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선 6기 1주년 릴레이 대담 .1] 권영진 대구시장

  • 윤철희 최수경 이지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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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5-06-29   |  발행일 2015-06-29 제3면   |  수정 2015-06-29
“좋은 일자리 위해 강소기업 발굴 등 기업유치전략 다시 짜겠다”
20150629
권영진 대구시장이 윤철희 영남일보 1사회부장과의 인터뷰에서 “좋은 일자리를 많이 만들기 위해선 기존 기업 유치전략을 확 바꾸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지용기자 sajahu@yeongnam.com


권영진 대구시장은 취임 1주년 말미에 ‘메르스와의 전쟁’을 치르느라 파김치가 됐다. 이 과정에서 그는 원칙에 얽매이지 않고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융통성있게 대처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파격 방역행정’이라는 말도 나온다. 지난 15일 대구의 첫 확진자가 발생하자 그는 매일 밤 9시 정각에 메르스종합대책회의를 주재했다. 시장실에 간이침대를 놓고 잠을 자는 일도 잦았다. 그리곤 다음날 오전 9시 회의를 다시 열었다. 확진자를 찾아가 사태 경위를 직접 파악하고 100여명의 자가격리자 전화번호를 갖고 다니며 전화로 건강상태를 수시로 체크했다. 지친 공무원은 밤 9시 회의 시간을 앞당기자고 건의했지만 씨알도 먹히지 않았다. 잠시도 긴장의 끈을 놓지 말라는 시장의 메시지였다.

그는 평소 “시정개혁 드라이브가 실패하면 대구도 실패하고 만다. 그래서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며 입버릇처럼 말해왔다. 무거운 짐은 자신이 다 짊어지고 갈 테니 믿고 따라와 달라는 것. 규정된 틀 내에서 안정된 행보만 걷던 역대 관료출신 시장에게선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모습이다. 그래서일까. 시민들은 권 시장의 지난 1년간의 시정혁신 성과보다 잔여 임기 3년간의 행보를 주목한다. 대구혁신에 대한 열망 때문이다. 권 시장을 직접 만나 대구 변화상의 얼개를 들어봤다.

 

취임후 1兆 유치 불구 만족 않아
‘발상 전환’통해 유치 더욱 박차
국가産團 용도변경 꼭 받아내고
강소기업은 글로벌대기업 육성

첨복·수성의료지구가 성장거점
이곳에 콘텐츠 채우는 게 내 몫
삼성 지원 창조경제혁신센터선
326개 창업 준비중…대박 기대

물포럼 각국 원수 숙소 마땅찮아
호텔서비스 등 관광업계 분발을


-기업 유치와 일자리에 대해 아직 기대에 못 미친다는 이야기가 많다.

“뭐니뭐니 해도 양질의 일자리 확보가 가장 중요하다. 취임 후 1조원 이상 투자유치를 이끌어냈다. 하지만 이것만으론 안 된다. 기업유치전략을 다시 짜야 한다. 국가산업단지에는 첨단·차부품산업, 물산업클러스터 외에 식품산업클러스터조성을 추진하겠다. 용도변경이 관건인데 아마 쉽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의지의 문제다. 정부로부터 반드시 용도전환변경을 받아오겠다. 연구·지원기능시설만 허용된 첨단의료복합단지에도 변화가 필요하다. 절반가량은 제약회사, 의료기기업체를 유치하겠다. 올 연말부터는 가시적 움직임이 있을 것이다.

아울러 첨복단지가 국내 ‘임상시험의 메카’로 도약할 채비도 서두르고 있다. 결국은 임상시험에서 첨복단지의 성패가 좌우된다. 동물을 대상으로 한 실험은 어디든지 한다. 지역대학과 임상센터를 유치하기 위해 갖은 노력을 하고 있다. 분명 좋은 성과가 있을 것이다. 각종 인·허가권을 가진 대구식품의약품안전청과 세계적 규모의 의료기술시험훈련원도 첨복단지에 오게 된다. 일각에선 첨복단지 내 각종 시설운영과 관련해 보건복지부, 산업통상자원부, 대구시, 대구경북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이 각개약진을 하는 바람에 확실한 컨트롤타워가 없다는 걱정을 많이 한다. 사실이다. 하지만 이 한계는 협업으로 극복 가능하다고 본다. 오히려 다양한 정부부처에서 도움을 이끌어낼 수 있는 장점도 있다.

대기업 유치는 반드시 성사시킨다. 물·에너지·의료 관련 업종에서 대기업을 유치할 생각이다. 하지만 대기업 유치와 별도로 강소기업 육성에도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반도체(평택)와 자동차(광주) 산업기반이 있는 국내 대기업들은 최근 해외로 눈길을 돌리는 추세다. 울산도 지난해 대기업 때문에 지역경제 전체가 휘청거렸다. 구미, 포항도 많이 위축되고 있다. 이런 상황을 보면 강소기업 육성에 큰 의미가 있다. 대구가 강소기업을 적극 발굴하고 육성해 글로벌 대기업 목록군에 올려야 한다. 입버릇처럼 기업유치를 외쳐왔지만 허상이 많았던 게 사실이다. 지금이라도 변화가 필요하다.”

-제조업기반의 산업지형도를 문화 콘텐츠를 활용한 창조경제로 바꾸려 한다. 경제 패러다임을 바꾸는 일이라 쉽지 않을 것 같다.

“국가산단, 첨복단지, 수성의료지구는 분명 대구의 성장 거점이다. 내가 할 일은 이 곳에 콘텐츠를 가득 채우는 일이다. 최근 문화와 IT산업을 결합한 이른바 ‘창조경제’가 지역의 새 경제 동력이 되고 있다. 우리가 삼성그룹에 바라는 점도 이 부분이다. 삼성이 지역 중소기업과 젊은이들에게 창조혁신DNA를 가득 심어달라는 것이다. 우리는 이를 바탕으로 대구가 창업하기 좋은 도시로 부상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 한마디로 ‘창업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말이다. 다행히 올해 삼성이 지원하고 있는 대구창조경제혁신센터를 통해 326개의 기업이 창업을 준비중이다. 여기서 대박이 날 수 있다. 올 초 착공한 삼성창조경제단지(대구시 북구 칠성동 옛 제일모직터)가 내년말 준공되면 더 확실한 성과가 나올 수 있다. 관광서비스 관련 콘텐츠까지 가미되면 금상첨화다. 대구형 창조경제를 이끌 삼각편대가 완성되는 셈이다.”

-대구에 연간 1천만 관광시대를 열겠다고 했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대구의 주된 관광시장은 중국이다. 일단 중국 현지 여행사와 협력하는 데 중점을 두겠다. 중국 기자단의 팸투어 개최 등 특화된 관광마케팅지원 시스템이 물 샐 틈 없이 유기적으로 잘 진행되도록 하겠다. 역시 가장 중요한 것은 지역에서 제대로 준비를 해야 한다는 점이다. 아직 부족한 점이 너무 많다. 지역 호텔은 매력이 없다. 중저가라서 고급관광객을 맞을 준비가 돼 있지 않다. 지난번 세계물포럼 때도 해외 국가원수들이 머물 곳이 마땅치 않아 고생한 기억이 난다. 호텔 서비스 수준이 높아져야 한다. 시 차원에선 맞춤형 관광객 유치를 위해 유스호스텔과 게스트하우스를 만들어 적극 활용하려는 계획을 갖고 있다. 관광업계도 분발해야 한다. 대구에는 자체 외국인 관광가이드가 거의 없다. 당분간 대구시에서 가이드를 육성해 지원할 생각이다. 올해 100명 정도를 선발, 지역 여행사에 투입할 계획이다. 경북과 연계한 체류형 관광상품개발은 특히 많은 기대를 갖게 한다. 안동-대구-경주-포항으로 이어지는 체류형 관광벨트 구축이 절실한 시점이다.”

-영남권 신공항과 안심연료단지 이전 등 해결이 쉽지 않은 과제들이 많다.

“신공항문제는 국가산단활성화와 연관시켜 고민하고 있다. 영남권의 경쟁력을 높이려면 일반여객뿐 아니라 산업수요 즉 항공물류가 가능해야 한다. 이것이 성사돼야만 국가산단과 첨복단지가 더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선 신공항은 어느 정도 규모가 있어야 한다. 안심연료단지 이전은 도시계획시설로 지정해 수용절차를 밟으면 된다. 단지 시간이 걸릴 뿐이다. 일부 업체는 대구시가 이전 비용을 다 보상해주고, 부지(의성)까지 마련해 주겠다고 했지만 지분관계 등을 이유로 계속 영업을 하려는 분위기다. 하지만 8월까지 시민 의견을 수렴해 문제를 풀어가겠다. 향후 연료단지 후적지는 민자유치를 통해 요긴하게 활용될 것이다. 주거 및 상업시설, 근린생활시설 등을 들어서게 해 신서혁신도시와 첨복단지의 배후도시로의 기능을 하도록 하겠다. 쇼핑·문화시설이 어우러져야 제 기능을 할 수 있다. 대구의 미래와 시민 편익을 위해 200억~300억원 적자는 각오하고 있다.”

-앞으로 꼭 해야 할 일이 있다면.

“바로 공직혁신이다. 이는 시정혁신과 동일한 개념이다.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공무원이 현장중심의 소통 마인드를 갖고 시민에게 봉사하는 시스템을 만들겠다. 관 주도행정에 대해 불만이 많으면서도 또 한켠에선 관에 많이 의존하려는 이율배반적 분위기가 있어 난감할 때가 있다. 상황에 맞게 잘 조정하겠다. 덧붙인다면 내가 정치인 출신이지만 재임기간중에는 일절 정치행위를 하지 않겠다. 오직 대구만 생각하며 일하겠다.”

대담=윤철희 1사회부장

정리=최수경기자 justone@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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