 2015-06-27 제4면   |  수정 2015-0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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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중국 패권 대결이란 국제정치의 역학 구도 속에 북한의 핵무장을 비롯해 일본의 보통국가화 추진과 독도 등 영토 분쟁에 이르기까지 최근 우리의 안보 상황은 매우 복잡하고도 난해한 문제들에 직면해 있다. 전문가들은 이를 타개하기 위해 스스로를 지킬 수 있는 힘을 기반으로 신중하고 현명한 외교력을 발휘하는 한편 충실한 경제력을 갖춰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러나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로 인한 혼란스러운 정국과 갈수록 악화되는 경제 상황을 지켜보면 대한민국호의 항로가 순탄치만은 않아 보인다. 영남일보는 6·25전쟁 65주년을 맞아 자주국방과 통일 등 우리 안보 상황 및 주변 정세에 대해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봤다.


“세계최강 군사력 가진 미국을 배제한 국방정책은 어리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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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인균 자주국방네트워크 대표

한국 홀로 북한의 전면공격 방어 한계
국방비 2∼3배 수십년 써도 해결안돼

미·일 대륙진출, 중·러 해양진출 노려
한반도 다시금 지정학적 요충지 된 것

한·미동맹 유지하고 中과 군사교류를
양진영에 자기편 될수 있단 희망줘야


“전 세계에 혼자서 국방을 하는 나라는 어디에도 없습니다. 세계 최강국인 미국도 홀로 자주국방을 하지 않습니다. 북쪽의 방어는 캐나다에 의지하고 있고, 남쪽은 멕시코와 협력하고 있어요. 서쪽에서의 공격은 일본과 협력하고, 동쪽에서의 공격은 NATO(북대서양조약기구)와 함께 방어합니다.”

25일 영남일보 기자와 만난 신인균 자주국방네트워크 대표는 ‘자주국방’의 핵심이 한·미 동맹에 있다고 강조했다.

신 대표는 “우리 혼자 북한군 120만명의 전면 공격을 방어하기 위해선 지금의 국방비보다 2~3배 많은 예산을 수 십 년을 써도 해결이 안 된다. 그래서 한·미동맹이 필요하다”며 “따라서 세계 최강의 군사력을 가진 미국을 배제한 국방정책은 어리석다고 본다. 미국을 잘 활용하고 우리의 목소리를 키우기 위한 노력을 전개하는 것이 진정한 자주국방”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현재의 동북아 정세에 대해 “미국과 일본은 우리나라를 해양동맹으로 넣어 대륙 진출의 교두보로 삼으려 하고, 중국과 러시아는 반대로 대륙의 편에 넣어서 해양 진출의 교두보로 삼으려 하고 있다”면서 “결국 이런 지정학적 위치에서 국제적 왕따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경제력과 군사력을 무시할 수 없는 수준으로 유지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또 한국의 전략적 가치와 관련 “과거 미국이 소련과 경쟁하던 시절에는 소련군이 태평양으로 진출하는 것을 방어하는 것이 최선이었다. 이 때문에 일본-오키나와-대만-필리핀으로 이어지는 선이 최후 방어선이었던 것”이라며 “하지만 중국과 패권경쟁을 하는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미 합참은 중국과의 군사충돌을 대비해 합동작전적 접근개념(JOAC) 전략을 만들었는데, 이 계획의 마지막 단계가 중국 본토로 지상군을 진입시키는 것”이라며 “베이징과 가까운 거리의 한국에 지상군을 배치시키면 엄청난 물량이 소요되는 상륙작전 없이도 JOAC 계획을 실현시킬 수 있기 때문에 한국의 중요성이 훨씬 커졌다”고 설명했다.

신 대표는 “우리가 미국에게 조금 더 자신 있는 외교정책을 펼 수 있는 지정학적 요충지가 된 것”이라며 “따라서 강력한 한·미 동맹관계를 유지하면서도 중국과의 군사교류를 활발히 해 중국으로 하여금 ‘잘하면 한국을 우리편으로 만들 수 있겠다’라는 희망을 줘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통일과 관련해선 “독일 통일의 가장 큰 원동력은 주변국의 동의였다. 독일에게 침략 당했던 프랑스나 폴란드의 인정, 소련군 철수 등이 가장 컸다고 본다. 또 꾸준하게 일관된 정책을 펼쳐왔다”면서 “우리도 독일처럼 꾸준하고 일관된 정책을 펼치는 한편, 주변국이 통일에 동의하도록 끊임없는 설득 작업을 펼쳐야 한다”고 조언했다.

신 대표는 북한 핵무장과 관련해선 “현재 북한은 사정거리 1천300㎞의 노동미사일에 핵탄두를 장착했을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는 물론 일본 전역 모두가 북한 핵미사일의 공격권에 들어간다”며 “만약 핵무기를 사용한다면 우리에게 핵을 쏘고 미국이 핵반격을 주저하는 순간 미국과 협상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다”며 북한 핵이 실제적 위협이 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구경모기자 chosim34@yeongnam.com


“우리 정부, 북한을 수혜 대상이 아닌 대등한 협상자로 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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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인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
北 주민 나름의 가치·신념 먼저 이해
가치관의 통합이 전제돼야 통일 가능

박 대통령의 독일 드레스덴 3大 제안
평화통일 의지 불구 北 자존심 건드려

진영논리 벗어나 ‘신냉전’ 기운 완화
동북아 평화기여 촉매자 역할 필요해


“북한 주민들이 지키고자 하는 나름의 가치와 신념이 있다는 것을 먼저 이해하고 인정해야 합니다. 왜냐하면 통일은 마음과 마음의 만남이며 가치관의 통합이 전제돼야 하기 때문입니다. 통일정책 역시 ‘통일 대박’ 등 물질적 요소만 강조해선 안된다고 봅니다.”

박병인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26일 영남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현 정부는 역대 어느 정부보다 ‘통일준비위원회’‘통일대박’ 등 유난히 ‘통일’을 강조하는 정부로 기억될 듯하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가장 북한과 교류가 없는 정부이기도 하다”면서 “그렇다고 경색된 현 남북관계를 박근혜정부만의 잘못이라고 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2014년 3월 독일 드레스덴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남북 주민의 인도적 문제 우선 해결, 남북 공동번영을 위한 민생 인프라 구축, 남북 주민간 동질성 회복 등 대북 3대 제안을 한 것은 한국 정부의 평화와 통일에 대한 의지를 잘 보여줬다”며 “그럼에도 북한이 대화에 나서지 않은 것은 북한의 자존심을 건드렸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 정부가 북한을 수혜의 대상이 아닌 대등한 협상 당사자로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북한은 지난해 10월 황병서 총정치국장 일행의 아세안게임 폐막식 방문, 올해 신년사와 6월15일 있었던 ‘공화국 공동성명’ 등에서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신호를 계속 보내왔다”며 “지난 23일 북한이 우리 국민에 대해 무기징역형 선고를 내린 것은 유엔에 북한인권사무소를 개소한 데에 대한 불만을 드러낸 것으로, 북한은 기본적으로는 대남 대화공세 기조를 이어갈 것”이라고 예상했다.

박 교수는 또 “동북아와 한반도는 냉엄한 국제정치의 소용돌이 속에 있다. ‘눈치’와 ‘모호성’ 전략으로는 이 난관을 헤쳐 나갈 수 없다”며 “만약 남북간 대결 구도가 타파되고, 궁극적으로 통일이 된다면 우리가 주변국에 휘둘릴 이유가 무엇이겠는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돌이켜보면 국제관계에서 남북관계가 우호적일 때 국제무대에서 우리의 발언권이 강했다”면서 “일례로 남북한이 상호협력을 논했던 시기인 2006년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6자회담에서 북한 비핵화와 동북아 평화의 틀을 짰다고 평가받는 ‘9·19 공동성명’을 우리 정부가 주도해 발표했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남북한 대결 구도가 첨예한 지금, 우리의 외교 지평이 축소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박 교수는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AIIB(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 참가 문제에서 보여진 우리의 눈치보기 외교, 실기외교는 모두 진영 논리의 결과”라며 “미국 등이 북한의 위협을 방어해준다는 명분이 우리의 외교적 운신을 제약하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박 교수는 “진영 논리에서 벗어나 동북아에서 우리의 역할을 찾아야 한다”며 “역사적으로 한민족이 의도적·주도적으로 평화를 위협한 적이 없다는 사실에 대한 암묵적 공감대가 동북아 국가들간에 형성돼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그는 “우리는 미·중 패권 다툼으로 형성되고 있는 소위 ‘신냉전’의 일원이 될 것이 아니라, ‘신냉전’의 기운을 완화시키는 평화의 촉매자로서 동북아 평화에 기여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구경모기자 chosim34@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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