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일동 패물폐지부인회 7명을 찾습니다

  • 김은경,이현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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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5-08-13 07:08  |  수정 2015-08-13 09:56  |  발행일 2015-08-13 제2면
정운갑 母 서씨, 서병규 妻 정씨, 정운화 妻 김씨, 서학균 妻 정씨, 서석균 妻 최씨, 서덕균 妻 리씨, 김수원 妻 배씨

대구여성가족재단 제보 접수
“근대적 여성운동의 효시임에도
 누군가의 어머니, 아내로 기억”
 학계 등에 보고…공론화 계획

대구 여성계에 ‘공개 수배령’이 내려졌다. 대구여성가족재단(대표 정일선)은 1907년 대구에서 일어나 전국으로 들불처럼 퍼져 나갔던 대구국채보상운동을 주도한 대구 남일동 패물폐지부인회 7명의 이름과 신분을 공개적으로 찾아 나섰다.

남일동 패물폐지부인회는 남성 중심으로 펼쳐지던 국채보상운동을 여성의 영역까지 넓힌 동시에 여성을 남성과 동등한 권리와 의무를 가진 주체로 인식하도록 만든 단체다. 전국을 통틀어 근대적 여성운동의 효시이자, 첫 번째 패물의연 단체로 파악된다.

국채보상운동은 1907년 1월29일 대구광문사 부사장 서상돈이 건의서를 제출하면서 시작됐다.

남성이 먼저 시작했지만, 여성들도 적극 동참했다. 국채보상운동에서 여성들이 처음 조직을 만들어 의연금을 내기 시작한 것은 그로부터 한달쯤 후인 2월23일, 대구 남일동 부인 7명이 가세하면서부터다. 7명의 부인은 취지문을 통해 “나라 위하는 마음과 백성된 도리는 남녀가 다르지 않다”고 당당하게 선언했는데, 당시로서는 파격적이었다.

하지만 패물폐지부인회의 여성들은 모두 누군가의 아내, 어머니 정도로 전해질 뿐이다. 취지문에는 ‘정운갑 모 서씨, 서병규 처 정씨, 정운화 처 김씨, 서학균 처 정씨, 서석균 처 최씨, 서덕균 처 리씨, 김수원 처 배씨’ 등으로 적혀 있다. 여성들은 각자 은지환, 은장도, 은연화 등 총 8돈쭝의 패물을 내놓았다. 대구여성들의 이런 진취적인 움직임은 전국적으로 알려졌으며, 이후 몇 개월 만에 30여개의 국채보상운동 관련 여성단체가 전국적으로 결성됐다.

대구여성가족재단 정일선 대표는 “국채보상운동의 남일동 패물폐지부인회는 근대적 여성운동의 효시임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제대로 이름을 찾지 못하고 누군가의 어머니, 누군가의 아내로만 기억되고 있다”면서 “시민운동으로 펼쳐졌던 국채보상운동의 취지를 고려해 공개적인 수렴절차를 거쳐 이들의 이름을 찾아주고자 한다”고 밝혔다.

대구여성가족재단은 시민들의 제보로 이름을 찾게 되면 학계 등에 보고해 문제를 공론화할 예정이다.
김은경기자 enigma@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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